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12월호 [민우ing] 가난한 ‘우리’가 사는 세상
가난한 ‘우리’가 사는 세상
[가난한 ‘우리’에 대한 보고서] 프로젝트를 마치며
김희영(꼬깜) ● 한국여성민우회 정책기획팀
‘가난’프로젝트가 드디어 끝났다. 5월부터 10월까지 꽉 채워 6개월의 시간이었다.
숱한 회의와 사례조사, 면접조사, 토론회까지 거쳤다. 민우회 회원을 포함하여 총674명의 소중한 사례가 쌓였다. 끝났다고 말하니 다시 시작이다.
가난한 ‘우리’에 대한 보고서, 그 과정에 대한 짧은 속풀이 시간.
가난, 대체 뭐여?
대부분의 사례에서 가난의 이미지를 ‘혼자됨’, ‘우울’, ‘굴레’, ‘대물림’, ‘포기’ 혹은 ‘가난한 이의 따뜻함’, ‘오히려 존재하는 희망’ 등으로 유사한 인식에 근거해 서술했다.
나조차도 가난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다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난을 설명하기라는 큰 파트 안에서 가난에 대한 이미지, 본인의 가난 경험여부, 가난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에 대한 주관적 이유 등의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답변은 개개인의 경험에 의거한, 언론에 영향 받은(가난한 이들은 캔디, 동정, 루저, 착한, 처절한), 남들과 비교하여(상대적), 보릿고개와 친구로(절대적) 인식되어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 알아야 할 것은 간단했다. 추상적이고 정태적인 개념인 빈곤을 ‘살아있는’ 역동적인 언어로, 사례로 드러내는 것. 개개인의 사례와 경험에 의거한 빈곤개념의 확장, 확장의 포인트 잡기, 그리고 나의 가난을 넘어 어떻게 ‘우리’로 연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으로 물길 트기. 이 프로젝트는 결국 이 물길에 대한 과정이자 질문이다.
해야 할 것, 검토할 것, 그리고 움직일 것
● 10교시를 7교시로 바꾸겠다는 이명박은... 감성부터 다시 배워야...
● 개천에서도 용 날수 있기를
● 계급이나 정체성에 관계없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문화접근성 강화
● 돈 없는 사람도 집 걱정 없는 국민임대주택 확충,,무분별한 재개발 개선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혜택강화, 특히 비혼 여성들만 위한 주거단지가 조성되었으면...
● 적어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한 사람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
● 정치적인 의식 수준변화. 정치권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보다 국민 스스로 투표참여를 높여 정치의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음.
● 경제성장이라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러한 의식을 조금씩이라도 바꾸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의 결과 과연 누구에게?1)
설문 중에 가장 작성률이 높은 답변은 사회권영역의 질문이었다. 주거, 의료, 문화, 교육, 경제 등의 사회권영역에서 변화되어야 할 것, 다시금 검토해봐야 할 내용, 그리고 ‘우리’가 한 걸음 퇴보된 사회에서 움직여야 할 것은 무엇일지에 대한 개개인의 답변이자 현재 처한 한국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빈곤이라는 주제가 이러한 다양한 삶의 영역 안에서의 인식, 경험과 맞물려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빈곤을 사회적 배제와 관계망의 결핍에서 더 나아가 시민사회에 주체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의 박탈’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탈 빈곤의 핵심을 확장된 관계망의 구축을 통한 사회적 힘의 강화에서 찾는다. 사회적 힘의 강화는 정치세력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권리확보의 정치(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사회/문화적 권리확보)’를 통한 기본적 욕구의 권리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위해서는 현재 당연히 개인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분야들에 대한 공공성의 부여를 위한 담론의 요구가 확인되었다.
토론회에서 얻은 것
10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번 ‘가난’프로젝트 보고서 결과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발제의 대부분은 이 모든 설문과 면접조사의 내용이 귀결된 것은 사회권이라는 ‘욕구’를 어떻게 정치화할지에 대한 기초자료로서 개개인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의미 있는 토론도 이어졌다.
- 지금까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비춰져서 빈곤의 영역에서 사회권을 권리로써 받아들이는 측면이 적은 상황에서 자유권적 기본권이 우리사회의 일정하게 달성됐다라고 생각한다. 공권력이라는 탄압이 점차 제거되면서 삶의 요건, 사회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다시금 필요한 시기로서의 현재에 대한 점검이 요구된다.
- 사회권의 법적 구속력과 국가의 이행 의무, 국가가 이행하지 않는다면 어떤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운동적 고민이 필요하다.
- 한국에서 사회권 영역 중에 주거에 대한 권리의식이 상당히 높지 않은 상황을 토대로 권리 자체로서 주거를 바라보기 위한 인식변화의 필요성과 더불어 주거를 권리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 사회의 원인 분석과 대안 마련, 다양한 운동체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
이 사업의 제목은 빈곤이라는 수없이 반복된/배제된 ‘그들’과 빗겨난 ‘우리’라는 단어의 전략적 활용에 근거한다. ‘우리’는 언제나 위험한 단어였다. 이분법이 얼마나 끔찍한가. 하지만 ‘우리’로서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상상조차 하지 못할 주제라면 우리라는 단어는 단순히 이분법에 갇혀있지 않다. 빈곤이란 주제가 배제된 그들과의 차별성을 보장받고 싶은 ‘우리’로 활용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선택된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보고서에는 드러나지 않았다.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과 다른, 동성애자에게 이성애자와 다른, 장애인이기 때문에 비장애인과 다른 차별과 빈곤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드러내기에는 설문 문항의 추상수위가 높았고 빈곤이란 주제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범주화와 정확한 목표설정이 필요했다. 빈곤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질문하다 보니 중요하게 건드릴 것이 무엇인지를 손에 넣기 어려웠고, 정체성과 연동되는 빈곤의 세계에 대한 전제와 가설은 세웠지만 정확하게 어떤 소수성을 건드릴 것인지에 대한 초벌 논의가 부족했다.
사례는 옆에서 속삭이는데
연구 사업이자 빈곤이라는 거대한 주제의 무게에 짓눌려있었다. 기존에 주례사, 가족차별, 나이차별 등과 같이 차별이란 단일한 주제로 진행했던 사례조사의 경우 범주화와 ‘드러내기’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그것만으로 대안과 실천을 말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가난’ 프로젝트는 작은 사업으로 진행하기에는 ‘누구를?’ ‘어떻게?’ 무엇을 목표로 할지, 전제한 빈곤의 개념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하는 것 자체에서부터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다. 700여명과 설문 참여자와 18명의 심층면접 참여자의 사례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괜히 옆구리가 쑤시다가도 주제가 갖는 어려움을 풀어가기 위한 ‘시작’의 단계로 의미 있지 않을까 위로한다. 이 속삭이는 사례로 민우회는 내년에 어떻게 빈곤, 사회권, 차별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할 시간이 오고 있다.
아, 토론회 자료집을 구매하시려면 민우회 꼬깜을 찾아주시길!
☎ 02.737.5763
1) 설문문항 38번 “의료, 주거, 문화, 교육, 경제 영역에서 한국사회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 중 발췌함.
● 김희영(꼬깜): 겨울이 오고 있다. 09년도 끝물이다. 연말엔 항상 시간과 나이에 충격 받는다.
밥은 더 맛있다. 운동을 해야겠다. 여행도 갈꺼다. 눈도 맞겠지.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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