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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호 [9개의 시선 - 고양여성민우회] 성평등을 위해 달리다
[9개의 시선 - 고양여성민우회] 성평등을 위해 달리다
성윤혜 ● 고양여성민우회 前 상근활동가
지역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로 활동을 하면서 지역주민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흥분되는 일이다. 회원들을 만나는 일은, 이미 우리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분들이니 긴 설명이 필요도 없고, 그저 ‘공감모드’만 형성되면 누구말대로 정말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되는 기분이다. 그러나 비회원인 지역주민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분들에게는 지역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우리의 존재를 기본적으로 설명하고, 우리가 하는 사업이나 활동을 세밀하게 묘사해 동참해줄 것을 호소해야한다. 그래서 힘이 든다. 그러나 지역에서 하는 우리활동이 그저 우리들만의 잔치는 아니기에 그분들과 함께 하는 과정은 언제나 중요하다.
성평등 교육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개중에는 민우회를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개가 우리 고양여성민우회를 모르는 지역주민 300여명을 수강목표로 한 회당 20명 정도의 수강생과 함께 성평등한 가치관을 공유하고자 준비한 교육이었다. 성평등한 가치관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하는 기본적인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평등한 구조가 판을 치는 현실에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성평등한 가치관을 공유해 우리 지역사회의 성평등을 앞당기자는 취지였다.
교육을 준비하면서 ‘양성평등교육’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획회의를 진행하던 중 ‘양성’이라는 구분이 갖는 편협함이 지적되어 ‘성평등 교육’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류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성평등 교육이 세팅되고 가동이 시작되었다.
첫 출발은 ‘주민자치위원’이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지자체의 가장 기초단위에서 지역 자치에 참여하시는 분들로 이 분들에게 필요한 가치관이 ‘성평등’이 되어야 한다는 까닭으로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수강생을 모으는 일이 대략 난감이었다. 주민자치위원분들은 이래저래 한 가닥 하신다는 분들이다 보니 여간 바쁘신 게 아니다. 한분 한 분께 초대전화를 드려 교육을 설명하고, 수강하시기를 권유하면 또 이곳에는 위계질서가 철저해 위원장이나 부위원장 등 임원을 통해 수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위원장을 맡으신 분들은 대부분 남성이었다는 거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기위해 주민자치센터로 연락을 했을 때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업무의 담당자가 여성이 있기는 해도 센터장인 동장의 경우는 전부가 남성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정말 쉽게 접하는 성별 불균등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통화로 ‘성평등’교육을 한다는 말을 하면, 이미 교육을 많이 받았고 이제는 우리나라도 성평등하지 않느냐는 반문을 한다. 더구나 주민자치위원 대부분이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이다 보니 당신들의 과거를 비교해서인지 만족하고 있고 더 이상 교육이 필요 없다는 답변에는 막막하기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고양시가 도농 복합도시다 보니 봄철은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아 성평등 교육을 연락드리면 품앗이도 농사일을 하기로 한 날이라 대답하시니 내가 생각해도 농사짓는 그 분들께는 생뚱맞은 제안이 아닌가싶어 사전에 이런 정보를 알지 못한 우리가 죄송스럽기도 했다.
동사무소로, 감자밭으로 - 결국엔 기대 이상을 품다.
그렇지만 어쩌랴. 우리가 가동하는 이 사업도 성공으로 끝을 내야 하니 많은 분들께 거듭 연락을 드려 교육 참석을 간곡히 부탁드려 당초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수강생들을 모을 수 있었고 그 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교육을 통해 잠시나마 성평등한 우리 사회를 같이 꿈꾸었다.
교육 진행을 하면서 수강생 모으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니 이 말을 들은 동생이, “어르신들, 나중에 손자며느리 집에 놀러 오게 하려면 이런 교육 받으셔야지요.”이렇게 권하라고 한다. 하하! 박장대소하며 이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평등이라는 것이 결국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고 이것은 사람 사이의 건강한 결합이나 관계를 만드는 길이다.
어렵게 주민자치위원 대상의 교육을 마치고보니 동사무소로, 감자밭으로 자치위원들을 찾아가서 교육을 알리느라 어려움은 컸지만 생전 우리 단체와 만날 기회가 없는 분들께 우리를 알렸다는 것은 또 하나의 보람이었다.
계속해서 지역아동센터 교사, 어린이집 교사, 유치원교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강의가 이어졌다. 어린 아동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이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는 성폭력 예방교육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어떻게 하면 성폭력을 당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나와 관련된 사람들이 성폭력을 당하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마음인 듯해 진행을 하는 입장에선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지금 하는 교육과 같은 건강한 가치관을 서로가 공유하고 실천한다면 결국은 성폭력이 줄어들 수 있는 법인데 어떻게 하면 예방을 할 수가 있는지 그 질문만 급급한 것이 주객이 전도된 듯했다.
강의를 맡은 강사가 말하듯이 성교육이라는 것이 결국은 인권 교육이며, 상대방의 성에 대한 존중으로 평등이 만들어지고, 나아가 생활 전반에 배려의 문화가 만들어 지는 것 아니겠냐는 그 말은 올해 실시한 우리 성평등 교육의 목표였다. 강의를 하는 긴 과정 속에서 저절로 목표가 만들어진다.
아파트 노인정에서 저녁에 실시한 학부모 대상 교육에서는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계시기도 했고, 가족과 함께 참석한 한 젊은 아빠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교육 내내 공감 ‘팍팍!’의 껄껄거리는 웃음을 토해내며 강의를 들었다. 먼저 어린이집 교사로서 강의를 들은 어린이집 원장님은 어린이집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하셨고, 지역아동센터들에서도 센터로 방문해 아동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하시기도 했다.
사업을 마치고 보니 예상했던 연인원을 훌쩍 넘는 360여 명이 수강을 했다. 그것만 보면 긴 과정의 갈등을 기억하기보다는 좀 뿌듯한 마음이 든다. 올해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되 장애인 학부모나 다문화 가족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물론 새로이 시작하게 된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지역에 민우회를 알리고 여성단체로서의 몫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고양여성민우회는 달릴거다.
성윤혜 ● 프로젝트 사업 ‘성평등 교육’을 열정으로 진행하고,
지금은 활동가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여성운동에 함께하고 계시겠지요? 언제나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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