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6월호 [문화산책] 칼국수 없는 칼국수 집 음악회 얘기 한번 들어보실라우?
[문화산책] 칼국수 없는 칼국수 집
음악회 얘기 한번 들어보실라우?
-세계 노동절 120주년 맞이 전국자립음악가대회 ‘뉴타운컬쳐파티51+’
김영지 ●
2010년 5월 1일, 세계노동절이 120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홍대의 작은 칼국수 집 ‘두리반’에서는 공연이 열렸다. 웬 칼국수 집에서 공연? 게다가 장장 14시간에, 50여밴드의 공연이라니? 얼결에 친구에게 소개를 받고, “칼국수 집에서 공연하면 칼국수도 주는 거야?” 따위의 시시껄렁한 소리를 해가며 궁금함이 늘었다. 그리하여 그 두리반의 속내를 살펴보니, 시시껄렁한 소리가 ‘참 개념 없는 소리였구나(삐질)’싶어 급반성을 했다. 어쨌거나 ‘고것 참 재밌겠다!’싶어 가기로 결정했다.
이왕 가기로 관심 두었으니 좀 더 자세한 것들을 알아봐야겠지? 대체 어떤 사정으로 칼국수 집에서 인디밴드들이 올나잇 공연을 할까? 호기심부터 채우기로 결심한 바 검색창에 두.리.반 세 글자를 넣고 ‘톡’하고 엔터를 눌러본다.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이란 뜻의 두리반은 어느덧 작은 용산으로 불리고 있다고 했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강제 철거를 당한 뒤 철창을 뜯고 들어앉은 지 어느덧 130여일이 흐른 농성장이다. 그렇다면, 이 지긋한 개발과 개발사이 항상 곪아터져 참사까지 낳은 이 강제철거 문제에서 왜 두리반이 하나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을까. 그곳엔 어떤 특별함과 새로움이 있는 걸까. 아마도 이 철거 현장에 온갖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난장을 펼치는 장소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리라.
월요일엔 하늘지붕 음악회, 화요일엔 푸른영상 영화상영, 목요일엔 촛불예배, 금요일엔 칼국수 음악회, 토요일엔 사막의 우물 두리반. 두리반 온라인 카페*엘 가보면 이렇게 다섯 개의 폴더가 쪼로록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사진으로, 글로써 기록하는 사진작가와 작가들이 든든히 함께하고 있다.
2007년, 신공항 철도의 건설로 동교동 로터리 부근이 지구단위계획지구에 포함되었다. 2005년 두리반을 연지 3년이 채 안 돼서란다. 그러면서 땅값은 열배가 뛰었고, 건물주는 땅을 팔았으며, 영세한 세입자들은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이사비용만 받고 혹은 그것조차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임대차보호법 따위의 것은 이들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했다. 척박한 사막에서 목마름을 해결하고자 팠었던 이 우물이 한순간에 없어지려 했다. 우물을 뺏기고 사막에서 갈증으로 죽느니 차라리 싸워보자 해서 시작된 농성이란다. ‘두리반이 두리반의 문제에서 끝이 아니지 않느냐’는 주변사람들의 응원도 그들을 일어서게 했다. 두리반은 ‘사막의 우물’이고, 그 목마름을 해결하려는 아내의 노고가 깃든 ‘아내의 우물’이라 두리반 주인의 남편인 유채림씨는 표현했다.
그러니저러니 해도 강제철거와 인디밴드의 조합이 쉬이 연상되지 않았다. 거침없이 홍대로 유입되고 있는 망할 대자본 때문에 자유롭게 음악 하던 이들이 점차 밀려나고 있고, 그건 두리반의 철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도 음악 노동자다!’라 외친다. 그래서 철거에 저항하고자 그들이 자립음악회를 진행했었다. 그러다 노동절을 기념해 전국 자립음악가대회 <51+>을 연 것이다. 철거에 맞서 싸우는 두리반과 그곳에서 노래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한낮부터 시작되었을 공연일진데, 몸이 노곤하여 설렁설렁 어둑해졌을 즈음 두리반을 찾았다. 홍대 전철역 4번 출구. 토요일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북적이던 사람들 사이로 몇 걸음만 더 해보니 공사 중임을 드러내는 철판들 사이로 사람들이 보이고 어렴풋이 음악 소리가 들린다. 두리반의 지하와 3층, 그리고 야외 까지 모두 3군데에서 펼쳐지는 공연들은 이미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결국 야외 공연장으로 정하고 비집고 들어가 보니 ‘들썩 들썩’ 혹은 ‘폴짝 폴짝’ 제각기 자신의 흥에 취해 몸을 흔드는 사람들. 또 막걸리부터 소주까지 제대로 자리 펴고 술판이 벌어진 곳이 있는가 하면 소위 병나발 불고 계시는 분들 또한 여럿 되었다. 허술한 천막과 힘들게 전기를 끌어왔음이 분명해 보이는 알알이 매달려있는 전구들 아래서 열정을 다하는 그들의 공연이 계속된다. 약간은 어설퍼 더 좋았던 공연자들과, 너무나 자연스레 아무데나 철퍼덕 앉아 술과 담배를 벗 삼는 이들이 그 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그곳엔 이미 두리반을 제외하고 몽땅 비워진 3층의 작은 건물만 홀로 자리하고 있었다. 옹골지게 자리 잡고 뜨지 않는 두리반 말고 주변의 건물들은 이미 철거되어 을씨년스런 공터의 모습을 하고 있다. 두리반 근처는 온통 공사의 흔적이 난무한데 그 땅에서 조금만 고개를 들어보면 높다란 대형 건물들이 자신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참 이질적이게도 여전히 ‘그쪽’은 잘도 굴러가고 있다.
중간 중간 무대세팅으로 인한 잠깐의 휴식에는 간간히 친절한 안내방송도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뒤쪽엔 땅이 매우 고르지 못하니 조심히 뛰세요. 안 그러면 저처럼 넘어져요”와 같은.
앞으로 고르지 못한 땅에서 뛸 날이 길진데 부디 넘어지지 말고, 아니 넘어지더라도 금방 일어나는 두리반과 두리반의 많은 지지자들이 되길 바라며 퍽퍽한 사막에서 우물이 되길, 또한 유쾌하고 즐거운 기운이 가득하길, 또한 결국 꼭 승리하길. 그날의 알아들을 수 없던 한 인디밴드의 음악처럼 저 밑부터 소리 질러 바래본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우리들은 여럿이 둘러 앉아 먹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상을 차버리고 싶지 않다!’
105-10-48050 두.리.반 안종녀 공연장 입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구가 적힌 도장을 찍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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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지 ● 여신이라는 별칭을 쓰기도 하지요.
손발이 오글오글하는 그 ‘여신’보다는
여‘신(나게 살아야지)’가 맞는 풀이라 할 수 있답니다.
곧 호주로 잠시 방황하러 갑니다.
다녀와서 민우회 회원활동할 거예요.
(편집자의 묘미는 아마도 필자소개를 맘대로 써버릴(?) 수 있는 걸 거야 - 여경 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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