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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호 [문화산책] 타히티의 달, 욕망의 대상
michael franks, object of desire, 1982.
[편집자 주: 이번 문화산책은 폴 고갱과 마이클 프랭크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타히티의 달을 한 번 읊조린 후, 특히나 새벽에 머릿속을 떠도는 단어들을 100개쯤 세트로 나열하다, 너와 나와 나와 나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가 흔하게 당도하는 질문으로 종착하는 길지만 스르륵- 따라가게 되는 글입니다. 강의하시는 대학에서 민우회 발간서적 ‘여성주의 학교-간다’를 교재로 사용하신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타희티의 달, 욕망의 대상
이결 ●
1. 1848년 6월 7일 폴 고갱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 외할머니는 오늘날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의 선구격인 페루계 여성. 1951년 페루 리마로 향하는 배에서 아버지 사망. 리마의 외삼촌 집에서 기거. 1955년 프랑스의 오를레앙으로 귀환. 1860년 보조조타수로 해군 복무. 1871년 파리로 복귀, 주식중개인이 됨. 1873년 덴마크 여성과 결혼. 10년의 결혼생활을 통해 다섯 자녀를 둠. 1883년 코펜하겐으로 이주. 1885년 파리로 돌아와 전업화가가 됨. 1888년 아를르에서 고흐와 9주 동안 동거. 우울증은 겪은 고갱 자살 시도. 1891년 고갱 “모든 것이 인위적이고 관습적인” 유럽 문명을 떠나 “물고기와 과일만으로 살 수 있는” 타히티, 마르티니크, 마르케사스 등지를 떠돌며 작업. 최소한 수 명의 타히티 미성년자 여성들과 관계를 맺음. 1899년 「두 명의 타히티 여인」(앨범 커버 그림) 완성. 1903년 5월 8일 타히티에서 매독으로 사망.
2. 1944년 9월 18일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마이클 프랭크스 출생. 가족 중에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스윙재즈 등 당시의 음악을 즐겨 들음. 1958년 14세 때 처음으로 일제 마르코 폴로 기타를 29.95달러에 구입. 기타 구입에 보너스로 포함된 6주의 개인 기타 레슨은 그가 받은 유일한 정규 음악교육. 어빈 고등학교 시절 테어도어 뢰트케의 시를 발견. 자신의 기타 반주로 포크 송을 연주. 1966년 UCLA 영문학과 비교문학 전공 학사. 1968년 오레건 대학교 문학석사. 캐나다 몬트리얼 대학교에서 미국문학 박사과정 교수 보조원 자격 취득. UCLA 영문학과 시간강사. 1970년대 UCLA와 버클리 대학원에서 작곡 과목을 강의. 이 시기 이후 대중음악ㆍ재즈ㆍ영화음악 작곡가 데뷔. 1973년 첫 번째 음반 <michael franks>를 발표. 1972년 실질적 데뷔앨범인 <the art of tea>를 워너브라더스에서 발표. 1982년 「네가 제일 필요했을 때 just when I needed you most」를 부른 랜디 밴 워머가 백보컬을 맡은 「타히티의 달 tahitian moon」이 들어있는 여덟 번째 앨범 <objects of desire> 발표. 2010년 현재 16장의 앨범 발표, 세계 투어 중. 미국 거주. 행려동물의 안락사 금지를 위한 동물 권리 단체(hearts united for animals) 활동.
* tahitian moon - michael franks
had to get away i couldn't stand another dreary day of people with the same expression on each face guess i needed to find some secret place
i bought a round trip cheap i broke my lease and gave away my heap i flew down to tahiti where soft breezes blow and i rented a grass roof bungalow
there i met an island girl so fair she was the child of a dream we both wore flowers in the hair bathing each day in the stream perfume around and everywhere out of the sea she came to me suddenly we were vis-à-vis lovers beneath the mango tree under the tahitian moon
now i'm saving my way back to you tahiti take me in your arms again
i knew i couldn't stay i couldn't stand another perfect day of leaving in this paradise without an end guess i needed to feel confused again i promised to return the tears upon her cheeks began to burn she handed me a note i promised not to lose it said love is the pain you can't refuse
* there i met an island girl so fair she was the child of a dream we both wore flowers in the hair bathing each day in the stream perfume around and everywhere out of the sea she came to me suddenly we were vis-à-vis lovers beneath the mango tree under the tahitian moon
** now i'm saving my way back to you tahiti take me in your arms again |
* 타히티의 달
떠나야 했어, 이 따분한 하루를 더 견딜 수가 없었어. 이 똑 같은 얼굴들 이 똑 같은 표정들 나만의 숨겨진 어딘가가 필요했어.
난 싸구려 왕복표를 샀어. 난 집을 빼고, 내가 가진 걸 버렸어 난 비행기를 타고 타히티로 내려갔어. 거긴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지. 내 방갈로 지붕은 풀로 되어 있었어.
난 거기서 너무 착한 섬 소녀를 만났어. 소녀는 꿈의 아이였어. 우린 둘 다 머리에 꽃을 꽂고 매일 개울에서 목욕하고 어디나 향기가 넘쳐흘렀어. 우리는 갑자기 얼굴을 마주 봤지 망고 나무 아래의 연인들 타히티의 달 아래
난 지금 널 향해 다시 돌아가, 날 다시 네 품에 안아줘.
난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어. 이 끝없는 천국에서 펼쳐지는 이 완벽한 날을 견딜 수가 없었어. 난 다시 혼란스러워질 필요가 있었어. 난 돌아온다고 약속했어. 눈물이 소녀의 볼을 타고 흘렀어. 소녀는 내게 편지를 줬어, 난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편지는 사랑은 네가 거부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했어.
