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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4월호 [생협이야기] 그게 최선입니까?
그게 최선입니까?
김자현 ● 행복중심여성민우회생협 이사장
직원 신분으로서 생협 활동을 해오다가, 조합원 대표인 이사장을 맡는 것이 15년 생협 활동의 최선인지 사실 생각해보지 않았다. 직원들이 애정을 담아 만들어준 환송 동영상을 보면서 나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서 다시 곱씹어보았다. 최선이었나? 차선의 선택이었나?
생협활동을 열심히 해보자고 결심한 한 계기는 96년 일본고베생협을 방문하고서였다. 95년 한신(고베)지진 당시, 주민지원의 거점이 되었던 생협 센터의 역할을 들으며 “생협에서 이런 역할이 가능해!”라는 감동이 있었다. 연이어 방문했던 생협이 만들고 운영하는 노인주거요양시설 ‘협동의 뜰’에서는 이용자 대다수가 여성노인임을 확인하고 노인문제는 결국 여성문제임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다가오는 40대에 대한 불안함으로 가입했던 민우회와 생협, 민우회로부터 출발한 민우회생협이 열심히 커갈 수 있도록 노력하면 내 노후가 보장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 생협을 협동조합 틀로 만드는 데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실질적인 조합원 참여가 보장되는 조직분권을 이뤄내고, 행복중심이란 비전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생협의 기반은 약한 것 같고,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을 일구어내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작아서일까? 그동안은 쭉 규모의 문제, 사업의 문제로만 생각했었다. 솔직히 말해, 다른 생협들의 성장에 배가 아프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협을 떠올리며 느끼던 설렘이 주는 행복함을 잃어버린 듯싶었다. 무엇을 봐도 생협과 연관 지어 떠오르던 아이디어도 멈춘 듯했다. 이제 떠날 때가 온 것일까?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을 저술한 레이드로 박사는 “단지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사회를 건설하는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협동조합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보지 않으며 보다 좋은 사회질서로 나아가는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할” 지도자로 사업적인 면에서 비전문가인 조합원 지도자의 훈련과 양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긴급과제는 전문가나 기술자만이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반조합원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난 생협의 이용고에만 연연하면서 궁극적인 꿈과 희망을 잊었던 것이다.
이제, 실무전문가라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가볍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조합원 모임에 간다. 여성민우회생협이 그리는 소박한 꿈, 행복중심이 어떤 색깔이며 어떤 그림인지, 누구와 함께 그리면서 실현할 수 있을지, 만나는 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이 깨닫게 해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몸담았던 생협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생협을 통해 다시 한 번 설레고 행복 하고 싶었던 나 자신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김자현 ●
94년 생협 조합원 가입, 96년 생협 실무자로 취직, 2000년 생협법인 창립과 더불어 상무이사 역임, 2011년 2월 19일 행복중심 여성민우회생협 이사장으로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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