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8월호 [민우ing]청춘집중! 대학생들이 강화로 간 까닭은?
[민우ing]
청춘집중! 대학생들이 강화로 간 까닭은?
- 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 <물, 길> 1기: 물꼬 트는 사람들
조서윤숙(숨su:m) ● 한국여성민우회 반차별·회원(청춘)팀
물꼬 트는 사람들1이 여성주의 캠프(6월 25~27일, 강화)를 다녀왔다. 이들은 요즘 Hot여름에 다시 만나며 캠프가 끝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물꼬를 트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이들은 <한국여성민우회 + 대학 내 여성주의자 + 다양한 여성주의 활동가 = 여성주의 무한급수 발산자들>이다.
처음의 발걸음 지난 해 2009년, 민우회는 “웹2.0세대, 여성운동을 접속하다!”는 이름 아래 <페미블로거 캠프>를 각 학교 내 여성주의 활동가들과 연대 기획하여 진행하였고, 메타블로그 <F(eminist)씨의 B(log)다방>을 오픈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한 바 있다. 이제는 이때 어렵게 얻어 낸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인식’과 ‘서로를 지지하는 든든한 관계형성’을 한 번의 경험으로만 끝내기보다, ‘실제 활동의 동력’이 되는 지지대로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아, 여성주의의 새로운 힘을 만들고 싶다~!
너 거기 존재 하니? 기획단이 모였다. <물, 길>의 여성학 강좌를 기획하고, 실제 대학생들의 욕구를 반영해 다양한 여성주의 활동 욕구를 가진 이들과 관계 맺는 계기를 만들었다. 기획단은 참가신청서를 통해 이 캠프를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나에게 여성주의는 쫛쫛쫛이다>라는 질문에 대해 참가자들 왈,
나에게 여성주의는 힘이다 : 어렸을 땐 감히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경험, 기죽고 뒤에서 화만 내는 게 아니라, 싸움이 나더라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경험은 이렇게 힘이 되었다 가영
생각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 질문하는 방식, 사람과 세상과 어울리는 방식이다 다해
양날의 칼 : 차이와 차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으므로 산 |
더불어 일상에서 실천해 본 소소한 여성 주의적 액션의 경험부터 저널, 대책위, 총여학생회 활동까지 참가자들의 활동 반경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막 호기심을 보이는 이로부터 각자의 삶과 단위에서 여성주의를 더 세밀하고 당당하게 풀어내고 싶은 활동가까지 수많은 결의 스펙트럼 안에 우리는 서 있었던 셈이다.
든든한 지지자들 <물, 길>1기 여성학 강의는 처음부터 다시 질문한다. ‘왜’라는 질문부터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만들어 ‘누구’와 소통하고 ‘어디’에서 풀어낼 지를 더듬어 보는 질문들. 여성학 강좌라고 했지만, 여성주의 일반에 대한 강의에만 머물지 않고, 각자의 단위에서 여성주의 이슈를 풀어내는 다양한 시도들과 20대 활동가의 현실을 넘나들며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경험을 만들었다.
