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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10월호 [민우ing] 한양대학교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한다!
[민우ing] 구미호가 바라 본 요지경 세상!
한양대학교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한다!
이소희(바람) ● 민우회 반차별 회원(청춘)팀
미호 : (두리번거리며 낯선 세상에 눈이 동그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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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500년 동안 갇혀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구미호는 너무나도 많이 달라진 세상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세상에 놀라는 것도 잠시, 500년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에 미호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아니라는 ‘차이’로 인간세상에서 남자의 간을 파먹는 요괴로 정체화되어 500년 동안 그림 속에 갇혀 살아야 했던 구미호는 다시 돌아온 2010년에는 부디 ‘차별없는 세상’이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수십 번 강산이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과거보다 많이 말랑말랑 유연해졌다 해도, 큰 학문을 배우는 대학(大學)에서 버젓이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바로 2010년 구미호가 바라 본 요지경 세상입니다.
대웅아! 도대체 너네 학교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우리 저기 천막에 한번 가보자!
한양대학교에는 소위 세 개의 계급이 있습니다. 정규직 갑 계급은 정년 58세, 본인 임금 100%를 받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을 계급은 정년 58세, 정규직 갑 계급 임금의 80%를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병 계급은 정년 50세, 갑 계급 임금의 65%를 받으며, 전원이 여성으로만 구성된 학사지원직 노동자입니다. 뜨거운 여름 볕이 내리쬐는 한양대 본관 건물 앞 천막은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 즉 병 계급이 지난 봄날 세운 것입니다.
한양대학교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는 2003년 이전까지는 ‘조교’라고 명명되며 1년에 한 번씩 학교와 계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2003년 이후에는 학사지원직이라고 불리며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는 학내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1년에 한 번씩 학교와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규직 노동자가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꺼림직한 것이 많았습니다.
갑, 을, 병 세 그룹은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을 하였고, 동일한 업무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왜 정년이 다르고, 임금이 다른지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는 정년과 임금차별의 부당함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때부터 학교는 67명의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 모두를 단과대학으로 발령하였습니다. 학교는 “이제 오피스가 다르니 정년과 임금이 달라도 문제없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피스를 구분하였다고 해서 정규직원 갑 그룹과 학사지원직이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요?
단과대학과 대학본부 업무는 분리하여 사고할 수 없었고, 정규직원 갑과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는 동일한 업무를 하며 함께 업무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피스가 다르기 때문에 정년과 임금 차별이 당연하다.’는 학교의 논리는 잘못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들은 엄연한 학내 구성원이면서도 직원평의회에서 제외되고, 포상 적격자이지만 ‘태생이 조교’라는 말을 들으며 포상 대상자에서도 제외되고 있습니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애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했지만 학교의 차별정책으로 열정을 잃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의 현실입니다.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는 차별 시정을 위한 교섭을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학교는 교섭에 응하지 않고, ‘태생’만을 운운하였습니다. 태생이 조교이기 때문에 임금 및 정년 차별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은 여성이 하는 일을 저평가하는 낡은 고정관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학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는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도 직접 찾아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 노동부 인권위에 진정을 하고 언론사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보드랍게 불던 5월의 봄날 파란색 조끼를 입고 파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파업 이후에는 매일 출퇴근 집회를 하고, 한양대학교 구성원들에게 진심어린 호소를 합니다. 지난 7월에는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 한 명 한 명의 재치와 끼를 담은 촛불문화제도 하고, 청담동 한양대학교 총장의 집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도 합니다. 봄, 여름, 이제 가을 세 번의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대웅아! 병수랑 선녀한테 전화해 봐!
반두홍 감독이랑 동주선생한테도 연락하자! 지금부터 우리 힘을 합치자!
모르쇠 정책으로 일관하며 공식적인 협상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은 학교는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과 회유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웠던 8월, 몸이 지치니 마음도 약해집니다. 학교의 협박이 두렵기도 하고, 학교의 회유에 모르는 척 넘어가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무너질 싸움이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8월 마지막 수요일 민우회 활동가 신기루, 달개비, 바람은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분들을 만나러 한양대학교에 찾아갔습니다. “오랜만에 왔어요.”라고 말씀하는 한양대학교 학사지원직 노동조합 지부장님의 인사에 괜히 마음이 뜨끔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바로 ‘우리’ 자신인 것 같아요. 조합원 모두가 똘똘 뭉쳐 이 길을 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지난 봄날 보송한 모습으로 민우회 상담실을 찾았던 지부장님은 어느새 여름 볕에 까맣게 그을렸지만 더욱 단단해진 결연함으로 광장에 서 있었습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을 뵐 때마다 힘이 나요!”라는 지부장님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뻔한 말 같아 말하기 쑥스럽지만 조심스럽게 ‘연대, 쏠리다리떼(Solidarite)’라는 말을 되뇌어 봅니다. 차별 없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한양대학교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국여성민우회가 함께 손을 맞잡고 쏠리다리떼(Solidarite)를 외치면, 별일 없는 세상에서 별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p.s 멋쟁이, 민우회원 여러분 한양대학교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를 지지하는 응원메시지를 ‘모람세상(www.womenlink. or.kr/moram)에 남겨주세요! 곱게 출력해서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분들에게 전달하도록 할게요! 아잣!
이소희(바람) ●
한양대학교 학사지원직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이
하루 빨리 승리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바랍니다.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바.람.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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