* 반복
난 지금 널 향해 다시 돌아가, 날 다시 네 품에 안아줘. |
4. 고갱과 고흐, 혹은 달과 6펜스. 혹은 고갱과 타히티 소녀. 혹은 19세기 백인 남성과 미성년자 폴리네시아 소녀. 어른과 아이. 서양과 비서양. 남성과 여성.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밖에서 온 사람과 안에서 사는 사람.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 말하는 사람과 말 되어지는 사람. 글 쓰는 사람과 그 글에 나오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받는 사람. 그러니까,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되는 사람. 나와 너. 우리와 그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아닌 것. 익숙한 것과 불편한 것. 체계와 파편. 정리된 것과 안 된 것. 인식되는 것과 인식되지 않는 것. 앎과 무지.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인 것. 나와 나와 ‘다른’ 것. 동일자와 차이.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 이성과 감정. 정상과 비정상. 권력과 저항. 존재와 비존재. 로고스와 글쓰기. 근대와 전근대. 철학과 내 고민. 엄숙함과 유치함. 엄밀함과 엉성함. 효도와 죄책감. 성실과 게으름. 진리와 이데올로기. 잃을 것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신과 인간. 오성과 감각. 천국과 지옥. 신앙과 미신. 서울과 지방. 올라감과 내려옴. 스카이와 지잡대(지방 잡대학교). 이름 있음과 이름 없음. 공권력과 폭력. 해군과 해적. 교총과 전교조. 한나라당과 민노당. 유명한 사람과 안 유명한 나. 정통과 이단. 신부와 마녀. 목사와 무당. 책임감과 귀차니즘. 합리성과 자기합리화. 의식과 무의식. 도덕과 부도덕. 시민과 범죄자. 양심과 가책. 교수와 학생. 형과 동생. 오빠와 나. 아빠와 엄마. 그이와 나. 이해와 오해. 제국주의와 식민지. 문화와 야만. 헬라스와 바바리안. 중화와 오랑캐. 정복과 피정복. 유태인과 아랍인. 대한민국과 쪽발이 혹은 짱깨. 한(韓)민족과 미국. 내선일체. 간 나오토와 위안부 할머니. 가해자와 피해자. 수난과 희생. 나와 남. 이성애와 동성애. 마이클 프랭크스와 동방신기. 비욘세와 소녀시대. CD와 MP3. 핸폰과 아이폰. 미국과 한국. 대한민국과 북한. 김정일과 나. 마르크스와 나. 이명박과 나. 예수와 나. 부처와 나. 히틀러와 나. 케네디와 나. 마릴린 몬로와 나. 고갱과 나. 음악과 국악. 문학과 국문학. 팝송과 가요. 비틀즈와 월드 뮤직. 링킨 파크와 서태지. 백남준과 나. 윤이상과 나. 아이유와 나. 응, 그러니까, 우리 할머니와 우리 엄마. 우리 엄마와 나. 나와 내 속의 나. 보는 나와 보이는 나. 말하는 나와 말 듣는 나. 내가 어쩔 수 있는 나와 내가 어쩔 수 없는 나. 너와 나. 그러니까, 나와 나.
5. 보편적인 것은 정말 보편적인 것일까? 서양은 보편적인 것이고 비서양은 아닐까? 보편적인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것 아닐까? 보편성이야말로 문화적인 것 아닐까? 그럼 문화상대주의에 빠져야 할까? 그런데 그렇다면 수학이나 과학도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일까? 서양 과학이 아니면서, 사이비 과학도 아닌, 비서양 보편과학이 가능할까? 그런데 보편적인 것이 보편적인 것이라고 누가 정한 것일까? 그들은 왜 내게 그렇게 가르쳐주었던 것일까? 보편적이라는 말은 19세기 말에 서구어를 번역하여 만든 일본어이고, 그 원래 말은 서양어, 아니 그러니까 그리스에 연원을 둔 근대 유럽어이니까? 보편은 하나일까? 보편들은 없을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그러니까 사람들이 내가 그렇게 말해주었고, 어제 내가 그렇게 외웠던 그리고 사람들이 오늘도 그렇다고 말하는, 보편ㆍ정상ㆍ당연ㆍ이성ㆍ필연은 그저 가능한 무수한 보편ㆍ정상ㆍ당연ㆍ이성ㆍ필연들 중 단 하나가 아닐까? ‘유일한 절대적 하나의’ 보편성ㆍ근대성ㆍ합리성ㆍ정상성이란 개념은 사실은 19세기의 성공한 쿠데타가 아닐까? 21세기의 세계화처럼! 사실 우리는 복수의 무한한 다양한 보편성 놀이ㆍ근대성 놀이ㆍ합리성 놀이ㆍ정상성 놀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어떻게 오늘의 내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면, 나는 오늘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것과 달리 이 세상을 보고 정말로 나의 몸을 던져 나의 삶을 다시 살아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생각과 성실, 생각하는 바와 느끼는 바가 따로 노는 반(反) 지성주의가 아니라, 오직 영원한 오늘 현재의 관점ㆍ시제로 지금 내게 드는 느낌과 생각을 다시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런 ‘나-만들기’를 통해서.
6.그러니까,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을까?
● 이결
여성들도 남성들을 뭐 이해할 수 없지만, 기득권자인 남성들은 여성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혹은 기득권자는 기득권자 아닌 사람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믿는, 이해라는 말 자체가 때로 아니 대부분 보통은 사실상 폭력이라고 믿는, 혹은 기득권자와 피해자는 분명 두 사람이지만 아주 가끔 때로는 두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 결정적으로 여성들이 나에 대해서 하는 말은 무조건 진리라고 진심으로 믿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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