<왜, 지금, 여기서, 어떻게 - 여성문제를 이야기 할 것인가>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 라는 질문과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페미니스트로 가는 필연적인 경험인가”라는 질문을 교차해 던지면서, 여성의 경험이 지식이 되거나 권위가 되지 않고 특수화와 고유화의 경험으로만 인식되어 피해의식을 만들어내는 현실을 짚어 보았다. 질문이 아닌 질문들의 괄호 안에 있는 의도들을 기억하되 웃음의 코드를 잃지 않으려면, 질문하는 법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는 강의는 참가자들의 뼛속까지 울렸다는 후문이. 이는 권김현영의 20대의 경험을 타고 다시 지금 대학생들의 비판-실천 의지가 된 것이다.2 권김현영
<삶으로 액션으로, 처음 만지는 미술> 그림과 여타 미술활동에 대한 소개를 통해 여성과 여성주의에 대한 타자화에 대해 질문했고 경계할 지점들을 우리의 문제로 끌어냈다. 그 누구도 타자화 된 몸으로서만 존재하지 않으며 수많은 타자와 관계 지어 있다는 것. 우리의 활동은 나의 타자화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다른 타자화 된 존재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상상해야 할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3 수수 <상상하지 못한 질문, 질문하지 못한 상상력으로 만드는 수많은 주름과 문화> ‘동성애 바로 알기’를 넘어서 ‘질문’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참가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새로운 가치와 질문 체계를 통해 무성한 연기를 내다가 기어코 엄청난 불꽃을 만들어낸 마지막 강의. 참가자들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강의는 여성주의와 퀴어가 만나는 지점, 상상하지 못한 질문4이 가지는 힘, 개인적 정체성을 넘고 설득에 대한 강박을 넘어서서, 해보고 싶은 활동을 재미나게 하는 데서 오는 활동력과 추진력과 지속성을 이야기 했다. 한 채윤 |
강의를 한 이들은 캠프 한 달 전부터 이 만남을 위해 마음을 닦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자신의 강의 외의 시간까지 참가자들과 함께 지내고 이야기 나누면서 20대 대학 내 여성주의자들에 대한 지지를 온 몸으로 보이고 갔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 된다: 액션 기획 우리의 경험과 상상력을 총화 하는 워크숍을 통해 스스로 찾은 의제와 이슈를 어떤 문화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를 모색해 보았다. 기획단과 참가자들이 제안한 활동거리와 고민거리들에 대해 자유롭게 모이고 흩어지며 만들어 낸 것이 <비혼/독립/퀴어/빈곤> 네 가지 모둠이었다. 각각의 열쇠 말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경험하고 새로운 질문을 마음껏 던져 보며,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했다. 캠프의 마지막 워크숍인 액션 기획 발표에서 서로의 기획에 대해 필요한 정보와 견해를 공유한 것은 지속될 만남을 전제한 것이기에 아직은 날것이지만 설익을 것 같지 않은 다부짐이 엿보였다. 수다회, 영화 제작, 거리공연 캠페인, 세미나 등을 만들어 내는 만남이 지금도 서울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5.
지속 가능한 만남, 새로운 판을 벌이다 “생각해 보면 민우회는 10년 전에도 이런 대학생 모임 같은 걸 만들곤 했었다. 노동관련 모임을 조직하기도 했었고, 30대 언니들이 이런저런 조직화도 같이 하고, 기획 아이디어도 던져주고, 세미나도 해주었다”는 권김현영의 말에서 민우회가 20대 혹은 대학생들과 함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가진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그 많던 20대가, 여대생이 어디로 갔을까’를 고민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의 20대를 만나는 일이고, 이것이 여성주의 활동의 지속 가능한 판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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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여성민우회가 20대 대학생을 만나는 사업의 이름은 <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이다. 이 사업의 지속성과 시작의 의미를 담아 2010년에 민우회와 함께 하는 20대를 “<물, 길> 1기 : 물꼬 트는 사람들”이라 칭한다.
2 당시에 우리를 폭발적으로 움직이게 했던 원동력은 연대였다. 당시에 각 학교에서 행사가 있을 때 행사를 공유하는(순회공연) 과정에서 붐업이 이루어졌다. 영화, 연극, 전시 등 같은 내용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움직였다. 들꽃모임과 성폭력학칙연대회의 2가지 연대회의가 진행되었다. 연대회의 말고 ‘묻지마’ 수다모임도 했었다. 노는 모임을 지속적으로 가지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갔었다. 총여학생회라는 조직적 단체가 할 수 없는 게릴라전의 활동들도 기획하고 진행했었다. 다층적인 기획이 연대의 장점이었다. - 권김현영 강연 가운데
3 타자화 된 방식에 반발하는 법의 예(게릴라 걸즈 <왜 여자들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 옷을 벗어야 하나>, 여성주의 액션 박람회 등)를 통해 현실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참가자들의 공동작업 워크숍 또한 진행.
4 “내가 얘한테 커밍아웃을 해줄까, 말까?”라는 새로운 발상을 통해 벽장이 되레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일 수도 있다는 사고의 전환은 ‘누가 상상하지 못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질문과 상상의 주체를 다시 보기.
5 참가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평가는 민우회 홈페이지 http://womenlink.or.kr를 통해 그 누구든 볼 수 있을 터.
조서윤숙(숨su:m) ●
모모는 꼭 돌아 올 거야.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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