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특 집] 총회는 축제다
사진과 함께하는 총회스케치
총회는 축제다
단팥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모임 작심삼일
“안녕하세요~ 회원님!! 민우회입니다~!! 1월 22일에 총회 실시되는 거 아시죠? 참석가능하신지요?”
“그럼요~ 참석 해야지요^-^ 호호호호!”
귀에 익은 목소리, 낭랑한 목소리다. 계속되는 야근에 쩔었던(?) 피곤과 신경성 위염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순간이다. 덩달아 기분이 상콤 해진다. 문자와 메일에 전화까지 눈과 귀가 닳게 보고 들은 내용이라 목 아플까 봐 시간이고 장소고 다~ 아니까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동거인1)의 귀가시간이 동틀 무렵이 되는 날이 많았던 만큼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는지 잘 아니까 말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총회 날! 지각이다;;;
1시에 미리 도착해서 안부도 여쭙고 인사도 나눌라했더니 오전에 갑자기 사회복지사 대화모임 약속이 생겼고, ‘평생회원상’2)을 수상하는 작심삼일 멤버들을 위해 꽃집에 들렀다오니 아슬아슬 2시 5분 도착이다. 역시나 평생회원 프마가 먼저 와있다. 아마도 조만간 ‘함께가는 회원상’3)을 받을지도 모를 인물. 상을 떠나서 민우회를 사랑하는 열정이 대단한 회원이다.
총회는 벌써 세 번째 참석(참석자 소개 영상을 보니 15년 연속오신 분도 계시던데 세 번째라 드러내기 부끄럽다)이다.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보니 벌써 강당이 만원이다. 참석자 소개가 이어진다. 민우회 지부회원들은 처음 뵙는 것 같다. 세 번째 참석이라 해도 일 년에 한번 뵈니 매번 초면이 된다. 총회로 인해 지역 이곳저곳에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출발했을 이들. 뒷줄에 앉아 지부 이름만 불리니 뭔가 아쉽다. 아이스브레이크4) 시간이라도 가져야 하나?
예상은 했지만, 선서를 시작으로 무서운 속도로 진행된다. 2010년을 마무리하고, 2011년을 약속하는 자리니만큼 보고와 평가, 선거 등등 보여야하고 알아야 할 게 산더미다. 그런데도 마치 짠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진행하는 모습에서 민우회의 노련함와 고생의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예산보고를 듣고 있자니 빠른 어투와 정확한 발음 사이로 졸음이 밀려온다!... 총회 후기 작성의 사명을 띠고 부릅뜨려했으나 이미 눈꺼풀은 통제 불능이다. 앞에서 세 번째 줄, 중앙에 앉아 사회자를 바라보며 숙면을 취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설상가상 앞자리는 텅 비어있다. 도통 뭘 받아 적은건지 알아볼 수 없는 기록을 뒤로하고, 영상을 보자며 분주해진다. 눈이 번쩍 뜨인다. 며칠간 동거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피를 말리고 괴로움에 치를 떨게 했던(!) 바로 그 영상 아닌가.ㅋ 향후 3년간 민우회를 이끌어갈(?) 아니, 더욱더 치사해지고 치열해진 세상에 민우회를 내 던질 대표와 이사, 감사후보들의 소개. 그리고 이어진 무대 인사. 대표후보들의 능숙하고 간결한 인사말에서 강한 포스와 역사가 느껴진다. 권미혁쌤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다.
예행연습이라도 해본 듯 투표가 척척 진행된다. 지난 총선과 같은 긴장감은 전혀 없다. 줄을 서서 막간을 이용해 인사를 나눈다. 총회라 해서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일이 없다. 떠나는 이(직위만), 새로운 위치에 서는 이, 그리고 참여하는 이 모두가 웃고 즐기는 축제다. 나를 내려놓고 마음 편히,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민우회의 고유 매력이다. 그러나 박장대소하며 웃고 떠들면서도 깊은 통찰력과 예리한 분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역시 무서운 언니들! 그것도 매력이다.ㅋ
역시! 회원과 함께하는 민우회
투표가 끝난 뒤 작년총회에서 선정된 [회원아이디어공모사업_모람이 모락모락] 수상에 빛나는 다소의 유쾌한 저출산 정책 꼬집기 Why?와 근육의 숨결의 자기 방어 훈련은 숨 가쁘게 달려온 2010년 여정의 결과이다. 절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닌(?) 고민과 성찰이 녹아든 깊은 내용의 작품들이었다. 이어진 축제의 하이라이트!! ‘평생회원상’, ‘함께가는 회원상’, ‘함께가는 모둠상’5), ‘심지상’6) 시상시간이다!! 그런데 하이라이트가 시간 관계로 상장전달에만 급급했다. 물론, 상을 받기 위해 티 나게 활동했던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민우회의 가치를 존중하고 삶 속에서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분들이고, 귀한 시간과 역사를 민우회를 위해 기꺼이 내 놓았을 분들인데 간략한 소감 발표와 인사만으로 끝나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기쁜 일은 우리 작심삼일 멤버 중 프마와 수풀이 ‘평생회원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짝짝짝!! 회비의 액수는 중요한 게 아니지만(아니, 중요한가? 훗!).
암튼 여유가 있어 후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미치게 했는가? 각자의 여러 관계망 중 민우회에 가장 애착을 갖고 최우선순위에 둔 결과일 것이다. 이는 곧 큰 뜻을 품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민우회의 활동을 지지하고, 우리도 함께 즐기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 아닐까.
평생회원인 수풀과 프마를 위해 작은 이벤트로 귀여운 포스터와 천냥금 화분을 준비했다. 부피도 크고 빨리 시들어 버리는 꽃다발보다 키우는 재미가 있는, 천냥금이라는 이름만큼 화려한 2011년을 보내자는 의미에서^^
2011년, 1월 22일의 축제는 끝났지만 “민우회와 함께한 생활이 행복했다”는 권미혁쌤의 말에서 느껴진 겸손함과 진정성을 잊을 수 없다. “민우회는 본성으로 가는 여정의 도우미 같은 존재”였다니, 그녀의 내공이 존경스럽다. 언젠가는 각자가 발견한 고유한 본성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것이다. 든든한 우리 3만 회원이 있고, 그들의 삶 속엔 언제나 소통과 지혜가 함께하니까^^
*각주: 1) 민우회 활동가 꼬깜과 함께 살고 있다.
2) 100만원의 회비를 내고 민우회와 평~생 함께하겠다고 결심한 회원에게 주는 상이다.
3) 한 해동안 손꼽히게 열심히 활동한 회원을 추천받아 드리는 상이다. 열심회원 모두를 드리지 못해 늘 아쉽다.
4) 아이스브레이크란 icebreak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말[행동]들을 뜻한다.
5) 활발한 활동에 빛나는 회원소모임 추천을 받아 선정된 모임에게 주는 상이다.
6) 민우회 활동가로 10년동안 열심히 활동한 이에게 주는 토닥토닥(?) 상이다.
● 단팥
이웃과의 관계와 소통 속에서
나눔과 복지를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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