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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10월호 [민우칼럼 창] 싱가폴 성폭력 관련기관을 방문하고
[민우칼럼 창] 싱가폴 성폭력 관련기관을 방문하고
조인섭 ● 변호사
출발
2010년 8월 23일 쌓여 있는 일거리를 뒤로 하고 싱가폴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직 30개월밖에 안된 아들에게는 엄마가 왜 4일 동안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는지에 대해 ‘엄마가 싱가폴에 가서 싱가폴은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혼내주는지 보고 올게’라는 말로 이해를 시키고, 배우자와 아들의 배웅을 받고 그렇게 비행기에 올라탔다.
내가 싱가폴에 가게 된 것은, 평택 성폭력상담소에서 주관하고 전국성폭력상담소 선생님들이 참석하는 싱가폴 성폭력관련기관 방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변호사로서 한국성폭력위기센터의 이사라는 자격으로 따라가는 것이었다.
험난한 일정과 불타는 학구열
처음부터 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첫날, 싱가폴 직항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에서 3시간가량을 기다려 싱가폴행 비행기로 환승해야 했고, 도착한 뒤 싱가폴이 ‘유스 올림픽’ 개최기간이라 호텔에 자리가 없다고 하여 다시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로 가서 1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통상 기관방문이라고 하면 1~2기관을 방문하고 현지 관광을 하곤 하겠지만, 워낙 모든 선생님들이 학구열에 불타고 있었기에, 바로 다음 오후부터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까지 한나절에 1개씩, 총 5개의 기관을 방문했다.
우리가 방문한 기관은 PAVe(Centre for Promoting Alternatives To Violence) - 개인간 폭력(성, 가정폭력 포함)을 막기 위해 통합서비스제공 및 개발하는 기관. PPIS-Jurong Family Service Centre (For info on sexual & domestic violence situation in Malay Community in S’pore) - 가족, 지역사회, 전체 사회 향상을 위해 무슬림여성이 변화하도록 양질의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술, 지식과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기관, TRANS SAFE Centre, TRANS Family Services - 사회문제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아동, 청소년, 노인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MCYS(Ministry of Community Development, Youth and Sports(지역개발청소년스포츠부) -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보건복지부, AWARE(Asso ciation of Women for Action & Re search) - 여성단체연합에 해당하는 단체 등 총 다섯 군데였다.
싱가폴은 국가기관이나 단체가 약간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정보를 나눠주지 않는데, 이렇게 다섯 군데나 접촉하여 만남을 성사시켰으니 주최자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가이드가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싱가폴 여러 기관을 방문하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라고 느낀 것은, 싱가폴은 우선 경찰, 정부, 시민단체의 연결이 굉장히 잘 되어 있고, 사건처리도 유기적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한 사건에 대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회의가 열리고 그 회의에서 이 피해자에 대한 유기적인 처리를 도모한다고 했다.
특이한 것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목격자들에 대한 프로그램까지 있었다. 가정폭력이 있었던 경우 그것을 아이가 봤다면, 그 아이에 대한 프로그램까지 진행되고, 가해자가 교도소에 있다가 출소하면 교도소에서 해당 지역의 기관에 출소하기 전에 출소사실을 알려줘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가정폭력의 경우, 접근금지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 비슷했는데, 우리나라는 최장 접근금지가 1년인데 반하여 싱가폴은 ‘평생’ 접근금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당한 아이의 진술과 관련하여, ‘신빙성’이 문제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피해자 진술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해주는 분위기였다.
법 자체로 보자면 우리나라도 사실 싱가폴에 못지 않고,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더 발전되어 있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유기적인 연결이나 피해자의 철저한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못미치는 것 같았다.
맺으며
그렇게 낮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밤에만 싱가폴 관광을 하며 싱가폴에서의 4일을 보냈다. 싱가폴 플라이어(회전 전망대)를 타고 맨 꼭대기에서는 가족의 행복을 기원했고, 유람선을 타고서는 싱가폴의 눈부신 야경에 감탄했다. 그리고 싱가폴 카지노에 가서 같이 갔던 변호사들과 우리나라 돈 4만원을 땄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비록 싱가폴의 구석구석을 보거나 통상 패키지로 제공되는 관광지를 가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틈틈이 했던 관광이었기에 더 맛깔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항에서 같이 여행갔던 선생님들과 헤어지며 내년에도 같이 갈 수 있기를 기원했는데, 내년에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 계신 분들도 같이 가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조인섭 ●
이혼 및 가사사건과 성폭력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한 지
벌써 7년이 되었네요. 현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와 많은 인연을 맺고 있고,
민우회의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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