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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호 [민우칼럼 창] 여성정치인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
[민우칼럼 창] 여성정치인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
이은아 ●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요즘 크고 작은 모임이 생기면 꼭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올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한 것이다. ‘누가 선거에 나온다느니’부터 시작해서 ‘누가 될까?, 누가 되면 어떻게 하지?’ 등등의 이야기가 2010년이 밝아오니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특별히 정치에 관심을 가졌었다거나 정치색이 분명했던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앗! 이래서 선거를 잘해야 하는 건데’ 하고 뒷북을 치는 정도일 뿐.
그런데 언제부턴가 매일같이 ‘9시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여성정치인의 모습을 찾거나 수를 세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예전에는 여성정치인의 모습을 찾기조차 어려웠지만, 이제 어떤 자리든 한두 명의 여성정치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또 가끔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여성대변인의 모습도 등장한다. 하지만 많은 분야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여풍시대’니 ‘여풍당당’(근데 왠지 어감이 꼭 좋지만은 않다)이라는 용어가 정치 분야는 비껴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양적인 ‘숫자’에 집착하게 되나 보다.
선거 때가 되면 여성정치인의 수(數)에 더욱 민감해진다. ‘정책결정과정의 여성참여’라는 과제가 우리나라 여성정책의 주요 과제였기도 하거니와 선거결과에 대한 여성계 평가 중 하나가 바로 여성 비율이었기 때문이다.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정치 분야에 대해, 어떤 학자는 공사영역의 이분법이 여성의 정치참여를 배제하는 기제가 되었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학자는 기존의 정치 범주를 넘어서 여성의 생활정치를 강조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정치영역에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여성정치인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 조치와 같은 제도들을 요구하기도하고, 여성정치운동이나 여성주의정치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여성정치인비율이 선거 때마다 조금씩 늘었다고는 하지만, 2006년 선거결과를 보면 지역구 광역의원의 여성 비율은 4.9%, 기초의원의 여성비율은 4.4%에 불과하였다. 다른 분야의 ‘여풍’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여성의 낮은 정치참여는 기이할 정도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단체나 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여성정치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끔은 국제지표라는 카드를 꺼내어 여성의 정치참여는 단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체면이 걸린 문제라고 그들(?)을 건드려 보기도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의 범위라면 여성정치인이 필요하고 특히 지역정치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에 크게 이의를 제기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만약 주변에 아는 쫜쫜이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언(?)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내 주변에 평상시에 정치적 관심을 별로 드러내지 않던 쫜쫜이 정치인이 되겠다고 하면 내 의아함은 ‘왜...?(억양을 길게 넣어서)’하고 길어질 것 같다. 만일 내가 정치인이 되겠노라고 선포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사람일은 아무도 모르니...^^) 지인들의 반응이 사뭇 궁금해진다. 누군가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할 때 왠지 멈칫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에 대한 내안의 편견 때문이리라. 그동안의 경험으로 정치는 곧 권력과 연관되는 모든 것들로 인식되고, 그러한 권력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보니 가까운 지인이 정치인이 되겠다고 할 때 선뜻 지지의사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여성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여성정치인을 받아드릴 마음의 준비는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2010년 지방선거, 그 어느 때보다 여성정치인들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먼저 정치에 대한 여성들의 의지를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정치인에 대한 나의 편견 버리기가 우선이지 싶다.
어떤 때는 많지 않은 여성정치인들을 보면서 정당이나 정치색을 보고 여성정치인을 평가하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언젠가 너무 똑똑한 여성정치인이 내 정치성향과 다른 정당의 대변인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무지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여성주의적 정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여성정치인에 대한 여성주의적 감수성에 대한 기대나 평가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여성주의 정치인에 대한 역할모델이 없어서 혹은 여성주의 정치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기존에 남성정치인을 보는 방식대로 여성정치인을 기대하고 재단하고 실망하곤 했었던 것은 아닌지…….
그동안 여성정치인의 ‘수’에 민감했다면 이제는 여성정치인의 ‘여성주의적 감수성’에 대해 민감해졌으면 한다. 생물학적 남성정치인에게 여성주의적인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좀 요원한지라, 여성정치인에게 먼저 기대를 걸어본다. 어떤 여성이라도 정치인이 되겠다면, 일단 열린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주의적 감수성과 활동 가능성을 기대하고, 평가하고, 그리고 투표할 생각이다. 선거가 끝나면 여성주의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열렬하게 지지하고 팬이 되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정당 중심의 정치일색에서 벗어나 여성주의적 정치 성향을 가장 앞에 놓고 여성정치인을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이은아 ● ‘정치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중임. 논문은 언제 쓸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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