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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호 [민우ing] 상담소는 상담 중! 상담통계를 보면 상담소의 계획이 보인다
[민우ing] 상담소는 상담 중
상담통계를 보면 상담소의 계획이 보인다
이선미(너굴너굴)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상담’ 속에는 다양한 활동이 있다. 전화상담, 치유상담 뿐 아니라 사건 지원을 위해 경/검찰을 모니터링하고,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싸우는 것이 ‘상담’에 포함되는 활동들이다. 그 동안 이슈를 중심으로 상담소 활동을 소개하다 보니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상담활동에는 너무 무심했던 것이 아닌지 반성해 보며, 2009년 상담 통계와 함께 상담소의 일상을 소개하려고 한다. 소소하게는 일 년 동안 받는 전화 건수부터 넓게는 성폭력 사건의 경향까지 살펴 볼 수 있는 상담통계! 이것이야 말로 종합선물세트가 아닐까^^ 숫자가 많아서 머리 아프다 하시는 분들도 걱정하지 마시길. 숫자는 참고사항 일 뿐이다.
<그림1>은 07, 08, 09년 상담 건수와 상담방법에 대한 통계이다. 상담 총계를 살펴보면 07년 988건, 08년 880건인데 반해 09년 상담건수가 1,353건으로 예년에 비해 400건 정도 증가했다. 상담건수 증가는 민우회 성산동 시대의 안정적인 착지 신호이다. 성산동으로 이사하면서 95년부터 사용하던 상담번호를 여러 가지 이유(지역변경으로 인한 요금문제 등등)로 변경하게 되었다. 소심한 상담소 활동가들은 바뀐 번호 때문에 상담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했지만 오히려 전년보다 늘어난 상담 덕에 <02-335-1858>로 변경된 번호가 민우회 상담 전화번호로 안착하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1>에서 09년 그래프를 보면 07, 08년 각 147, 149건이었던 이메일 상담이 415건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08년 말 온라인 게시판 상담을 중단하여 메일 상담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메일상담의 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메일 상담을 이용하는 연령층도 다양화 되었다. 기존에는 20, 30대가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10대 청소년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의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상담은 상담소 활동가들의 시각을 넓혀주기도 한다. 제한적이지만 그 나이대의 성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키워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의 상담은 주로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 여성의 성에 대한 공격적인 문화, 친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언행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는 장난이나 농담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성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성인들의 문화가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어 씁쓸함을 남긴다. 하지만 성인과 다르게 법적인 해결보다는 직접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전략 전반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메일 상담은 전화나 면접과 달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편적인 지식만을 전달하고, 대화를 주고받을 수 없어 일방적인 소통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상담을 통해 성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활동에 한계가 있다. 이런 점을 보안하기 위해 메일상담을 면접상담이나 전화상담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림2>는 09년 피해 유형별 상담 건수를 보여주는데 강간 590건, 성추행 536건, 통신매체 69건, 스토킹 75건, 성문제 70건, 기타 13건이다. 총 1,353건으로 집계된 09년 상담에서 남성 피해자는 26건을 차지한다. 전체 상담에서 2%의 비율이라 그래프에서는 막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비하지만 남성 피해자의 피해 유형 속에는 성폭력 피해가 성별화되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남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성추행 14건, 스토킹 9건, 강간 3건으로 성추행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남성피해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성추행과 강간은 대부분 남자 아동 피해자이었으며, 스토킹은 모두 성인 남성이었다. 일반적으로 추행이나 강간의 경우 남성 스스로 폭력으로 인지하지 않는 경우와 피해가 있더라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스토킹은 남성과 여성의 피해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스토킹 피해에서 여성은 대부분 자신의 (전)애인으로부터 성경험 폭로 협박을 받고 있었다. 때문에 스토킹과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폭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지속적인 연락 등의 괴롭힘을 주로 호소하면서 여성 피해자와 차이를 보였다. 흥미롭게도 통신매체 피해에서도 남성피해는 0건으로 성경험, 성관계 사진·동영상 공개에 대한 협박이 여성을 통제하거나 또는 괴롭히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통신매체를 통한 성폭력은 온라인과 전화를 이용한 성폭력을 말한다. <그림4>에서 볼 수 있듯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동안은 ‘음란전화’ 또는 ‘장난전화’라고 해서 전화를 걸어 신음소리를 내거나 성적인 말을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근래에는 포토메일을 통해 신체 일부를 드러내는 사진을 발송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행위가 장난 혹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어 지속적/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온라인을 통한 성폭력은 1)게임이나 채팅에서 발생하는 언어성폭력과 2)성관계 또는 알몸 사진이나 동영상을 유포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게임이나 채팅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성폭력의 경우 신고를 하면 차단할 수 있는 1차적인 방어막이 마련되어 있는 반면, 사진과 동영상 유포는 P2P 사이트*의 특성상 파일이 무한복제 될 우려가 크다. 때문에 피해가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최초 유포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에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범죄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2010년 상담소에는 ‘몰카’범죄 무력화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스토킹과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폭력은 연동되어 있다. (전)애인이나 (전)배우자로부터 성관계/알몸 사진·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동반한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을 호소하는 상담이 늘고 있어 사진과 동영상 유포로 인한 피해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매체나 스토킹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유형별 특성에 따른 방안 마련과 함께 우리사회의 성문화, 연애문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 기반한 대책이 필요하다.
통신매체를 통한 성폭력과 스토킹의 연동관계뿐 만아니라 09년 상담의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그림5>를 통해 살펴보면 애인과 배우자를 포함한 이성친구가 가해자인 경우가 256건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성폭력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권력의 차이에서 발생할 뿐 아니라 잘못된 의사소통과 문화의 영향을 받는 사례 역시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 할 때면 강력한 처벌, 가해자 고립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배제한다면 성폭력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을 상담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라 할 수 있다.
09년 상담통계는 스토킹, 통신매체 등의 피해의 심각성을 드러냈던 지난 상담분석과 맥락을 같이 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또 연애관계와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는 일상 속에서 맺고 있는 관계를 성찰하는 것, 일상 속에서 겪게 되는 성폭력문화를 드러내는 것, 그리고 대응능력을 키우는 것에 대한 과제를 남긴다. 2010년,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 P2P란 ‘peer to peer’ 즉,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공유하는 것을 뜻함.
이선미(너굴너굴) ●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뒤통수가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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