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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12월호 [민우ing] 11월의 민우회 인문학의 매력에 풍덩 빠지다
11월의 민우회 인문학의 매력에 풍덩 빠지다
정은지 ● 한국여성민우회 교육연구팀
11월 한 달 동안 민우회에선 매주 목요일 인문학 강좌 『한 뼘 인문학 - 삶의 갈증을 해소하다』가 열리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열리는 대중강좌가 올해는 인문학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원래 올해 가을에는 다양한 2~3개의 대중강좌를 진행하려 했고 그중 하나가 이 인문학 강의였는데 여성주의 강의, 여행과 커피 등에 대한 강의가 취소되면서 하반기에는 문소리와 함께 하는 다다다(다양한 사람들이 다채롭게 푸는 수다)와 인문학 강좌만 진행하게 되었다.
대중과 함께 하는 다양한 지점의 강의라는 해답을 풀고 싶었는데 커피는 카페가 오픈되고 난 이후 다른 방식의 강의로 여행은 함께 살고 있는 나루의 다른 단체들이 진행하는 강의가 비슷한 시기에 있어서, 여성주의 강의는 올해의 아이템이 별로 새롭지 않아 보여서 폐기되었고 인문학 강좌가 올 가을 민우회의 주요 대중교육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작년부터 인문학 강의가 사회 전반적으로 부상하였고 다양한 강의가 열리고 있어 민우회도 해 보면 좋겠다는 발상이 인문학 강좌 기획의 시작이었고 기획을 위해 전문가를 소개받아 자문을 구해 강의가 구성되었다.
그때 자문을 받기 시작한 분이 지금 강의를 하는 인문학 강사 박민영이다. 첫 만남에서 어떤 주제의 강의가 부상하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인문학 강의가 호응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제위기와 정치위기가 겹쳐지면 인문학 강좌가 부상하고 과거에는 2차 세계대전 후에 그러한 유행이 있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초반에 자문을 받을 때만 해도 갈치조림의 정치학처럼 일상의 자잘한 욕구에서 철학적인 접근을 꾀하는 그런 강좌를 기획 중이었는데 강사 분을 계속 만나면서 사람들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살며 느끼는 혼란과 답답함을 해소하기에는 좀 더 거시적인 내용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획 방향이 변경되었다.
기획을 위해 박민영씨를 만나면서 첫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원하게 깎은 머리와 강한 사투리, 독특한 말투, 다소 작은 목소리였다. 강사라고 알고 있었는데 달변이시진 않구나 ㅎㅎ 뭐 이 정도의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2~3번 계속 만나면서 박민영씨의 독특한 말투가 나름의 이상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보다는 2번째, 3번째에 얘기가 훨씬 쏙쏙 들어왔다. 또 사회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강의를 할 수 있는 분야가 넓고 어떠한 주제도 얘기할 수 있다고 하는 강점도 강사로서의 매력이었다. 그래서 결국 박민영씨와 함께 하는 인문학 강의로 교육을 구성하였다.
민우회의 어떤 강의도 지금까지 한 명의 강사와 쭉 4주를 갔던 적이 없어서 우려를 하였지만 인문학으로 사회읽기라는 주제, 박민영 선생님의 강의스타일 모두 한 주가 아닌 긴 호흡을 요하는 것이라 4주 강좌로 기획되었다. 진행하면서 내가 느꼈던 강사분의 강의스타일에 대한 호감이 교육생에게도 통할까 하는 걱정을 했는데 인문학 강좌가 시작되면서 걱정도 사라져갔다. 첫 주에는 사투리가 잘 안 들린다던 분들이 점점 박민영선생님의 말투에 익숙해하고 독특한 캐릭터에 적응해가며 재밌어하고 있다. 다소 시니컬한 말투, 웃음의 포인트가 어디일지 싶은 묘한 유머와 사회를 보는 통찰력 있는 시각, 강한 사투리억양 등이 하나의 매력 있는 캐릭터로 다가온다고나 할까?
인문학강의를 못 들었던 분들을 위해 맛보기로 지금까지 강의의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해 보자면, 1주강의 중 ‘당신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있는지, 그것이 현재의 당신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하는 질문이 있었다. 그날 당장 집에 가서 나도 내 책장을 내가 읽는 책의 분류와 목록을 살피게 되었다. 서재에 과거의 고전만이 먼지 낀 채 가득하다면 현재와 소통하기 어려울 수 있고 현재의 트랜드 중심의 책만 가득하다면 아마 세상을 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사람에 따라서는 사회과학만 혹은 자연과학만 읽기도 하고 소설만 읽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독서스타일과 독서량이 현재 나를 구성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강사는 이런 얘기도 했다.
