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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8월호 [문화산책]김제동 토크 콘서트 - 노브레이크 봤다!
[문화산책]
작년처럼 비가 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민우회. 공연 전날 활동가들이 비가 내리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을 건 인형을 만들어 대롱대롱 매달아 놓아서 일까요? 다행스럽게도 뜨끈한 공기가 가득한 나름(?) 맑은 날씨 속에 공연이 열릴 수 있었습니다. 히히.
우리가 만난 날, 그리고 그 장소는?
2010년 7월 3일, 비가 올 듯 말듯한 날에 어린이 대공원 내
<돔아트홀> 공연장에서 그날의 기억을 전하는 주밀의 글이 이어집니다. 짜잔-! - 편집자주
김제동 토크 콘서트
- 노브레이크 봤다!
주밀 ●
와우,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머리칼을 휘날리고 땀을 흘리며 돔 아트홀을 찾았다. 내가 막 도착했을 때 김제동 씨는 티아라의 “Bo Peep Bo Peep”란 노래에 맞춰 연신 손을 휘저었더랬다. ‘아, 내가 기대했던 김제동이 눈앞에 있는 거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연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방송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정말 가감 없는 딱! 그만큼의 모습으로 2천여명의 관중 앞에 무릎을 꿇어 눈을 마주치며 쉴 새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 “김신영언니, 너무 예뻐요!”
김제동 토크 콘서트의 또 하나의 재미는 화려한 게스트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한껏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요즘 한창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방송인 김신영 씨였다. 김신영 씨는 나오자마자 헤어와 메이크업을 이야기하며 외모 지상주의 사회를 한껏 질겅질겅(씹었다는-_-*)해 주었다. 그렇지만 나의 눈에 김신영 씨는 정말 예쁘고 귀여웠더랬다. 김제동 씨는 여기에 더해 “말과 사람과 꽃은 다양해야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같이 멋있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의자에 앉아도 바닥에 닿지 않는 다리 길이를 가졌고, 눈이 하도 작아서 낳아주신 엄마조차도 깨어있는지 잠이 들었는지 구별하지 못하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재밌게 할 수 있는 사람. 요즘의 외모에 매겨진 기준에 의해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애드립으로 청중을 모두 웃을 수 있게 하는 김제동 씨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김신영 씨는 의식하지 않은 듯 뱉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를 흥분시키는 말들을 하였다. 그녀는 “능력만 되면 저는 혼자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나를 포함한 물길* 기획단이 함께 앉아있던 쪽에서 “와아~”하면서 환호가 흘러 나왔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저 사람들은 왜 이 시점에 환호를 하지?’하는 느낌을 주는 시선이 왔다. 나를 포함한 20여명의 물길 캠프단은 지난주에 강화로 여성주의자 네트워크의 물꼬를 트러 다녀온 바 있는데, 우리가 “와아~”를 외쳤던 이유는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캠프에서 다양한 주제를 정해 앞으로의 활동을 계획했는데, 그때 언급되었던 주제 중에 하나가 ‘비혼’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결혼제도는 여성에게 가족들을 위한 평생 ‘무상’가사노동을 제공하게 하는 노예제도와 같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아버지에게서 남편에게로 넘겨지는 결혼식을 정점으로 나는 나의 이름이 아닌 ‘아내’, ‘엄마’로 불리게 되고 더 이상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캠프에서 우리는 이 주제로 토론을 하며 여자가 돈, 친구, 취미 등의 몇 가지 요소만 충족할 수 있다면 혼자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를 나눈 바 있었다. 그랬던 우리였기에 김신영 씨가 혼자 사는 것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는 순간, 그녀에 대한 ‘동지애’로 터져 나오는 기쁨의 탄성을 질렀던 것이었다. 정말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제동 씨의 힘
웃자고 던진 이야기들 속에 마냥 웃을 수 없게 오묘하게 섞여있던 정치적 발언. 그것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하였다.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 김제동 씨의 정치적 발언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힘. 그것은 보통 시민단체가 이야기하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물은 굽이굽이 흘러야 한다, 물고기에는 곡선을!”, “(‘빵꾸똥꾸’에 대한 얘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는 방송통신위가 없으니 마음대로 말해도 된다.”라고 이야기 하는 등. 연예인은 하지 않을 듯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계속되는 정치적 발언 속에서 사람들은 정치인에게 대하듯 무관심한 표정으로 “정치 이야기라면 그만 때려치워”의 냉소적 반응이면 어쩌나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김제동 씨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분명하게 김제동 씨의 힘이기도 하고, 또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과연 이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1% 아쉬운 여성주의 감각
그가 이야기 했듯이, 아무 연고 없이 모든 연령층을 동원했을 때 이야기를 시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상황에서 가장 웃음을 주기 쉬운 말들은 연애, 커플들에 관한 것이었을 거다. 그렇지만 처음 토크 콘서트를 시작하면서 비추었던 이성 커플들의 손잡은 모습, 어깨에 기댄 모습 등은 그것을 지켜보는 물길 캠프 기획단들로 하여금 몹시 불편함을 느끼게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토크 콘서트를 마치고 조촐하게 가졌던 뒤풀이에서 “젠더 감수성은 좀……. 커플이야기를 많이 해서 기분이 별로였다, 퀴어 감각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우리가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일까? 그렇지만 분명히 ‘커플’이라는 범주 안에는 동성애 커플 또한 있을 수 있다는 작은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그에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무릎을 꿇고 청중과 눈을 맞춰 이야기 하는 노력을 기울이듯이, 여성주의에 눈을 맞춰 소통하는 작은 노력만 기울인다면 그는 정말 100% 완벽한 민중의 소리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이 글을 마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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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길은 민우회가 20대 대학생을 만나는 사업의 이름인 <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의 줄임말이다. 물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번 호 [민우ing] 꼭지의 내용을 참고하면 좋겠다. (편집자 주)
주밀 ●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고 싶은 민우회 물길캠프 기획단 주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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