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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12월호 [문화산책] 내 얘기 좀 들어봐, 엄마! 그녀들의 이야기 - 어르신 연극동아리 그 첫 번째 번째 이야기
[연극 ‘내 얘기 좀 들어봐, 엄마!’는 성미산마을극장의 어르신 연극동아리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성미산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몸으로 부대끼며 찾아낸 그/녀들이 말하고 싶었던 주제인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각자의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서로 다른 이의 삶을 연기하면서 채워간 연극이라고 한다.
11월 21일 직접 찾아가 보았던 그 자리에서의 그녀들의 모습엔 온전함이 있었다.
가족들과 낯선 이들을 향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그녀들의 삶을 이해하기 충분했다.
아직은 낯선, 그렇지만 언젠간 곳곳에서 어르신들의 문화 참여활동이 펼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이 연극이 발표되기까지 어떠한 과정들이 있었는지 읽어 내려가 보자. ]
내 얘기 좀 들어봐, 엄마! 그녀들의 이야기
- 어르신 연극동아리 그 첫 번째 번째 이야기
제제 ● 성미산마을극장
“그래서 엄마한테 가스레인지 생일선물로 하겠다고 어떻게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딸이 6살 때니까. 말이나 제대로 했겠어. 그냥 슬픈 표정으로 안쓰럽게 말했던 거 같아. 그런 표정 좀 지어봐. 그리고 엄마는 아이를 좀 더 꼭 껴안아 줘야지”
공연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연습실, 6명의 어르신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기도 하고, 한마디 한마디에도 까르르 넘어가기도 한다.
“마지막 말은 그래도 대본대로 해줘야 내가 하지. 대사 그만 바꿔!”, “그래, 그때 회충약은 카라멜 같았어, 그럼 영양제를 카라멜로 바꿀까?”
다른 사람의 연기에 훈수를 들기도 하고, 연출이 되기도 한다.
첫 번째로 올리어지는 어르신 연극동아리 공연은 “엄마”라는 주제 안에서 우리 엄마들의 모습을 담은 연극이다.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다보니, 극중 대사는 추억 속 이야기들이다. 엄마이기 이전에 꿈이 있었던 본인의 어린 시절, 자식을 낳고 키울수록 생각나는 엄마의 엄마 이야기, 자식을 키우며 느끼는 희로애락, 그리고 노년기에 접어든 현재의 삶에 대해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그녀들’이라는 설정으로 풀어내었다.
지난 4월, 성미산마을극장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같이 활동하는 짱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마을 연극동아리 ‘무말랭이’처럼 세대별로 연극동아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 그럼 해보자~ 그런데, 어떻게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마침 교육연극연구소 PRAXIS에서 서울문화재단 노인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을 낸다는 이야기에 ‘그래 그거 성미산마을극장에서 해보자!’ 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PRAXIS연구원들과 지금의 노인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시간들이 가벼운 여가시간의 활용으로만 보기보다는 어르신들이 삶을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이것을 연극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녀와 부모세대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교육연극의 방향을 정했다.
6월 어렵게 어르신들을 모았다. 마을 곳곳에 안내지를 붙이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꼭 얘기해 달라고 꼬시기도 하고^^ 그런데 도통 모이지 않는다. 이유인즉 “연극? 내가 어떻게“, “우리 손주 키우느라 짬을 내기가 힘들어”라고 말하시곤 했다.
그래도 아름아름 소개로 와서 함께하다가 몸이 아파서, 힘들어서, 시간이 안되어 들렀다 갔던 소중한 분들, 그리고 6개월을 지키며 이제 남은 6명의 어머니들이 이제 공연까지 하시게 되었다.
“내 얘기좀 들어봐! 엄마”라는 이야기로
엄마라는 주제를 잡고 많은 이야기와 몸짓 표현들을 해가며, 추억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한다. 연극동아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일을 뒤로 미루고 손주를 보면서 드는 아쉬움도, 자식들 반찬을 해다 줘도 고맙다는 말도 안하는 딸에 대한 서운함도, 아직도 차려줘야 밥을 먹는 남편의 이야기에도 모두 공감을 해준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쩔 수 없어”라는 말보다. “그래, 내가 즐거워야해”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분들. 그분들에게 오늘의 연극이,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또 다른 추억 속에서 진한 밑줄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어색해서 싫다는 데, 밥 사주고 차도 사주면서,
“엄마가 꼭 했으면 좋겠어, 한번만 해봐”하는 간곡한 말에 시작했다는 마리나님
●어린 시절 TBC에 합격했는데, 할아버지가 집안에 딴따라 나온다고 못하게 해서,
지금까지도 아쉬움을 갖고 있는 니나노님
●보기만 했던 연극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도 못하다가
그것을 깨고 직접 해보고 싶어 문을 두드렸고, 이제는 몸짓표현 1인자가 된 코알라님
●삶의 깜짝이벤트 같은 시간을 산다는 나무님
●따뜻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재미있고, 나의 새로운 재능의 발견이 즐거운 종달새님
●50대라는 젊은 나이에 인생선배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 예습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채송화님
모두~~ 파이팅!! 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삶인지, 우리는 어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한 발자국 먼저 삶을 걸어가고 있는 인생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울 수 있었고, 그 시간들을 이번 연극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제제 ● 문화예술, 예술교육, 공동체, 마을, 지속가능, 즐거움의
키워드가 잘 연결될 수 있게 하는 일, 참 어렵지만 놓치 못하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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