“산에 있는 큰 나무가 있다면 그늘이 있어 좋지만 한편 생각하면 그 나무의 필요성이 적어서 일수도 있다. 땔감이나 장식으로 소용이 많이 되는 나무였다면 베어졌을 테니까, 하지만 베어지지 않은 크고 넓은 나무는 많은 사람들에게 쉼터와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 인문학은 이런 나무와 같다. 실무적 효용을 위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러기에 다른 큰 효용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당신이 인문학적 사유를 하고 싶다면 깊게 보다는 넓게 파야하고 시작은 당신이 궁금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에서 폭을 넓혀가야 한다. 우리가 집착하는 전문가주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예를 들어 복지라는 한 분야에서도 아동, 노인 이렇게 다르게 특화시켜 공부하고 고급 학문일수록 그렇게 될 때 그런 전문가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하고 그들 간의 소통도 어렵다.
3주차 강의에서는 청소년 문제, 청년실업, 노인문제 등의 세대문제를 살펴보았는데 분리되어있다고 보았던 주요한 세 가지 문제가 한축으로 얽혀있다는 사실이 정말 인상적이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였다. 국가가 국민에게 학습시킬 많은 내용을 아이들에게 주입식으로 공부하도록 하고 공교육을 습득하기 위해 아이들은 사교육을 경쟁적으로 받게 된다. 이를 위해 기성세대는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이것은 향후 기성세대들의 노인 빈곤문제와 연결되며, 청년들은 실업해소를 위해 사교육시장에서 다시 일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실업자를 해소하는 장으로 사교육이 기능하게 되는 엄청난 구조, 일종의 사회적 담합으로 묵인되고 있는 것이 사교육인 것이다.
가령 TV프로그램에서 한국여성들이 결혼할 때 남자들의 조건이나 배경을 많이 따진다고 하면, 한국여성들이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실제 우리사회에서는 주택문제가 공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므로 부모의 능력이 곧 자식의 능력이 된다. 결혼을 위해 남성이 집을 장만하는 관행이 있는 상황에서 군대를 마치고 남성이 취업해서 몇 년을 번 후 늦게 결혼한다 해도 집값인 1-2억의 돈을 갖고 있기는 어려우므로 집을 마련하는 남성의 능력은 실제로는 부모의 능력인 것이다. 그러한 지원을 떠나서는 실제 이 사회에서 살기가 어렵고 이는 결혼 적령기의 남녀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사회가 처한 조건 속에서 사회구성원은 행동하고 있으므로 어떤 대상에게 문제를 환원시키는 것은 도움이 안 되며 사회적 상황 속에 문제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체제가 만들어내는 필요성이 욕구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자식을 오래 부양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권리가 있다고 느껴 간섭을 하게 만들고, 대학생에게 취업이 안 되는 현실은 대학원에 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24시간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은 자본주의가 홍보하는 상품에 대한 소비의 욕구를 강하게 갖는다. 이것은 필요성이 욕구, 의무, 권리로 다시 환원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매주 강의는 이렇게 문제를 넓고 깊게 보거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이번 주는 4주차로 마지막 주이다. 강사분과의 조촐한 뒤풀이도 마련되어 있다.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했던 인문학 강의, 궁금하고 답답한 문제를 함께 생각하고 풀어보았던 한 달, 각자 그래도 조금은 답답함이 해소되었을지, 아니면 사회를 들여다보니 더 답답해졌을지 궁금하다.
어쨌든 우리가 서있는 이 사회를 다른 관점에서 직시하게 되기는 했는데, 함께 공부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삶의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4주 만에 끝날 수는 없으니. 사회가 처한 조건을 생각해 보는, 나의 지식을 넓게 파는 내공을 갖는 시작, 함께 해본다면 조금은 더 신나고 힘 있게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정은지 ● 나는 요즘 아파요.
(같은 팀 은날이 말했다. ‘언젠 안아팠어?’
이어지는 은지의 목소리 ‘방금 이 얘긴 빼줘!!’ 라고 했는데,
안뺐어요. 하하- 은지! 미안^^; 아프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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