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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12월호 [기획 -공간을 말하다]우리들의 행복한 공간
우리들의 행복한 공간
아기곰 ●
# 1. 어린 몽상가, 아주 작은 다락방
별로 멀지 않은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 집에는 아주 작고 아늑한 다락방 하나가 있었다. 다락방의 천정은 낮았고, 대롱대롱 백열전구가 매달려 있었다. 가끔 천정위에서 쥐들이 ‘다다다닥’ 마라톤 경주라도 하기 시작하면 동그란 백열전구는 ‘지지직’거리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용하지 않는 나무 밥상으로 만든 좌식 탁자위에는 고모에서 삼촌으로 그리고 언니들에게로 내려온 빛바랜 책들이 있었다. 탁자 아래에는 아이가 숨겨둔 깡통 있었는데 그 속에는 오색 빛 유리구슬알과 철이와 메텔이 그려진 동그란 종이딱지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아이의 보물 1호였다. 언니들이 모두 학교에 가면 아이는 그곳에서 이웃 아이들과 그림도 그리고, 미용실 놀이도 하고, 공깃돌 놀이도하고 낮잠도 잤다. 그곳은 스필버그의 ‘환상특급’에서 나올 법한 상상력과 꿈이 녹아든 즐거운 공간이었다. 아이는 톰 소여 모험을 읽으면 뗏목을 타고 모험을 떠나고, 보물섬을 읽으면 넓은 바다를 항해했다. 때때로 꾸지람을 듣거나 속상한 일이 있는 날엔 그곳은 “괜찮아,괜찮아,괜찮아” 하며 아이를 위로해주었다. 아이에게 그 작은 공간은 한없이 아늑하고 푸근한 공간이었다.
# 2. 사막위에 떨어진 그녀의 눈물
그녀는 오늘도 붐비는 지하철 인파들 속에서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어두운 창으로 비친 자신을 본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내 곁에 무표정하게 서있는 저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하루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 같은 모습들이지만 어느덧 스치고 지나가는 역들처럼 그녀의 삶은 흘러 낯선 ‘오늘’에 도착한 것이다. 사막에 모래바람 불듯 건조한 그녀의 오늘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낯선 서울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때, 공부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던 그때, 좋아했던 일을 하게 되었던 그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그때는 분명 지금보다는 말랑했다. 누군가 말했듯이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습관이 되고, 복잡한 것들이 점점 더 가미되어 급기야 의무가 되어 버리면 즐거움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하도를 빠져나와 유일한 위안인 커피 한잔을 사들고 일터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밤, 그녀는 한껏 쳐진 어깨로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 어깨에 묻어온 일상의 고단함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씁쓸한 외로움도 그리고 무수한 관계들에서 만들어진 상처들까지 제 먼저 위로해달라고 그녀에게 매달린다. 오늘도 그녀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훌쩍거린다. 그 눈물로 현실과 과거 그리고 꿈의 경계가 녹아 흘러내릴 즈음, 그녀는 어린 시절 작은 다락방을 떠올리다 잠이 든다. 그 작고 선한 공간은 놀랍게도 아이가 성장한 다음에도 꿈속에서 조차 푸근한 느낌과 잔잔한 여운을 선사 한다.
# 3. I am calling you
라스베가스에서 어디론가 뻗어있는 사막의 길, 구부러진 모퉁이의 고장난 커피머신이 있는 조그만 카페가 있다. 그곳엔 남편과 자식들, 그리고 일에 치여 사는 브랜다가 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쟈스민이 찾아오면서 생명력 없던 그녀의 일상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커피가 없던 카페에 커피가 생기고, 쟈스민의 마술로 인해 손님들도 찾아오기 시작한다. 공격적이며, 굳은 표정이었던 브랜다의 얼굴에도 웃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브랜다는 쟈스민을 통해 황량한 사막위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이다.
도시의 회색빛 건물들은 햇볕과 바람을 막고, 인공불빛으로 별빛을 차단하며, 빗물조차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 포용력을 잃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표정이 사라지고, 마음도 굳어져만 간다. 공간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무언가’를 ‘누군가’를 담기에는 어린 시절의 작은 다락방보다 여유가 없다. 어쩌면 삭막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브랜다와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들에게도 황량했던 브랜다의 일상에 찾아온 ‘쟈스민’과 ‘바그다드 까페’는 가능할까? 만약 그곳이 나를 불러주고, 내가 너를 불러주고, 네가 나를 불러준다면 어느덧 그곳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 4. 곰이 달다방에 간 까닭은?
곰은 이번 달부터 민우회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곰은 강의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부지런을 떤다. 시민공간 나루 1층에 있는 ‘카페 문’ 일명 ‘달다방’에 가기 위해서 이다. 까페 문은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시민공간 나루에 그리고 민우회의 활동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의미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소담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커피는 생산자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공정무역 커피이며, 카페지기가 직접 볶아 내려준 커피의 맛은 아주 일품이다. 달다방이 더욱 끌리는 이유는 까페지기 나디아의 매력 때문이다. 나디아가 내려준 커피는 옅은 아메리카노에 익숙한 브랜다에게 내려준 쟈스민의 유럽식 진한 커피 맛을 닮았다.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잠을 설쳤던 나에게 조분조분 타롯카드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나디아의 모습에서 마술사로 변신한 쟈스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곰이 달다방에 간 까닭은? 달다방이 곰을 불렀는지, 곰이 달다방을 불렀는지 아니면 서로가 불렀는지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분명히 달다방은 곰 곁에 이미 다가왔고, 건조한 곰의 일상에 오아시스가 되어준 것은 분명하다. 오늘도 곰은 달다방에 간다.
#.5 세상에 이런 공간이
우리는 ‘놀이터’하면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영국과 일본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노인전용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에는 노화로 굳어진 신체부위를 자극시키는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노인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 할머니는 말한다.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웃고 놀다보면 더욱 건강해지고, 젊어지는 것 같다”고…….
우리들의 곁에도 겨울이 성큼 다가 왔다. 어둡고 긴 겨울이 시작되면 북유럽의 사람들은 겨울동안 일조량이 적어 수면장애나 계절성 우울증 등에 시달린다. 겨울 중 가장 어두운 시기에는 한 달 동안 태양빛이 30시간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우울할 것 같다. 그래서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빛을 쪼이는 카페가 등장했다. 그 카페의 이름은 ‘루나’이다. 카페 주인장은 우울증으로 병원에서 빛 치료를 받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로 좀 더 즐거운 공간에서 빛을 쪼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루나’를 열었다고 한다. 빛 카페 ‘루나’를 찾은 사람들은 말한다. “햇빛이 부족한 이들에게 빛과 소통의 시간을 선사한 아주 고맙고, 즐거운 공간 이다”라고…….
세상에는 무수한 공간이 있다. 그중에서도 상상력과 꿈을 담은 공간은 일상에 유쾌한 변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 자, 이제 우리들의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
아기곰 ● “우주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 시각 A.M 11:11, 이제 겨울잠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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