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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6월호 [기 획_몰입] 나의 몰입 여행기
[기 획_몰입] 나의 몰입 여행기
벤자민 ●
1985년, 드디어 그를 만났다. 모차르트!!
제목이 모차르트의 미들네임인줄도 모르고 당시 전 세계히트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심코 보게 된 영화 [아마데우스]. 밀로스 포먼감독이 만든 한 편의 영화는 클래식을 좋아해 이런저런 유명작곡가의 음악을 마구 듣던 나를 단 한 사람, 모차르트에 빠지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상영기간 동안 영화관을 5, 6번 찾았다. 혼자 간 적도 있었다.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그의 3대 오페라인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를 섭렵했다. 아직도 미궁으로 남아있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과, 그가 가입했던 프리메이슨1에 대해서도 탐구했다.
모차르트와 관련된 것은 음악이든/책이든/영화든 손에 닿는 대로 무엇이든 보고 듣다 보니, 가끔 가던 클래식 음악다방 DJ가 하이든의 음악으로 잘못 소개한 모차르트의 ‘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놓고 작은 언쟁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 DJ는 LP판이 잘못 들어가 있어 저지른 실수임을 인정했다.
일 년 내내 모차르트 음악만 듣는 나를 보면서 왜 이렇게 몰입하는가 생각해본 적이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경쾌하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래서 클래식에 입문하는 코스로, 상대적으로 쉽고 가벼운 모차르트로 귀를 틔운 후, 베토벤이나 바흐, 그리고 브람스 풍을 비롯해 자신의 색깔에 맞는 음악가를 찾아 옮겨가는 예가 많다고 한다. 도통 모차르트에서 다른 음악가로 옮겨 타지 않는 나의 집착에 대해 주변의 애호가들은 살짝 놀리기도 했다. 여하튼, 몇 년 동안 계속된 나의 몰입여정의 첫 상대는 모차르트였다.
한번은 역술에 빠져….
국내 유명 역술인을 순례하였다. 말이 좋아 순례이지 점을 보러 다닌 셈이다. 신문, 잡지엔 암을 비롯해 불치병을 극복한 사람에 대한 기사들이 넘쳐났다. 이렇게들 잘도 병마를 이기는데 왜 나만 치료의 신이 손을 뻗치지 않는 걸까? 오래도록 계속된 온갖 치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없었다. 문득 소위 말하는 팔자라는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뭐라는지 들어나 보자며 선배와 찾아 간 것이 시작이었다.
그랬다. 내가 역술의 세계에 빠져든 계기는 들어나 보자였다. 같은 상황을 놓고 정반대로 이야기하는 국내 최고 대가들의 ‘나의 운명’에 대한 해석의 차이와 거기에서 오는 당혹감.
예를 들면 나의 사주팔자에는 토(土)가 절반이다. 보통은 오행(五行)이라고 하는 목화토금수가 골고루 있어야 좋은 사주라는데 나는 흙의 기운이 너무 많은 것이다. 물론 사주를 보는 데는 오행이 어느 자리에 어떻게 놓여 있나 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하지만 나처럼 토기운이 많은 사람은 기운이 빠져나가 병이 잘 낫지 않는다고 했다.
동양의 오행설에는 상생상극(相生相剋)이론이 있다. 목은 화를, 화는 토를, 토는 금을, 금은 수를, 수는 다시 목을 생하는 순환 법칙이 오행의 상생 이론2이다. 거칠게 말해 상생이론은 각 기운이 다른 기운에 의존해 돕고 살리는 관계를 말한다. 반면 목은 토를, 토는 수를, 수는 화를, 화는 금을, 금은 목을 극하는 순환 법칙이 상극 이론이다. 상극원리는 서로 제약하고 지배하는 관계를 말한다.
역술인 A는 사주에 토가 많은 나에게 목(木)기운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목은 토기운을 극(剋)하기 때문이다. 한편 B는 토생금(土生金)이니 금기운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금기운을 통해 토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사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목기운을 만나야 하나 토기운을 만나야 하나?
말하자면 이런 혼란이 나를 역의 세계에 초대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역술은 단지 인간의 길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최고 30년은 정진해야 물리를 트는, 크고 넓은 동양학의 바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역술가가 어느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여기서 주역, 기문, 육임 등 전문용어를 사용치는 않겠다. 사실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운명을 정반대로 이야기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 사주보완의 결론은? 잠정적으로 나는 A보단 B를 상수(上手)로 친다. 목으로 토를 극하는 해결책은 너무 센 처방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니아인가 아니면 집착증인가?
