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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12월호 [마포나루에서] 성산동의 그나마 맛 집을 소개합니다! (그맛소)
성산동의 그나마 맛 집을 소개합니다! (그맛소)
강선미(폴) ● 한국여성민우회 노동반차별팀
민우회가 평동 일대에서 ‘주름’잡던 ‘과거’를 뒤로 하고, 성산동 시대에 들어선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간다. 새 사무실, 새 동네, 새 산책로, 새 얼굴들 덕분에 마음만은 봄 같지만 거의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평동에 대한 그리움에 ‘입맛’을 다시는 날들이 잦아졌다는.
성산동엔 없지만 평동엔 많은 것. 그건 바로 내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혀 있는 <맛 집>. 평동 시대에는 그 진가를 몰랐던 맛 집들. 배곯은 이들의 발길을 잡아끌며 그 뱃속을 만족스럽게 채워주었던 수많은 식당과 술집들이 절로 생각날 만큼 우리의 식성은 평동에 길들여졌드랬다. 이제는 성산동에 뿌리를 내려야 할 터, 몸이 가는데 마음도 가야하고 무엇보다 입맛도 맞춰 따라 갈 수밖에. 더구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되기 30분 전부터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주문할지, 어디가 맛있을지 등 어느 회의 때보다도 무척 진지하고 활기차게 의견을 나누며 중론을 모아 밥을 즐기던 활동가들이기에 그나마 맛 집이라도 서둘러 섭렵해야 했다.
이 지면을 빌어 여전히 ‘구강기’에 머물고 말아버린 우리의 입맛을 충족시켜줄 그리고 회원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이어갈 맛 집들을 찾기 위해 1년 동안 탐구한 결과를 간략하게 소개해볼까 한다.
먼저, 이사와 대청소를 하던 날 아침부터 들이마셔야 했던 먼지 때문에 삼겹살에 대한 욕망은 절로 우리를 <방목장>으로 이끌었다. 고기가 싫다면 생선조림 또한 맛있다. 생각을 하니 또 군침이 돈다. 그리고 나루에 먼저 이사해온 단체의 소개로 알게 된 <행복한 마당>에서는 생선구이와 찌개류를 득템할 수 있다. 배달 온 사장님이 “여기는 뭐하는 데에요?” 라며 호기심을 보이시기에 여성 운동하는 단체라고 소개하였더니 망설임 없이 회원 가입을 하셨다. 라볶이와 김밥이 참 맛있는 <김가네> 사장님도 거의 매일 주고받는 김밥들 틈 사이로 싹 튼 훈훈함에 회원으로 함께 해주셨다. 우리의 원초적 욕망을 채워주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의 운동도 지원해주시니 너무도 감사할 따름.
배달이 되지 않는다는 게 유일한 단점인 <돈가스 참 잘 하는 집>은 정말 돈가스를 잘 한다. 기름지지 않아 담백하고 무엇보다 돈가스가 나오기 전에 빈속을 달래주는 스프에 후추를 착착 뿌려 먹는 맛도 제법이다.
간만에 바깥으로 외식하러 가는 기분으로 사무실 밖으로 나오면 <왕뼈 감자탕> 집도 있는데 추운 날 완전 추천이다. 참고로 여기에는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가 제공되지 않는데 국물에 이미 간이 쪽 배어 있어서 전혀 싱겁지 않다. 놀이방이 있는 식당이라 아이와 함께 해도 좋은 식당. 감자탕은 소주를 부르고, 쌀쌀해지는 날씨는 순대국을 부른다. 일단 <순대 1번지>의 뚝배기를 마주하게 되면, 안경에 서리가 화악- 생길만큼 뜨끈뜨끈한 국물에 쉬이 매료될 것이다. 질겅질겅 씹히는 순대의 맛!
인생이 서러워질 만큼 아플 때는 죽이 생각난다. 아프지 않더라도 편하게 소화될 끼니를 찾는다면 <고려죽>이 있다. 전화로 미리 주문하면 뱃속의 요동을 빨리, 부드럽게 진정시킬 수 있어 더욱 좋다.
월급날이면 왠지 스파게티를 먹고 싶어진다. 매일 먹는 밥이 조금 지겹거나 멀리서 온 친구를 접대하고 싶을 때 가게 되는 <상하이 스파게티>. 맛도 맛이지만 1,000원만 더 내면 면 추가를 하여 배불리 먹을 수 있어 금상첨화.
밥만 먹으며 살 수는 없는 일.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알코올 한 잔의 위로를 받으려 한다면 망원역 근처에 있는 <놀이터>와 우체국 사거리에 위치한 <COOL>이 있다. 사무실과 가까워서 선호했던 <COOL>에서 수다를 펼치다보면 다른 층 활동가들과도 자주 마주쳤다. 나루복도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술집에서 마주치면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얼굴색은 이미 붉어져 마치 단풍 든 것 같이. <놀이터>는 생긴 지 오래 되지 않은 술집이다. 안주도 맛있고 쾌적한 분위기이다. 베란다처럼 유리문이 활짝 열려져 있어 답답하지 않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아침에 출근해서, 점심 먹고 졸릴 때, 간만에 친구가 친히 ‘면회’를 와주었을 때, 회원모임 활동회원들과 소담스레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맛과 정성으로 따지면 마포 근방에서는 최고로 꼽히는 우리의 <카페 문>이 있다. 나(디아)바리(스타)의 커피는 언제나 따뜻하고 그 맛이 깊다. 물론 카페 문에서도 맥주와 맛있는 안주를 맛 볼 수 있다.
몇 군데가 더 있지만 지면 관계 상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성산동의 <맛 집>을 계속 업데이트 시키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아무튼 맛 집을 소개하고 나니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마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겠다 싶다. 아참, 배와 마음을 채운 뒤 사무실 근처 낮은 성미산을 올랐다 내려오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세한 안내는 나루 3층 앞에서 폴을 찾아주면 되겠다.
강선미(폴) ● 싱숭생숭한 폴은 기쁠 겁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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