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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호 [생협이야기] 여성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꿈꾼다
[생협이야기] 여성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꿈꾼다
박제선(‘정리’) ● 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 홍보편집
작년 12월 19일 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신촌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20주년 기념식과 정책심포지엄을 열었다. 조합원과 생산자가 한데 모여 함께 스무 살 생일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많은 조합원과 생산자들이 참여해 여성민우회 생협의 스무 살 생일을 축하했다.
부엌에서 세상을 바꾸다
이날 열린 20주년 정책 심포지엄은 앞으로의 생협운동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박영숙 전 이사장의 사회로 시작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연구소장은 ‘여성들의 당사자운동으로서의 여성민우회 생협’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여성민우회 생협은 여성운동과 생협운동, 지역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며 여성민우회 생협의 출범과 발전을 여성운동의 관점에서 정리했다.
김 소장은 여성민우회 생협이 “한국 여성운동에서 여성운동과 생태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여성운동의 조류를 탄생시켰다”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에코페미니즘의 정신과 닿아있다”고 분석했다. 또 “삶의 역할이 가정으로 제한되기 쉬운 도시 주부들을 먹을거리와 일상의 삶의 문제로 결집해 생활운동의 주역이 되게 했다”고도 평가했다. 여성민우회 생협이 여성운동뿐만 아니라 시민운동에서 여성의 위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소장은 여성민우회 생협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주부여성’이 조합원 활동에 참여하면서 일상에서 생활을 재구성하는 생활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생협활동을 하면서 개별적인 문제라고 여겼던 삶의 여러 부분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은 조합원들이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운동 등 개인 차원의 실천을 시도했고, 이 활동이 지역 현실을 개선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에 여성후보를 배출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통해 지역정치에서의 여성의 주류화를 촉진시키는 등 여성의 당사자 운동의 역할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생협 조합원들이 지역운동의 당사자로, 여성활동가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20년의 활동을 추동해 낸 힘으로 여성민우회 생협의 유연하고 인내하는 ‘여성주의 리더십’을 지목했다. 김 소장은 여성민우회 생협이 ‘서로 잘한다고 칭찬하며 숨은 능력을 키워주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꾸준한 활동가 발굴과 양성 과정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임원진, 활동가, 직원, 조합원 사이의 인식의 격차를 줄이고 생협만의 고유한 리더십에 대하여 모든 구성원이 신뢰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교육과 문화작업’에 관심을 둘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생협의 기초조직인 행복공동체(마을모임)를 활성화하고, ‘여성녹색생협’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교육활동의 강화를 주문했다.
‘여성녹색생협’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성민우회 생협의 협동조합 운동’이라는 주제로 협동조합 운동 측면에서 여성민우회 생협의 20년을 평가했다. 정은미 부연구위원은 “생협 초창기에는 생협 사이의 동질성을 강조했으나, 조직이 성장하면서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생협사이에 차이가 별로 없는데도 다른 점을 강조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 연구위원은 “생협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는 이용으로 증명이 되고, 생활재 이용은 곧 생협이 조합원 생활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생협운동이 궁극적으로 생활을 바꿔내려면 생협 사이의 연대를 통해 기업과의 경쟁에서 생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협운동의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는 물류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화시키고, 생활재 가격에서도 정당성과 합리성을 고려한 가격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가격정책에서도 생협의 가치를 담아 전달할 것을 주문했다. 가치가 담긴 생활재를 공급하고, 생활재에 담긴 친환경·생태적 가치를 조합원이 생활재를 통해 늘상 접하면서 소비자가 환경운동가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정 연구위원은 ‘여성녹생생협’의 하나의 모델로서 규모를 확대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년 사이 여성민우회 생협은 튼실하게 자랐다. 1989년 220명의 조합원이 낸 출자금 1300만원으로 출발해 조합원 1만8000명, 연 매출 15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행복중심’ 매장도 전국에 12곳이 생겼다. 20년 전 30여 개에 불과했던 생활재는 2009년 현재 1,500개에 이른다.
아울러 20년 역사는 친환경 유기 농산물 재배 면적을 늘리는데 이바지해 온, 한국 농업을 지키고 살리는 길이었다. 또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 생협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확대해 오며 조직운영에서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단위 생협을 창립해 지역사회와 함께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과정은 모두 여성이 주체가 되어 여성·교육·환경·지역·소비 등 생활영역 전반의 문제를 차근차근 협동으로 해결해 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스무 살 어른이 된 여성민우회 생협, 지금처럼 앞으로도 꾸준하게 여성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박제선(‘정리’) ● 위로는 타인이 눈물을 흘릴 때 가만히 지켜보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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