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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10월호 [민우ing]보이지 않는 여성의 힘!
보이지 않는 여성의 힘!
‘KT’ 여성 폄하 광고 중단!
김영미 ●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디에서 생길까하는 물음은 지금 내가 선 삶의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그 답은 ‘KT 광고’ 올레 시리즈의 일부를 중단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들었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전하기 위해 우리가 한 광고 중단 운동 과정을 여기에 풀어보고자 한다.
미디어 운동본부는 지난 8월 10일(월)에 KT 광고 올레 시리즈 중 온라인 광고 ‘백만장자와 섹시녀 편’과 TV 광고 ‘금도끼와 선녀 편’을 중단해 줄 것을 KT에 요청하였다. 이를 두고 여성단체들과 신문 기자들은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사례가 있는지 물으며 이번 운동의 가능성을 되물었다.
이런 운동이 처음인 나 자신도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덜컥 겁이 났다. 끝도 없는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질까, 그래서 내가 소진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러면서 광고 중단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게 한 KT 올레 광고 시리즈를 재차 훑어보았다. KT 올레 광고 시리즈는 여성의 몸을 남성의 성적 유희거리로 전락시키고, 여성 혐오적인 관념을 유포하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금도끼와 선녀’편 : 나무꾼이 쇠도끼를 연못에 던진다. 산신령이 나타나 금도끼를 보여주자 나무꾼이 ‘wow’를 외친다. 나무꾼이 다시 쇠도끼를 던진다. 이번에는 선녀가 금도끼를 안고 다리를 들어 올려 각선미를 보여주자 ‘olleh’를 외친다.
●‘백만장자와 섹시녀’편 : 빨간 스포츠카 앞에 젊은 백만장자가 서 있다. 젊고 섹시한 여성이 그 남자에게 다가가 볼에 뽀뽀를 하자 ‘wow’를 외친다. 이번에는 이 여성이 백만장자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뽀뽀를 한 뒤 ‘olleh’를 외친다.
앞의 ‘금도끼와 선녀’편은 여성의 몸을 남성의 성적 유희 거리로 전락시킨 것이고, ‘백만장자와 섹시녀’편은 여성이 젊고 잘생긴 백만장자보다 노쇠한 백만장자를 더 좋아한다는 여성에 대한 속물적이고 혐오적인 관념을 확산 시킨 것이다.
이에 우리는 KT에 △ 온라인 광고 ‘백만장자와 섹시녀’편과 TV 광고 ‘금도끼와 선녀’편 즉각 중단 △ 향후 광고 제작 시 성차별적 컨셉 배제 등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처음에 KT 홍보실은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으나(8월 13일), 8월 20일(목)에 KT는 기존 입장과 달리 문제 광고를 다음과 같이 시정 조치할 것을 통보해왔다.
- 8월 7일자로 ‘금도끼와 선녀’ 편 광고 중단
- 8월 20일자로 ‘백만장자와 섹시녀’편 광고 중단
- 향후 광고 컨셉에 성차별적 요소 배제
그 뒤 우리가 확인한 결과, 현재 올레 KT 홈페이지 등을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는 문제 광고 2편이 제공되고 있지 않으며, TV에서도 ‘금도끼와 선녀’ 편이 중단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에 우리는 이를 관심 있게 지켜봐 준 여성단체들과 신문 기자들, 선배들로부터 큰일을 해 냈다는 축하의 인사를 받았지만 정작 나는 멍한 채 응대하였다. 애초의 걱정과 달리 쉽게 문제가 해결되어 다행이다 싶었지만 한편 이 기쁨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과 광고 중단 운동의 성과를 이야기하다가 순간의 깨달음에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힘차게 내 주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여성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KT 고객센터에, 신문과 방송 등에 여성을 비하하는 방송 광고를 꾸짖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이 여성들과 함께 마음껏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사회는 여성의 작은 목소리조차 부정적인 시선으로 비난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일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걸어가는 여성들이 우리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다. 나는 평소 자문하는 물음의 답을 ‘우직한 여성’에서 보았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우리 운동의 동력이 되어 준 우직한 여성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KT 광고 올레 시리즈를 중단시킨 쾌거가 여성 공동의 자산임을 기억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KT 광고 올레 시리즈에 대한 경과 및 결과
8월 10일(월) 민우회, KT 광고 올레 시리즈에 대한 의견 전달
8월 13일(목) KT 홍보실, 광고 중단 불가하나 앞으로 제작시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입장 표명
8월 17일(월) 민우회, KT 광고 올레 시리즈에 대한 광범위한 여론 수렴 및 광고 중단 운동 선언 : MBC ‘생방송 오늘아침’(8시 30분~9시 30분)을 통해 발표
8월 20일(목) KT, 문제 광고 2편에 대한 광고 중단 공식입장 통보
김영미 ● 한국여성우회 미디어운동본부 前 모니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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