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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6월호 [생협이야기] 친환경 무상급식인가, 친환경 의무급식인가
남서여성민우회 생협은 지난 3월 26일 지역의 다른 생협,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친환경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양천구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후 조합원과 지역 주민을 위한 교육 강좌를 개설하였다. 4월 22일 첫 번째 교육으로 2005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천해온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을 초청했다. 이 글은 김인봉 교장의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대한 고민을 던져 보고 싶다.
[생협이야기] 친환경 무상급식인가, 친환경 의무급식인가
이경란 ● 남서여성민우회생협 이사장
자본의 논리로만 대하는 지자체와 일부주민들
지금도 ‘자기 자식 밥을 먹이는데 왜 돈을 내지 않느냐’,‘학생들의 거지 근성을 키운다’, ‘시기상조다’, ‘세금 올라간다, 싫다’는 거부 논리와 반응을 접할 수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예산문제를 들먹이기도 한다. 2년 전 양천지역 생협들은 급식조례안을 만들어 구의회에 보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의회에 계류 중이다.
무상급식을 하고 싶으면
무상급식을 하는 학교로 전학을 보내면 될까?
장수군의 무상급식운동은 군수의 말실수 때문에 시작했다. 이웃 군에서 급식비의 70%인 1,500원을 지원해 학생들이 행복하게 밥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주민들이 군수를 찾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러면 학생들을 모조리 그 학교로 전학시키라’는 상식 이하의 말을 들은 것.
뿐만 아니라, 가난한 학생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인권을 무시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라북도의 16개 학교에서 지문인식기를 설치한 것이다. 급식카드를 발급해 사용하게 했는데, 분실과 도난사고가 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지문을 채취해 지문을 인식한 다음 밥을 먹게 한 것이다. 서울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물론 쉬쉬하며 사라졌다. 급식비를 내지 못해 ‘공짜 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급식당번을 시킨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군 단위의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조리사의 ‘홍채인식기’로 판별해 급식비를 안 낸 학생이 밥을 먹으로 오면, 벼락같이 혼을 내어 쫓아버린단다.
가장 예민한 시기에 가장 큰 상처를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 있었다. 우리 어른들은 그런 아픔을 감싸 안을 수 없는 것일까. 우리의 행정과 정책으로 해결해 줄 수 없는 걸까.
장수지역은 학교급식조례개정운동본부를 꾸리고, 주민 설문조사, 홍보 활동, 이장단 모임, 5일 장터 등을 찾아 하나하나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친환경 농산물 사용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이라는 3대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활동은 전라북도 전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전라북도 교육감과 전라북도 도지사의 정책 공조가 이루어지는 성과를 낳았다.
3개년 계획 하에 급식 지원책을 늘리는 것으로 해 2006년 50%, 2007년 70%, 2008년에는 100% 무상급식이 실시되었다. 물론 학생 수가 월등히 많은 도시학교가 제외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농촌에서부터 모범을 만든 것에 대한 찬사를 아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학교가 밝아진 장수중학교
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 급식소 또한 환해 졌단다. 학부모의 얼굴도, 학생들의 얼굴도, 그동안 급식비를 면제받던 기초생활수급대상 아이들도, 차상위계층으로 분류되던 아이들도 모두 밝아졌다. 엄마에게 급식비 독촉을 할 일도 없어졌고, 급식비를 제때 못내 급식비 납부지도를 받던 아이들도 이젠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나 환한 얼굴로 평화로운 점심을 먹는다.
국가가 의무이어야 하는 의무교육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면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의무일까, 국가의 의무일까? 대부분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라가 공부도 시켜준다니, 참 좋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제 그 허상의 뒷면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의무교육인데, 수익자가 의무적으로 돈을 내는 의무교육이다. 각 중학교의 운영비를 누가 내는지 확인해 보자. 운영비의 60% 정도가 학부모 부담이다. 급식, 교복, 교통비, 준비물, 앨범비 등은 제외하고서도 말이다. 그런데 이런 다른 비용도 ‘의무 교육’이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
급식조례에 있어서 ‘국내산 친환경 식재료’로 정확하게 표기해야
법이나 조례를 읽다보면 행정적 용어를 약간씩 틀어 적당히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급식조례를 다루는 서울 여러 구의 문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친환경 식자재’란 용어다. 그런데 이것은 친환경 ‘수입’ 식자재도 취급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국내산 친환경 농산물 점검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형편에 수입 식자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겠는가. ‘국내산 친환경 식자재’라는 말로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평등과 존엄성과 배려를 깨우치는 아이들로 키우자
무상급식, 아닌 의무급식은 모두에게 평등한 밥상이다. 학교만 오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밥. 돈이나, 성적으로 차별되지 않는 밥 한 끼. 내가 그렇게 먹었듯 내 동생도 그렇게 먹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도록 하는 존중감. 우리 아이들의 밥과 반찬이 주위 친구들과 평등한 밥상을 꿈꾼다. 그러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평등, 존엄, 인권, 복지 등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자연스럽게 교육시키는 효과를 얻지 않을까.
이경란 ● 아이들의 평등한 밥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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