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8월호 [생협이야기] 생명과 공존하며 환경을 복원하는 논생물농법쌀
[생협이야기]
생명과 공존하며 환경을 복원하는 논생물농법쌀
황혜경 ● 환경위원회, 남서여성민우회 생협 조합원
지구가 많이 아픈 가 봅니다.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는 큰 회의도 열고, 환경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던 사람들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말합니다. 초록별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 같은 농업도 다른 분야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생산량의 증가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농약과 화학비료는 일정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순환기능은 파괴되었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과 지구는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럴 때에는 다시 자연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유기농업은 인간의 탐욕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농사를 짓는 것입니다. 지금 소개하려는 ‘논 생물 농법’은 이미 논에 사는 논 생물과 공존하며 논 생물의 다양한 특징을 활용하는 유기 벼농사입니다.
생명 순환의 원리를 이용하는 농법
오랫동안 유기 벼농사를 지어온 쌀 생산지 홍성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논 생물 농법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실이 2008년부터 공급하는 ‘논생물농법쌀’입니다. 논 생물 농법의 핵심은 벼의 성장에 따라 논물을 조절해 잡초의 생장을 억제하는 것. 그리고 쌀겨 등으로 만든 발효거름을 넣어 논바닥을 물렁층으로 만들어 생물 다양성을 늘리는 것입니다.
논을 물렁층으로 만들면 논은 안정된 습지가 되고 실지렁이와 깔따구 애벌레와 개구리밥 등 녹조류를 번식하게 해줍니다. 녹조류는 물 아래 잡초의 광합성을 막아 잡초의 성장을 억제합니다. 실지렁이와 깔따구 애벌레는 논의 흙속에 공기를 넣어주고 흙 속 유기물을 분해합니다. 또 먹이사슬의 첫 고리가 되어 모든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줍니다. 환경위원회는 매년 다섯 차례 논 생물 조사를 하는데 중심 활동이 실지렁이와 깔따구 애벌레 개체 수를 세는 것입니다.
이처럼 논에 사는 생물의 개체수를 늘리면 먹이사슬이 이루어져 자연스레 병충해가 적어지고 잡초 억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논의 물을 깊게 가두려고 논둑을 높게 만들고, 추수철 논에 물을 빼야 할 때는 논 한 귀퉁이에 수서생물의 피난처인 ‘둠벙(웅덩이)’을 파줍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논둑에는 습지를 좋아하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나고, 식물은 수서생물과 개구리와 잠자리, 물고기와 철새를 불러들입니다. 논은 하나의 완벽한 생태계로 거듭나고, 건강하고 맛 좋은 쌀의 생산지가 됩니다.
환경과 밥맛, 두 마리 토기를 잡는다
여기에 쌀 생산지인 홍성에서는 밥맛을 좋게 하려는 노력도 계속 벌이고 있습니다. 밥맛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환경 조건을 빼면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벼의 품종과 질소 투입량입니다. 그런데 밥맛이 좋은 품종은 쉽게 넘어지는 등 재배하기가 까다롭고, 질소를 적게 투입하면 생산량이 감소합니다.
지난 2008년 홍성에서는 시범적으로 밥맛이 좋은 ‘칠보’ 품종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질소 투입량을 36% 정도 줄이고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쌀겨를 양분으로 주었습니다. 그 결과 쌀 품위가 95.7%에서 96.5%로 좋아졌습니다. 기계적 밥맛은 70.8%에서 74.2%로, 백도는 36.9%에서 38.4%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쌀 생산량은 15% 정도 줄었고, 잡초 억제 효과도 7% 줄어 그만큼 생산자가 잡초를 직접 손으로 제거해야 했습니다. 맛있는 쌀을 생산하려면 생산자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논 생물 농법이 자리를 잡으면 사라진 황새와 따오기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그러려면 논 생물 농법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논생물농법쌀의 꾸준한 이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야, 식탁도 지구도 행복하게 해주는 논생물농법쌀을 계속 만날 수 있으니까요.
황혜경 ● 자연에서 찾아 낸 답을 함께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생명이 숨 쉬는 논에는 어떤 생물이 살까?
생명이 살아 있는 논에는 논풀, 미생물, 곤충 등 다양한 생명이 움직입니다. 그렇게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논이 되면 무려190여 종 이상의 동물이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식물도 180여 종 이상이 논과 논둑에 살 수 있다고 하는군요. 오는 7월 여성민우회 생협 환경위원회는 ‘논 생물 조사’를 실시합니다. 논 생물 조사에 참여하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①개구리밥 개구리가 사는 곳에서 자라고 올챙이가 먹는 풀이라고 해 개구리밥이라고 불립니다. 논에서는 잡초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②실지렁이 논 흙 속에서 빨간 실 모양의 꼬리를 내밀고 흔들거립니다. ③깔따구 애벌레 논 흙에서 애벌레로 지냅니다. 깔딱깔딱 거리며 앞뒤로 움직이며 수서곤충과 물고기의 주요 먹이가 됩니다. ④황새 예로부터 좋은 징조로 여겨져 왔습니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이며 국제보호종인 새입니다. 황새가 다시 우리 논을 찾기를 기다려 봅니다.
(생명이 숨쉬는 논에서는 이외에도 거머리, 왕우렁이, 풍년새우, 소금쟁이, 벼메뚜기, 참개구리, 송사리, 논물애벌레 등 많은 생물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은 ‘한국논습지네트워크’가 엮은 『논생물도감』(그물코 펴냄)을 참조했습니다. 한국논습지네트워크는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회 람사르 총회에서 <습지 시스템으로서 논의 생물다양성 증진 결의문>을 통과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람사르 총회가 끝난 뒤에도 습지인 논과 논의 생물다양성을 유지·복원하는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논습지네트워크에는 여성민우회 생협 ‘논다 팀’(지금은 환경위원회) 등 소비자 생협과 생산자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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