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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호 [9개의 시선 - 인천여성민우회 마중물] 인형극으로 말하기
[9개의 시선 - 마중물]
인형극으로 말하기
(인형이 대신 해주는 말은 참 예쁘게도 봐주고 행복한 나라로 떠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마중물_천천히 물드는 꽃물처럼
● 빨강머리 앤1)
마중물의 시작은 2009년 여성주의 전문극단 양성과정을 통해서였다. 생각지도 않게 시작한 연극의 끈은 민우회로 이어졌고 막연했던 정의들이 생활과 연결되는 고리를 찾게 되었다. 그러면서 민우회의 일원이 되고 마중물이라는 소모임을 통해 연극에 대한 작은 열망 하나를 채워 왔다. 사람이 하는 극과 달리 인형극은 인형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효과는 오히려 더 좋은 매력이 있다.
사실 요즘은 문화센터다 뭐다 해서 문화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하지만 민우회의 마중물은 그 말의 의미처럼, 무언가를 더 끌어내기 위해 마중 나가는 물같이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과하는 길을 끌어내고자 했다.
특히, '여성'이라는 존재 가치와 더 나아가 '남성'과 '여성'이 인간으로 공존하는 삶에 다가가고자 했다. 그 생각은 더욱 발전하여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성역할을 여자와 남자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생활양식이 아닌, 평등한 생활양식이길 희망하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인형극을 통해 성평등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직은 미흡하기 이를 데 없는 작은 모임이다. 하지만 2010년의 공연을 시작으로 ‘찾아가는 교육인형극’이 우리 아이들에게 천천히 물드는 꽃물처럼 조금씩 배어들 것이고 우리 또한 성장하리라고 믿는다. '여성주의'라는 다소 생소하고 현학적인 문구로 설(說)하기보다는 연극이라는 매체로 우리들 삶에 마중 나가 그들의 삶에서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이끌어내는 연극 팀이 되고자 한다.
초등학교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다.
● 강신우2)
요즘은 엄마들이 콜팝치킨이나 떡으로 아이들 책거리를 많이 하는데, 아이들에게 뭔가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반 아이의 엄마가 있어 ‘마중물’ 이야기를 했다. 책거리 비용으로는 작으나마 기부를 하고 아이들에게 인형극을 보여주기로 학부모임원들과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마쳤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2학년과 4학년에서 공연신청을 받았다.
인형극을 보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연 준비에 돌입했다. 마중물은 다 모여도 4명. 적은 인원으로 인형을 새로 만든다는 건 조금 버거운 일이다. 다행히 극단 로기나래 대표님과 회원들이 함께 만든 스펀지 인형이 있어서 ‘수민이의 곰 인형’으로 공연 기획을 했다.
빨강머리 앤과 송명희 선생님, 웃음치료사인 민경쌤, 그리고 정화쌤이 스텝으로 도와주셨다. 아이들을 위해 공연한다는 기쁨, 뜻 맞는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보람, 또다시 공연 할 수 있다는 것에 흥분! 인형극 공연이라는 만만치 않은 일에 그림 그리고 대사 맞춰보고 누가 어떤 역할을 할지 결정하고…모두가 내 일처럼 나서서 (아이들은 집에 방치하고^^;) 오후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준비를 하며 모두가 하나가 된 듯 뿌듯했다. 전에는 인형을 만드는 과정부터는 참여하지 않아 조금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점점 내 일처럼 느껴지는 건 그 만큼 일에 애착이 생겼다는 것이 아닐까?
드디어, 공연 전날 준비를 마치고 전원 몸살 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결전의 날 2010년 12월 23일, 결전 장소 인천남동초등학교! 다행히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나왔고 무대장치를 하면서 이건 완전히 노가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모두 열심히 하자는 다짐을 하며 공연에 임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인형이 너무 예뻐요!”
“인형 진짜 직접 만들었어요?”
2학년 공연을 끝내고 서로 안도의 숨을 쉬며 우리가 한 말은, ‘이거 할 만하네?’ 4학년들의 반응도 좋아서 정말 보람찬 하루였다. 아이들에게 한 학기동안 공부 열심히 해서 엄마들이 선물을 주는 거라고 하며 공연을 마쳤다. 지금도 그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너무 행복하다.
* 각주: 1) 빨강머리앤(남혜연님)은 운영회원으로 인천여성민우회의 맥가이버입니다. 마중물의 재봉사, 목수, 전기공이고 꽃꽂이도 잘하시고, 도대체 못하는 게 뭔지 모를 팔방미인이십니다.
2) 강신우선생님은 마중물 열혈회원입니다. 2008년, 인형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성평등 의식을 심어주겠다는 일념(?)으로 민우회를 찾아오셨고 민우공부방에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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