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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8월호 [생생한시각]지방선거에 슈퍼맨이 출마한 까닭은?
[생생한 시각]
지방선거에 슈퍼맨이 출마한 까닭은?
최위환 ● 녹색연합 활동가
안녕하세요~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4대강사업반대시민후보로 종로제2선거구에 출마했던 최위환입니다. 전라남도 시골에서 자라나 서울로 유학을 와서 묘한 인연에 이끌려 녹색연합에서 어영부영 활동을 한지도 벌써 6년차입니다. 지난 4년에 비해 최근 2년은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 하늘이 보내주신 이명박 선생님 때문이죠. 대형 건설회사 사장님을 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역시나 기존의 선생님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국민혈세 22조가 들어가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을 국민들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니 말입니다. 떠들어대던 청년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환경(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일할 꺼리만 엄청 늘어난 거 같습니다. 덕분에 시골이장이 꿈이던 서른살의 청년이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영광(?)을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권자가 ‘4대강’ 이야기 하면 불법! 그렇다면 출마해주마~
선거는 국민들을 대신해서 일할 지역일꾼들을 뽑는 장이니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특히나 이번 지방선거는 죽음의 4대강 삽질을 멈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투표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4대강’이야기를 꺼내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공포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데 말이죠. 실제로 4대강 사업반대의 내용을 담은 사진전과 함께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는 이유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이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것입니다. 생명의 4대강이 그대로 흐르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소리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제 현수막에는 4대강 삽질로 인해 말라죽어가는 단양쑥부쟁이의 모습을 담겠습니다.
제 명함에는 오랫동안 땅과 강을 지켜왔지만 4대강 사업으로 쫓겨난 농민의 이름을 담겠습니다. 제 벽보에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굽이치는 강줄기와 금모래밭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는 우리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담겠습니다. 제 유세에는 4대강 사업이 멈추고 강이 그대로 흐르기를 바라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 4대강 사업반대 시민후보 출마기자회견문의 일부
함께 춤추실래요? 생명의 강을 위해~
안녕하세요? 슈퍼맨이 지방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도 없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대로 흐르는 생명의 강을 물려주고 싶을 뿐입니다. 22조의 국민세금이 강을 죽이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무상급식을 하는데, 대학생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는데, 장애인들이 더 편하게 살아가는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구를 구하는 슈퍼맨도 4대강 사업을 멈출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투표가 죽음의 4대강 삽질을 멈추고 생명의 강을 그대로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 다 그놈이 그놈 같아서 찍기 짜증나더라도 이번만큼은 누구를 당선시키기 위한 투표가 아니라 생명의 강을 위한 투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시민들과 함께 한 리버댄스를 선보여 드리겠습니다. 생명의 강을 살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함께 춤춰 주세요옷~ |
거리유세 첫날 후보팀은 아침에 출근하는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나갔습니다. 요즘의 광장은 시민들이 모이는 자유로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1인 시위와 기자회견도 할 수 없게 막아서던 경찰들이 후보유세를 하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옆에서 지켜볼 뿐입니다. 통쾌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 광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유세기간 동안 시민들과 함께 ‘4대강 사업 저지의 염원을 담은’ 리버댄스를 신나게 추었습니다. 비록 지역구는 종로제2선거구였지만 당선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고 투표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멈추는 것이 목적인 우리 후보팀은 강남, 여의도, 신촌, 홍대, 명동 등 시민들이 많은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길거리에서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돌아다니면 누구나 신기해서 한번 쳐다봅니다. 그리고 궁금해 합니다. 왜 저 사람들은 저러고 선거에 출마했을까? 그러면 우리는 춤을 췄습니다. 죽음의 4대강 삽질을 막기 위한 리버댄스, 6월 2일 생명의 강을 위한 투표독려 리버댄스를! 광화문 광장에서, 동대문 운동장에서, 청계광장에서, 시청광장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명동거리에서, 대학가 정문 앞에서! 우리의 춤은 우리의 언어입니다.
함께 노래하실래요? 생명의 강을 위해~
“4대강 사업은 삽질, 4대강 사업은 탐욕”
“자연은 우리에게 돈을 원하지 않아요, 언제까지 인간은
돈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면서 살아가야 하나요?”
저녁 길거리 유세시간 홍대 앞에서 라국산의 흥겨운 레게리듬에 맞추어 윈디시티의 김반장이 노래를 부르며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나가는 젊은 사람들이 자리를 멈추고 흥겨운 레게리듬에 맞추어 몸을 움직입니다. 한쪽에 마련된 화면에서는 지금도 24시간 진행되고 있는 4대강 공사현장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 신문에서 지방선거유세차량의 방송소리에 대한 민원이 많이 제기되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테이프로 녹음된 똑같은 목소리와 대중가요를 개사한 반복되는 음악은 시민들에게는 그냥 소음일 뿐입니다.
자연의 리듬과 소리를 담은 레게음악인 김반장은 ‘레게의 정체성이란 것은 흙과 자연으로부터 나온 촌스러움’에 기반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느린 리듬에 몸을 맡긴 모든 사람들에게서 편안한 흥겨움이 느껴집니다. 이 순간에 4대강 사업이 왜 문제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생명의 강을 죽이고 있는 이 정권과 건설업자들에게 분노하지 않습니다. 그냥 모두가 단 하나, 생명의 강이 평화로워지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그러기위해선 내가 가진 탐욕과 우리안의 삽질을 없애야 함을 공감할 뿐입니다. 우리의 노래는 우리의 성찰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영웅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6월 1일 오후 3시. 슈퍼맨 복장으로 선관위에 가서 사퇴서를 제출하고 왔습니다. 사퇴이유에는 “투표권을 가진 시민영웅을 믿으며……”라고 적고 나왔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에는 영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가슴에는 영웅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도 아닌 바로 그냥 일상을 사는 우리입니다.
최위환 ● 그렇게 6.2 지방선거는 끝이 났습니다.
누군가는 상당한 수의 진보세력이 당선됨으로 국민들의 뜻을 보여줬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4대강 사업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더 크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대강 사업반대 시민후보로 활동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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