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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월 7*8월호 [민우ing]대국민 사기극 KBS 수신료 인상, 무엇이 문제인가?
[민우ing]
대국민 사기극 KBS 수신료 인상,
무엇이 문제인가?
윤정주 ●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뜨거운 여름, 쨍쨍 내리쬐는 태양 보다 더 뜨거운 이슈가 있다. 바로 KBS의 ‘수신료 인상’ 이슈이다. KBS는 지난 6월 14일 <텔레비전방송수신료 현실화> 공청회를 열고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한 가시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수신료 인상안은 4,600원(2TV 광고 비중 19.7%), 5,200원(2TV 광고 비중 12.3%) 및 6,500원(2TV 광고 비중 0%) 등 총 3가지이다. 이중 현재 가장 유력한 안은 2TV 광고를 전면 폐지하고 수신료를 6,500원으로 올리는 안이다. 물가인상률과 상관없이 한꺼번에 국민의 주머니에서 4,000원을 빼가는 것도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수신료가 인상되어도 KBS의 재원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KBS는 앞서 언급한 공청회에서 광고를 줄임으로써 상업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문화적 건전성 담보 및 무분별한 외국 문화의 범람을 방지하겠다고 했다. 또한 2014년 세계 대표 공영방송으로 도약하고 디지털 전환 완수, 수신환경을 개선 및 시청자 권리 보호를 위해 수신료의 현실화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 전환, 수신환경 개선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특히 공청회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위해 향후 2012년 까지 5,611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 계산만 해봐도 알게 된다. 수신료를 6,500원으로 올려도 KBS는 디지털 전환 자금은 모자라다. 왜 그럴까? 자, 지금부터 간단한 산수를 해 보자.
2009년 KBS의 재원은 수신료 40%(5,400억 원), 광고 40%(5,400억 원) 및 기타 20%(2,700억 원)로 구성되어 있다. 2TV 광고를 없애고 수신료를 4,000원 더 올려서 6,500원이 될 경우 수신료는 1조 3,800억 원이 되고 여기에 기타비용 2,700억 원을 합쳤을 경우 1조 6,500억 원이 전체 수입이 된다. 따라서 수신료 인상으로 약 3,000억 원 가량 수입이 더 늘어난다. 여기에 한국전력에 내는 수신료 징수대행비1 약 966억 원과 EBS에 배분하는 비율2(5%) 690억 원을 제하면 순수 인상분은 연간 약 1,344억 원이 남는다. 이는 2012년까지 필요한 디지털 전환 비용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이다. 도대체 KBS는 무슨 돈으로 수신환경을 개선하고 시청자 권익을 보장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렇듯 자신들에게 별로 실익이 있지도 않은 수신료 인상을 KBS는 왜 이렇게 서둘러 밀어붙이려고 하는가? 그 해답은 바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올 1월 기자들과의 신년 하례회에서 했던 말 속에 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이 이뤄지면 연간 7,000억~8,000억 규모의 광고가 민간 시장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이는 미디어 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KBS의 광고를 조선, 중앙, 동아의 종합편성채널3에게 주겠다는 의미이다. 결국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조·중·동을 먹여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거야 말로 대국민 사기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 다른 문제는 인상된 수신료를 대체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KBS는 공청회 자리에서 수신환경개선 및 방통융합시대 공적 가치와 시청자 권리 보호를 위해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어떻게 수신환경을 개선할 것인지, 공적가치와 시청자 권리를 어떤 방법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KBS는 지난 정연주 사장 시절에도 수신료인상을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신뢰도와 공정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종편과 관련된 논의가 없었던 그 때에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수신환경개선 및 무료보편적서비스확대, 경영합리화 등 선결조건을 내걸면서 조건부 찬성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KBS는 어떤가? 지난 2년간 이병순, 김재철로 이어지는 낙하산 사장이 들어온 이래 KBS는 뉴스를 비롯한 드라마, 교양프로그램에서까지 정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주는 등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국민의 방송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KBS는 지금의 수신료 인상안을 전면 폐기하고 처음으로 돌아가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는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새로 시작하여야 한다.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적 책무 강화, 공정성 확보 등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공영방송의 실질적 노력이 보여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수신료 인상에 동의 해 줄 수 없다. 국민들 또한 눈을 크게 뜨고 KBS의 일방적인 수신료 인상에 대한 숨을 뜻을 보아야 한다. KBS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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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신료를 대신 징수해 주는 대가로 KBS는 매년 한국전력에 수신료의 7%를 징수대행비로 지불하고 있다.
2 KBS는 수신료 인상이 되면 EBS에 매년 3%를 배분하던 비율을 5%로 올리겠다고 하였다.
3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방송(KBS, MBC, SBS)과 같이 보도, 교앙, 오락 등을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이다. 유선방송과 위성방송을 통해 볼 수 있으며 최시중 위원장은 연내에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하겠다고 하였다.
윤정주 ●
간단한 산수라곤 했으나 숫자가 나오면 주눅들게 되는 것이 우리들.
하지만 KBS 수신료 인상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숫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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