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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12월호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이제는 자전거 메신저!
이제는 자전거 메신저!
나은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누비는 ‘자전거 메신저’다. 사람들이 서류나 책, 작은 물건이나 상자를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을 때, 나는 자전거로 대신 나른다. 우편이나 택배가 있지만 하루 이상 걸리고 너무 느린 경우도 있지 않나. 한 나절 안에, 또는 2~3시간 안에 물건을 보내야 한다면, 자전거가 제격이다. 이쯤 되면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다. 오토바이 퀵과 비슷한데, 다르다. 우리는 자전거다.
어느 식당에 배달을 갔을 때다. 자전거로 배달한다고 했더니 주인은 “자전거로 다니면 힘들지 않냐”며 “오토바이를 한 대 사지 그러냐”고 물었다. 또, 자전거 메신저 서비스를 소개할 때 종종 “오토바이보다 많이 느리지 않냐”며 묻기도 한다. 이 질문들의 배경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왜 굳이 자전거로?’ 나도 종종, 아니, 매일 생각한다. 이 일을 하는 것은 ‘삽질’인가, 아닌가. 우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가장 궁금해 하는 ‘돈’에 대해 생각해 보자. 수입, 안 된다; 법정최저임금을 달성하는 사태는 안 벌어질 거라고 당당하게 생각하고 있다.
건강엔 좋을까? 바야흐로 ‘4대강’이 유유히 흐르는 ‘녹색세상’이 도래하사 자전거는 건강과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첨병이 아닌가! 물론 자전거 출퇴근과 자전거 여행은 내 몸을 가볍게 해 주었고, 만성 운동부족이던 나의 건강 고민을 확 덜어주긴 했다. 하지만 ‘노동’으로 자전거를 타는 건 좀 다르더라. 맡은 물건, 그래도 신속하게 갖다드려야지 하는 강력한 책임감에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혼잡한 도로를 비집고 같이 달리고 있으면, 인간의 호흡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분명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고 배웠는데,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다시 이산화탄소를 내뱉을 수도 있는 것 같다.
교통사고 위험. 누군가 그랬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자동차 앞의 모든 것들은 그에게 ‘방해물’로 보인다.”고. 분명 도로는 다양한 속도의 바퀴달린 것들이 조화롭게 달릴 수 있어야 하지만 이 거대 도시의 도로는 자동차가 ‘독점’하고 있어서 자전거나 짐수레는 방해꾼 취급을 당한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앞에서 얼쩡대지 말고 빨리 안 비켜?”라고 고함치는 빵빵이 소리를 듣는다. 사실상 ‘나를 공격하는’ 느낌을 받다 보면 뒷골이 슥 땡겨 오기도 하고, 종종 의도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칠 것처럼 위협하는 운전자들도 있어서 싸우기도 한다. 자전거 도로라는 게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서울의 자전거 도로는 대부분이 인도에 줄 그어 놓거나 포장 색깔 조금 달리 해 놓고 사람 걸음걸이보다 대 여섯 배는 빠른 자전거가 사람과 같이 달리라고 만들어 놓았다. 그건 자전거 도로가 아니다. 사람 칠까 두려워 달릴 수가 없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도의 가장 우측 차선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이쯤 얘기하면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속담이 생각나려나?
그래도 자전거다! 우리는 석유를 태우는 엔진을 자전거로 대체하더라도 할 수 있는 있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외국에선 자전거 발전으로 콘서트를 열고, 자전거로 이삿짐을 나르고(!), 자전거로 캠핑을 하는 동영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짐 나르는 것도 원래는 자전거의 일이었다. 만약 지금까지 오토바이를 이용한 당신이 자전거 메신저를 이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고갈을 향해 달려가는 석유 소모를 줄이게 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매연에선 환경과 건강을 해치는 각종 화학물질들이 뿜어져 나오는데,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셈이다. 또 시끄러운 엔진 소리도 줄일 수 있어 소음도 줄인다.
기존의 퀵/택배 업계는 출혈 가격 경쟁이 심해 대부분이 특수고용직인 노동자에게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강도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부득이하게 요금을 오토바이 퀵 가격과 비슷하게 받고 있지만, 우린 노동자를 쥐어짜는 경쟁엔 동참할 생각이 없다.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위계적인 사장-직원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이 모두가 평등한 ‘조합’ 형태를 지향한다. 자전거 메신저 요금제 중엔 특이한 할인 제도가 있다. 바로 ‘자출 할인’이다. 보내는 이가 자전거를 출퇴근 등의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천 원을 덜 받는다. 자전거로 일하다 만나게 되는 이에게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를 타 보길 권한다. 거리에서, 도로에서 더 많은 자전거를 볼 수 있을 때, 갑갑하고 숨 막히는 도시에 점점 더 숨통이 틔어갈 거라 믿기 때문이다. 자전거 하나만으로 환경과 노동,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다. 자전거 메신저를 이용할 이유, 충분하다.^^
자전거 메신저를 시작한 지 반 년이 지났다. 처음엔 공치는 날이 더 많았지만, 신기하게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찾아 주시고, 격려할 때 정말 신이 난다. 이렇게 살다 보면 좀 더 ‘나은’ 세상도 꿈꿀 수 있겠지 싶어 오늘도 변함없이, 자전거로 고고싱~
자전거 메신저 블로그에 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메신저가 찾은 ‘좋은 곳’ 정보도 많이~
(http://www.blog.jinbo.net/ messenger)
나은 ● 자전거를 타고 이곳 저곳 둘러보고,
이이 저이 만나면서 어떻게 살면 좀 더 나은가.. 탐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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