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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12월호 [9개의 시선 - 군포여성민우회] 쌈닭의 열혈 지역자치위원회 보고서
쌈닭의 열혈 지역자치위원회 보고서
이현정(쌈닭) ● 군포여성민우회 회원
지역자치위원회, 생협위원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 활동 등…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한번 돌아보려 합니다.
사실 제 주된 활동은 지역자치위원회 활동입니다. 처음 지역자치 활동을 하게 되었을 땐 도통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까막눈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아니 까막눈이 맞습니다. 물론 지금도 많이 부족하고 아는 것은 없지만, 처음 보다야 봐 줄만 한 듯합니다.
처음 활동했던 것은, 꽃 피는 춘삼월, 말이 좋아 춘삼월이지 겨울이나 마찬가지였죠. 중심상가 내 광장에서 전년도 예산분석 내용을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이제 첫 출근, 아니 시민 단체 활동이 뭔지도 모르는 젖병이나 간신히 떼었을까 싶은 저에게 확성기를 쥐어주며 외치랍니다.
이런 걸 시쳇말로 ‘빡세다’고 하는 것이겠지요. 지금 생각하면 저도 참 겁도 없이, 뭔 줄 알고, 심지어 무슨 깡으로 시킨다고 그걸 또 넙죽 받아서 하고 있었을까요?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너무 우습네요. 이렇게 광장에서 한껏 제 목청을 뽐낸 것이 저의 첫 활동이었습니다.
스타트를 그렇게 끊어서인지 새내기 주제에 오지랖도 넓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일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지역자치위원회 활동이 그런 것 같습니다. 오지랖, 하하하……!
지역자치위원회 활동 중엔 의회 모니터라는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고, 나름 열공해야 하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처음 시의회 방청 가던 날. 시 의원도 아닌 저는 왜 떨렸을까요. 방청석에 앉아서 시 의원들을 보며 도대체 의원들이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정녕 한국말인지… 불행 중 다행히 자리는 참 잘 잡아서 앉았습니다. 제 옆 자리에 계신 지역자치위원회 선배님께서 예전 시의원 출신이셨기에 정회 때마다 자상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날 이후, 새내기 지역자치위원들은 매 회기 개회 때마다 참석해 방청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귀가 훈련되지 않고서는 알아듣기 어렵다고 판단해서였습니다. 너무 자주 방청을 가서 였을까요? 어느 날 의원 몇 분이 어디서 방청을 왔냐고 물어보기도 하셨습니다. 시 의원들이 알아주시니 나름 기분도 좋았습니다. 군포여성민우회 카페에 지역자치위원회 활동에 모니터 평가 내용이 하나 둘 쌓이고 있었고, 우리만 알고 있기에 너무 아까운 내용들이 많아 동북민우처럼 작은 신문 하나 만들어 군포 시민과 함께 정보 공유도 해 보려고 계획 중에 있습니다.
우리 활동 중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또 하나 있죠. 예산분석입니다. 무언가 분석한다는 건, 역시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전 직장에서 경리과 업무 경력으로 숫자 보는 것은 크게 멀미 나진 않았지만, 성인지적 관점은 금시초문이었고, 예산서에서 찾아내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나름 경력이 오래된 선배님들의 도움을 빌어 금년엔 보건소 예산 분석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도 일 복 많은 사람 티를 내자면 본부 회의 때 우리 지부가 발표하기로 하고 방문 간호, 산모 도우미 관련 설문과 분석을 숙제로 얻어왔습니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데 처음 참여한 예산분석이라 그런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내심 기대도 되고 혹 미흡한 부분은 얼마나 될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의회 방청과 예산 분석을 하는 중에도 쉬는 타임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지역 사안이 아주 많기 때문이죠. 경기도 교육감 선거가 있었고, 선거 이후 경기도 군포·의왕교육청의 주민참여예산 지역자문위원회에 지원하여 교육청예산을 살펴보기도 하였습니다. 교육청 직원들은 도교육청에서 하라니 우린 그냥 한다는 식의 의욕도 없고, 한마디로 하기 싫은 일 억지로 만들어서 한다는 티 팍팍 내주며 주민(주민참여예산 지역자문위원)들을 어이없게 만든 일이었습니다. 결론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억지춘향으로 한 일이 무슨 결과물이 있을 수 있겠어요. 지방 공무원들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일이 어디 이 뿐이겠습니까? 또 우리 지역의 큰 화두 중 하나는 관내 쓰레기 소각장에 타 지역 쓰레기 유치 관련 문제였습니다. 이게 아주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이라 몇몇 단체가 모여 연대 결성 후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참, 빠뜨릴 뻔한 업적(?)이 있었네요. ‘2009 군포여성민우회 - 민우어린이학교’입니다. 우리 지역 알기와 성평등을 모토로 사회·경제·정치학교로 총 3회기에 걸쳐 진행하였습니다. 어찌나 똘똘한 녀석들인지, 정치학교 때는 시 의회의 도움으로 모의 의회를 열어 아이들이 직접 시의원이 되어 조례 제정 과정을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이때 의회 모니터링에 기본이 되는 부분을 많이 공부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지역자치위원들의 또 다른 행적을 살펴보자면, 생협위원회에서 ‘녹색 구매 주부실천단’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죠. 먹을거리 개선이야 말로 지역자치와 뗄 수 없는 상관관계라는 생각 때문이죠. 먹을거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역 주민, 특히 주부들과 소통하면서 지역 운동으로 확산할 수 있는 동기도 될 수 있고, 우리 민우회를 지역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무국에서는 상반기 ‘하루 밥집’에 이어 하반기에 ‘바자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 때 지역자치위원들 뭐 했냐고요? 하하하! 몸으로 떼웠습니다. 열심히 나르고 공수해 온 상품들 종류별로 구분해 정리하고, 또 열심히 팔았고요.
상담소에서는 평등지킴이 ‘2009 줌마 프로젝트’라는 특급 작전이 전개 되고 있습니다. 상담원교육으로 출발하였지만 운동의 폭을 넓혀 지역자치 활동과 연계함으로써 ‘폭력 없는 평화마을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두순사건에서 알 수 있듯 아동 성폭력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우리 마을의 아동성폭력 지원체계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고 활용되고 있는지 조사하고 분석하여 군포민우 10주년 기념식에 토론회를 열 예정입니다. 350부의 설문지를 돌리고 회수하여 코딩하느라 밤샘 작업을 하면서 상근 아닌 상근활동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10주년 행사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오지랖 넓은 지역자치위원회가 가만히 있을 수 없잖습니까? 그래서 10주년 행사 때 무얼 하냐? 하하하, 회원들과 함께 춤 공연이 있습니다. 몸치이신 분도 있고, 전공이 무용이라 너무 빼어나게 잘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저는 연습이 너무 부족하고 몸도 잘 따라주지 않아 바보분장을 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모든 활동이 공부의 연속이고 열정, 애정이 기본일 것입니다. 특히나 지역자치위원회 활동은 이 모든 활동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지역자치위원회 선생님들께서는 다들 어떤 인연으로 지금 이렇게 열심히들 지역 운동, 여성 운동에 매진하고 계실까요? 제가 농담 반, 진담 반 위협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열과 성의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입니다. 저뿐 아니라 우리 군포민우 나아가 전 민우회 모든 분들이 제 마음과 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현정(쌈닭) ● 앞으로 50년 100년 세상의 절반인 우리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줄 민우회, 파이팅! 쌈닭은 지역자치의 의욕 넘치고 재치있는 새내기회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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