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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호 [특 집] 대표 인터뷰
[대표 인터뷰]
2011년, 새로움을 약속한 김인숙과 박봉정숙에게 듣는다.
“회원들이 원하는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훤칠한 키, 큰 얼굴, 시원시원한 웃음, 다른 듯 비슷한 두 명의 대표가 총회를 거쳐 선출되었다. 꽃을 사랑하고 친화력으로 사람을 머금는 김인숙 대표(이하 멍군), 뻔한 것을 거부하고, 새로움으로 사람을 이끄는 박봉정숙 대표(이하 박봉)가 궁금한 이들, 어서 모이시라.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자 : 민우회 1인자가 되었다. 뻔한 걸로 시작하자면, 대표되는 소감 어떤가.
멍군 : 문제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거다.(웃음)
박봉 : 나는 쩜오(1.5)다. (웃음) 멍군하고 균형을 맞춰야 되니까 아무 생각 없다.
사회자 : (부들부들) 민우회 대표라고 하면 말만 들어도 무겁다. 본인에게 민우회 대표란 어떤 의미인가?
멍군 : 어떤 식의 생각을 하던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활동을 하면서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이제야 내가 본부로 올 때 가졌던 꿈이란 것을 만들어 볼 동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관계를 쌓은 시간이었다고 하겠다. 처음에 왔을 때는 내가 뭘 하고 있나 조급하고 마음이 힘들었는데 지금쯤은 내가 어떤 구상을 하건 함께할 수 있는 이가 생긴 느낌이다. 관계를 만드는 시간을 딛었던 거다. 그리고 1인자니 그러면 나 못산다. 부담스럽다.
사회자 : 1인자란 말 농담인데 진짠 줄 아신다.(좌중 웃음)
박봉 : 대표라니 존경스럽다.(웃음) 내가 해보니 대단한 사람들이고. 책임감 있고 어깨고 무겁고, 억지로 웃어야 하는 자리도 많아지고, 친화력 있어야 하더라. 상근자일 때는 협업이 많다. 분명 활동가들도 개인의 역량이 요구되기는 하는데 대표는 개인의 역량이 굉장히 잘 보이는 자리더라. 그래서 걱정도 된다.
식물적인 감수성과 동물적인 판단력이 만났을 때
사회자 : 조직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직면하는 순간이 많았을 것이다.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꼽자면?
박봉 : 멍군과 서로 얘기하면 어떨까.
멍군 : 아니다. 각자 얘기하자(5분간 실랑이)
사회자 : 제발 빨리 결론 내달라.
멍군 : 내가 박봉에게 적극적으로 대표 파트너로 제안한 이유는 박봉은 민우회 역사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녹아있다는 것은 민우회를 거쳐 간 회원들을 많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다뤄왔던 많은 이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것이 대표로까지 오면서 어우러져서 발휘가 되면 민우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나도 더 편할 것이고(웃음)
박봉 : 개인적 강점 말해주면 안되나?
멍군 : 난 박봉을 보면서 잘 웃는다. 남들이 막 감동할 때 꼭 반전이 있는 얘기를 한다. 남과는 다른 재치로 분위기를 확 깬다.
사회자 : 욕 아닌가.
멍군 : 아니다. 어떤 대화를 할 때마다 파열음을 낸다. 통쾌해지고 시원해진다. 처음에 대표직으로 왔을 때 박봉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세보이고 잘난척하는 느낌. 그런데 점점 부드러움을 알아간다. 민우회의 새로움과 활기, 참신함을 만드는데 박봉이 일조했을 것이다. 더 생각해보게 하고 더 찾게 하고. 그런 개인의 성격이 분명 민우회 전체 조직문화 안에서 녹아났을 것이다.
사회자 : 멍군의 장점은 무엇인가?
박봉 : 사실 이런 얘기 민망해서 잘 못한다. 멍군은 의외로 착하다.(웃음) 인간적이다. 연민이라고 해야 하나. 타인에게 감정이입을 잘한다. 어떤 사안이든 상황을 받아들일 때 논리보다는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힘이 있다.
사회자 : 착한대표. 어감이 참 좋다. 서정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멍군은 식물 같은 느낌이다. 큰 나무 같다. 가령 플라타너스가 떠오른다. 박봉은 동물 같다.(웃음)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 판단하고 결정할 때 보면.
멍군 : 내가 가진 대표로서 큰 결격사유는 구체화된 꿈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들한테 보여주고 내가 ‘이리로 갑시다.’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꿈이 안 그려진다. 그래서 주저된다. 분명히 회원과 활동가 함께 꿈을 그려가야 하는데 또 나름의 부담이 생긴다.
박봉 : 활동을 하면서 보여주면 된다. 말로만 하는 공약은 의미가 없다. 함께 보여주자.
‘과정’과 ‘위로’를 잊지 않는 운동
사회자 : 박봉은 새로운 대표가 되었다. 향후 민우회의 비전과 전망에 대해 한 마디 해준다면?
박봉 : 민우회에 95년에 들어와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열심히 투쟁해서 법제정을 이뤄내거나 소송에서 승리하는 일도 있었고, 최종적으로 패배한 싸움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중요한 건 결과적으로 이겼느냐, 졌느냐가 아니었다. 누구와 어떻게 싸워갔고 함께 싸우는 우리들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었느냐였다. 여성운동, 성평등, 민주주의라는 우리의 가치와 소망은 과정 속에서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전이라면 민우회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지지하며, 민우회와의 관계에서 만나게 되는 나를 자유롭게 하는 힘을 외부로 뿜어내고 확산시키는 조직으로 늘 역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착한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회원의 관점을 잊지 않기 위해
사회자 :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봉 : 대표 되도 거리 두지 말아 달라. 술자리 옆에 앉아도 당황해 하지 말아 달라. 알고 보면 나 쉬운 사람이다.
멍군 : 대표 첫 회에는 막연함 때문에 갖는 두려움이었고 두 번째 해에는 광우병이 터지고 이명박 정권 들어오고 우리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가 가장 두려웠다. 그 때는 무조건 살아남는게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훌륭하게도 우리가 그 위기를 극복하고 작년에는 특히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활동가들에 대해서 자신감 만땅이다. 회원들은 평생회원 가입부터 소모임 활동 진짜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활력이 느껴진다. 올해는 지난 3년간에 느꼈던 부담은 없다. 그것 보다는 내가 상임으로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고민이 든다. 또 문득 회원들이 원하는 대표는 누구일까 고민도 된다.
박봉 : 회원이 원하는 대표라면 회원의 시선으로 조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조직 내부의 싸이클에 휘말리기보다, 가끔씩은 한발자국 뒤로 서서 조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거 같다. 회원들과 외부인의 이야기를 잘 듣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입은 한 개이고 귀는 두 개인 이유를 잘 발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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