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8월호 [모람풍경]아무나 기타 쳐도 되지?!_기타 소모임
[모람풍경]
아무나 기타 쳐도 되지?!_기타 소모임
‘[코드명: 치명적]_광대뼈 뽑아’
살림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모임[코드명: 치명적]
비좁은 사무실. 때는 밤 9시를 훌쩍 넘긴 시간. 여덟 명이 기타 하나씩 끼워 차고 앉아 ‘옹달샘’을 연주한다. 글쎄, 동요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타는 목마름으로, 누구보다 간절히 ‘옹달샘’을 원한다. 우리의 영혼을 달콤하게 적셔줄 이 ‘옹달샘’을 끝까지 연주하기만 한다면 십 년 갈증 한꺼번에 날려버릴 듯하다. 연주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코드 짚는 손끝이 저려오고, 줄을 튕기는 오른손이 허공을 훠이훠이 가른다. 가사는 잊은 지 이미 오래. 묵묵히 D코드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G코드 능선을 넘는다. 이제 마지막 C코드. 자, 이제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릴 차례다. 딴따딴따 업-다운-업!!
민우회 2010시즌 소모임 해트트릭1이 유력한 ‘슛돌’의 제안으로 시작한 모임은 첫날부터 심상치 않았다. 무려 여덟 명이 함께한 첫 모임에서 정한 소모임 이름은 ‘[코드명: 치명적]_광대뼈 뽑아’이다. 그 뜻조차 가늠할 길 없는 이 이름은 두 시간에 걸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쟁쟁한 후보를 물리치고 선정됐다. 여기서 부제 ‘광대뼈 뽑아’는 첫날 모임에서 다들 너무 웃다가 광대뼈가 뽑힐 뻔 했다는 데서 붙이게 됐단다. 설마 웃다가 광대뼈 뽑힐까 생각하는 분들, 지난 모임에 처음 나온 ‘윗느’가 광대뼈를 부여잡고 귀가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가?
마냥 웃고 즐기자고 꾸린 모임은 아닐 텐데 싶어 민우회 홈페이지 ‘모람세상’ 회원자유게시판에서 ‘슛돌’이 작성한 <기타 모임 계획서>를 찾아 읽었다. (이런 문건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찬찬히 계획서를 훑어본다. ‘기타 연주를 통해 건전한(?) 여성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공유함’이 목적이란다. 헉, 이건 또 무슨 뜻이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 아래 몇 줄을 더 읽어 내려가니 떡 하니 자리한 ‘목표3’에서 빵~ 터졌다.
이런 목표가 있다는 걸 뒤늦게 기타 모임에 합류한 사람들은 알고나 있을까? 뭔가에 홀려 코드를 익히고 스트로크(기타 주법)를 배우고 난 뒤 모금함 앞에서 민우회를 홍보하며 기타를 연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조만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하! <민우회생협 20주년 축제> 홍보부스에서 가열차게 ‘곰 세 마리’를 연주했던 창립멤버 ‘나무’는 아마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지도….
차근차근 하나씩 손으로 익히고 몸으로 배우는 과정은 사실 더디기만 하다. 언제쯤 기타는 우리에게 F코드2를 허락할까?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기타로 연주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하지만 바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 쓸 수는 없을 터. 하나 둘 손끝에 굳은살이 자랑처럼 박혀가고 한걸음 한걸음씩 저마다의 속도로 박자를 맞춰간다. 잠깐 느슨하게 진행하며 느릿느릿 쉬어가던 때도 있었지만 8월말에 있을 회원소풍을 겨냥해 작은 공연을 준비하기로 했다. 다시금 기타줄을 고쳐 매고 조율하며 늘어진 마음을 다잡는다.
누구에게나 스스로의 예술적 감수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는 법. 기쁨과 행복, 우울과 좌절, 사랑과 슬픔. 삶에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감수성은 자본주의 구조 아래에서 억압되기 일쑤고, 감수성을 북돋아줄 예술은 오직 전문 예술가들의 전유물로 넘어가버렸다. 우리는 일개 소비자로서 예술을 소비할 줄만 안다.
자, 이제 우리 삶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간 예술적 감수성을 되찾을 때다. 예술가와 일반인이 따로 있지 않았던 저 고대 사람들처럼. 아무나 저마다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누구나 스스로의 몸뚱이로 춤을 추고, 모두가 자신의 언어로 시를 쓰는 그날. 우리는? 우리는 그날 기타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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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트트릭: 축구에서 한 경기에 한 선수가 세 골 이상을 넣는 것.
2 F코드는 검지로 1번 플랫 전체를 잡아주고, 중지로 2번 플랫 3번 줄, 4번째 손가락으로 3번 플랫 5번 줄, 새끼로 3번 플랫 4번 줄을 잡아주면 되되는데… 아무래도 플랫이라는 개념과 코드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벅차고… 음, 그냥 엄청나게 잡기 어려운 오른손 잡는 손 모양쯤으로 하자.(^ ^;) 궁금하다면 실제 명치 모임에서 직접!
살림 ●
기타를 튕길 때 필요한 것들을 ‘아무나 기타 쳐도 되지?!
(일명: 아.기.되.지)’란 제목으로 정리해서
가르침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고 있는 능력자 살림입니다. 풉!
[코드명: 치명적]_광대뼈 뽑아 우리는 그들을 ‘명치’라 부른다.
기타 연주를 통해 건전한(?) 여성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공유할(응? 부끄럽다-_-;;;) 회원들을 찾습니다. 이미 모임을 하고 있어도 고민하지마세요! 이중모임도 가능(본인 의지와 체력이 중요함)하니까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민우회에서 기타 튕기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꾸벅(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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