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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4월호 [문화산책Ⅱ] 커피의 숨겨진 역사
[문화산책Ⅱ] 커피의 숨겨진 역사
사탄의 음료가 희망무역의 선두가 된 까닭은?
나디아(커피문1의 카페지기) ●
내가 처음으로 커피를 접한 건 초등학교 3, 4학년쯤이었다.
엄마는 이웃집 친구들이 놀러오면 커피와 설탕, 그리고 프리마의 적절한 황금비율로 달달한 다방커피를 내놓으셨다. 커피 잔 주변에서 얼쩡거리며 ‘엄마, 나도 한모금만~’하며 애절한 눈빛으로 구걸해보아도 절대 한 방울도 허락하지 않는 ‘어른들의 음료’였다. 결국 포기하고 이웃집 꼬마와 나란히 프리마와 설탕으로 달달한 프림 우유에 만족해야 했다. 어른이 되면 나도 저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나 혼자 있게 되었을 때, 몰래 커피를 타먹을까 잠시잠깐 고민을 했었다. 어느 순간 내 눈앞에는 국 대접에 담긴 커피 한사발이 놓여있었다. 자그마한 커피 잔에 만족할 수 없어 큰 사발에 커피를 탄 것이다. 언제 어느 순간 엄마가 집에 돌아올지 몰라 그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원샷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항상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국 사발에 담긴 커피를 원샷하고 있었을 때, 엄마는 집에 돌아오셨고 민망함에 사발을 내려놓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씁쓸하고도 부끄러운 기억으로…….
어린 시절 나에게 금기였던 커피는 12세기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유럽은 와인문화가 자리 잡혀 있었고, 이슬람에서는 현실을 현혹시키는 와인을 금지하는 대신 냉철한 지성을 자극하는 커피를 장려했기 때문이다. 십자군 전쟁으로 유럽에 처음 커피가 전파되었을 때, 그들에게 있어서 커피란 이교도들의 음료이자, 사탄의 음료였던 것이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 때, 커피 맛을 알게 된 군인들에 의해 커피는 불법적인 루트로 유럽에 유입되었다. 이후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전역으로 퍼진 커피문화에 제동을 건 것은 바로 교회지도자들과 지배층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커피의 효과’ 때문이다. 카페에 모여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등에 관한 토론이 밤늦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건 바로 커피 때문이었다. 커피의 매력이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이를 두려워한 교회지도자들은 로마교황청에 커피음용금지청원을 넣게 된다. 결국 당시 교황이었던 클레멘트 8세가 판결을 내리기 위해 커피를 마셔보게 되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커피를 금지시키고자 청원을 넣은 교회의 바램과 달리 교황은 커피에 세례를 내려 공식적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판결을 내리게 되면서 유럽전역으로 전파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커피는 특권층만 맛볼 수 있는 음료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기호식품이 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커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사치의 음료였다. 공식적인 문헌에 의하면 커피를 마신 최초의 한국인은 고종황제였다고 전해진다. 어쩌면 공식문헌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미 맛본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 후 6.25전쟁 때,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커피가 유입되고, 90년대 중후반 oo벅스(소위 별다방)과 몇 해 전 크게 히트 쳤던 △△프린스라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커피시장도 급격히 변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원두커피가 대중화되게 된 건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원두커피와 로스팅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그리고 몇 년 사이에 원두커피 전문점과 로스터리 카페도 조금씩 늘어가고, 원두커피에 대한 기호 역시 다양해지면서 집, 직장 등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먹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커피의 양은 석유 다음으로 많은 품목 중 하나다. 그 이유는 커피 생산국과 소비국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소비국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세계강국들이라면 커피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2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빈곤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소비국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세계강국들이라면 생산국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빈곤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국가 간 불균형적인 무역관계로 빈곤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페어 트레이드 운동, 즉 공정무역(= 대안무역, 희망무역 등)운동은 원조가 아닌 공정한 거래라는 개념으로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입하자는 윤리적 소비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최종소비자가 커피에 지불하는 금액 중 0.5%만 커피노동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이익은 다국적 기업과 유통업자 등에게 돌아간다. 어찌 보면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단순한 가치의 발현이다. 스위스의 경우 전 매장이 공정무역 커피만을 사용하고 있고, 영국에서도 1,500가지 이상의 공정무역 상품 소비가 40%이상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찌 보면 나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리라. 대형 커피매장에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그 수요를 넓혀가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 내 손에 들린 커피 한잔의 힘은 크다.
지금 이 순간 <함께가는 여성>을 읽으며 당신이 마시고 있는 커피 한잔에도 수많은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커피 한잔을 고를 때,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 지불, 직거래, 신뢰를 기초로 한 지속적인 거래, 건강한 노동환경, 성평등, 친환경 등 이러한 기본 가치들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건강한 힘이 될 것이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시민은 매일 생활에 있어
환경을 배려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일을 통해
시장을 환경친화형으로 바꿔갈 수 있는 큰 힘이 있다.
따라서 모든 시민은 상품과 서비스의 최종소비자로서
그 무거운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
2004년 10월 <녹색구매 센다이선언> 중에서
나디아 ●
갓 볶아서 신선한 커피 한잔을 내리기 위해 로스팅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원두유통사업을 시작하면 여러분의 직장과 집에서
즐겨찾기가 가능해질 겁니다. 즐겨찾기 해주세요! ^^
쪹나디아의 트위터 : @nadiablog 쪹커피문 이메일 : [email protected]
1 시민공간 <나루>1층 2 이 지역은 ‘커피벨트’라고 불리는 남북위 25도에 위치한 국가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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