옛날, 영화 [아마데우스]의 다른 주인공인 ‘살리에리’(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시기하는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결국 구할 수 없었지만 영화 속 설정과 달리 그는 베토벤이 매우 존경하던 음악가였다고 한다)의 음악을 구하러 돌아다니던 일. 장안에 일가를 이루고 있던 하락이수역술의 대가 서정기 선생의 적극적 꼬임(?)으로 비록 잠깐이지만 역학을 배우려고 역학교실에 가기도 했던 경험 등.
그렇다면, 나는 마니아인가 아니면 집착증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후 나의 몰입여정을 돌아보며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의 강렬한 경험을 통해 나의 빠져듦에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일단 첫 만남이 중요하다. 첫 만남에서 단번에 몰입의 정도가 결정된다. 간절한 필요가 몰입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반하는 순간! 관련 자료를 계속 찾아다닌다. 언제까지? 대상에 대한 전체적인 프로필이 완성될 때까지. 그리고 생생하게 나의 용어로 그들을 복원해 낼 수 있을 때까지. 마지막으로, 비슷한 주변의 주제로 넘어간다.
예를 하나 더 들자면, 2004년에 빠져있던 일본의 ROCK그룹 엑스저팬은 당시 이미 대중의 뇌리에 잊혀 진 전설그룹이었다. 그러나 난 그들을 통해 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J-ROCK(일본 록의 통칭) 전체로 관심이 퍼져나가게 되었다. 차게 앤 아스카와 튜브(TUBE), ‘무릎 팍 도사’의 테마송으로 알려진 호테이토모야스, 지금은 해체됐지만 전설로 남아있는 샴세이드 등…. 요새는 일본의 국민그룹이라 불리는 B’Z의 음악을 듣고 있다. 아, 공통점이 있다. 엑스의 영향으로 ROCK적 요소를 가진 그룹에 끌림이 한정된다는 점이다.
마니아는 나의 운명
생각해 보면 무언가에 몰입했던 그때 나는 아무 대가 없이 집중하고 찾아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몰입은 여태까지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모차르트 때문에 알게 된 프리메이슨에 대한 정보는 소설 [다빈치 코드]를 읽는데 도움이 되었고, 역술에 몰입했던 기억으로 점을 보겠다는 사람들에게 슬쩍 한마디씩 조언을 하기도 한다. 역학은 커다란 사상체계이나 그 철학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마디로 뻔질나게 점 보러 다니면 인생 망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괜찮은 역술가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글을 쓰면서 최근에 무엇에 몰입을 했었나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민우회 대표가 된 후엔 뚜렷이 빠져들었던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민우회는 조직이 큰 만큼 많은 일이 몰려온다. 그러고 보면 몰입은 무언가 생각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일상의 무거움이 집중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몰입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의 특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쩌면 현재 나는 민우회의 일에 몰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임감, 시간에 쫓김이라는 옵션이 얹어 있어 활력상승 게이지가 낮기는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마니아인가 집착인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것이다.
“몰입은 나의 엔도르핀을 상승시키는 가장 강력한 환각제”다.
마니아는 나의 운명, 앞으로도 이 운명을 거부하지 않겠다.
벤자민 ● 민우회 대표로 쓰게 되는 쟁점관련 글쓰기 말고
일상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느냐고 꼬시는 우리의 꼬임에 넘어간 여자.
며칠 새 5번이 넘게 수정원고를 써내던 대단한 벤자민!
1. 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시민주의적·인도주의적 우애(友愛)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2. 먼저 나무나 풀은 나중에 불을 지필 수가 있다.이것을 목생화(木生火)라고 한다. 불이타고 나면 재가남고 그것은 흙이 된다.이것을 화생토(火生土)라 한다. 흙 속에는 각종 자원이나 금속이 들어있다. 이것을 토생금(土生金)이라 한다. 흙 속의 금속이나 다른 물질들에는 수분이 들어있다. 이것을 금생수(金生水)라 한다. 한편 땅 속에 든 물은 식물을 살리는 근원이 된다. 이것을 수생목(水生木)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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