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11년 3*4월호 [생생한 시각] 구제역 무엇이 문제인가?
구제역 무엇이 문제인가?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최초로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총 350만 마리가 넘는 소·돼지가 살처분 되었다. 실로 엄청난 재앙이다. 그런데 구제역으로 인한 여파가 살처분으로 마무리되지 않고 그로 인해 2차 오염에 대한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 도대체 구제역이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될까?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한번 짚어본다.
구제역이란 무엇일까?
구제역[口蹄疫, foot-and-mouth disease]은 소·돼지나 염소 같은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지는 동물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그 증상은 가축의 입과 발굽 주위에 물집 같은 것이 생겨서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린다. 병에 걸린 소는 잘 일어서지도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내구염과 제관, 지관에 물집이 생기면서 앓다가 죽기도 한다. 어른 소는 치사율이 5% 내외이고, 어린 소의 경우는 치사율이 50%에 이르기도 한다. 특별한 치료약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른 소의 경우 대부분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병이긴 한데, 병이 낫는다고 해도 사료를 잘 먹지 못하고 살이 찌지 않는 등 사실상 가축으로서의 경제적인 가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제적인 가치가 없으므로 살처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제역, 왜 위험한가?
옛날에는 구제역을 '아구창'이라 했는데, 동네에서 아구창에 걸린 소가 생기면 그 소를 잡아서 마을 잔치를 벌였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섭씨 50도만 넘어도 다 죽어 버리기 때문에 조리해서 먹으면 아무런 위험이 없고 사람에게 옮기는 병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대단치 않은 질병이라 할 수도 있는데, 구제역이 가축계의 에이즈라고 불릴 만큼 위험한 질병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 치명적인 전염성 때문이다. 구제역은 그 바이러스가 공중에 떠다니다가 바람에 의해 옮겨져서 전염되기도 하고, 쥐, 두더지, 오소리 같은 야생동물에 의해서도 옮겨진다. 사람의 몸이나 차량 등에 붙어서 비교적 먼 거리에도 한번에 전염 시킬 수도 있고, 물론 국경을 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농장 안에서 한 마리가 전염되면 반경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까지는 하루아침에 퍼지게 되고, 돼지 한 마리가 구제역에 걸리면 그 돼지가 숙주가 되어 1천만 마리의 가축을 전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생긴다니 그 전염성은 가히 핵폭탄 수준이다.
구제역, 초기에 잡아야 했다.
구제역은 그 엄청난 전염성 때문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최초 발생지역의 가축들을 살처분 한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 사태에서의 정부의 대응은 완벽한 실패였다. 구제역이 발생한 초기에 안동지역을 완전히 통제해야 했음에도 안동지역에 가족과 친지를 둔 일반시민들이 별다른 통제 없이 안동지역을 방문했고, 사료를 운반하는 차량도 안동에 들렀다가 본사로, 다시 본사에서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구제역을 진단하는 수의사가 부족하여 몇 명의 수의사가 안동지역에서 경기도로 또다시 충청도 등으로 이동하면서 진단하게 하여 이들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나 구제역 발생 초기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구제역 발생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군대 동원을 부탁했는데, 국방부 장관이 장병의 부모들이 싫어한다는 핑계로 군대동원을 거부했다는 풍문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장관으로서 제2의 국방이라 할 수 있는 방역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조차 없는 행위이다.
전염병이 걱정되는 이유는?
예로부터 전쟁이 발생한 후에는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돌았다.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는 항상 잡다한 병균들이 존재하는데 생존해서 면역력이 강할 때는 이것을 이길 수 있지만 죽게 되면 이러한 세균들이 급속하게 번식하게 되고 이것이 또 살아 있는 사람에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된 소·돼지가 350만 마리를 넘어서고, 조류인플루엔자로 살처분된 오리·닭이 600만 마리가 넘어섰기 때문에 총 1,000만 마리에 가까운 사체가 불과 석 달 사이에 전국의 땅속에 묻혔으니 웬만한 전쟁 이후의 후폭풍이 우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에서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하지만, 현재로선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어봐야 알 수 있다.
2차 오염 문제가 더 심각
통상 가축을 살처분할 때는 5미터가량의 구덩이를 파고, 침출수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조치를 한 후 거기에 비닐을 깔고 살처분한 가축을 매몰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 사태에서 심각한 것은 돼지는 살처분을 해서 매몰을 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채로 매몰하는 생매장을 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더더욱 심각하다. 구덩이에 떨어진 돼지들은 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고, 그 과정에서 침출수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깔아 놓았던 비닐들이 힘없이 찢겨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보도에서 나오는 것처럼 침출수가 위로 흘러나오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 그것은 육안으로 문제를 확인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눈에는 보이지 않은 문제가 심각하다. 침출수가 매몰지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지하로 스며든다는 것인데, 그것이 지하 수맥에 닿게 되면 그 수맥에 연결된 지하수는 전체가 오염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전국 농촌지역에 수만 개에 이르는 간이정수장에서는 지하수를 이용하는데 간단한 염소 소독만을 통해서 먹는 물로 공급된다. 수많은 바이러스가 염소소독으로는 죽지 않으니 이를 음용수로 사용하는 농촌지역은 2차 오염에 의한 환경재앙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친환경 축산만이 살길
가축들이 구제역에 걸리는 이유는 가축의 면역력에 관한 문제이다. 사람도 동일한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건강한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강한 가축은 구제역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그런데 우리의 축산 시스템은 가축들의 면역력을 현저하게 낮춘다. 소는 농장 면적 1㎢당 31마리가 사육되는데 이는 호주의 3.51마리에 비해 아홉 배나 많고, 미국의 9.54마리나 일본의 11.67마리에 비해서도 3배나 많은 수치이다. 돼지는 훨씬 심각한데 농장 1㎢ 96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에 반해 호주는 0.26마리 미국은 6.65마리 일본은 26.53마리로 되어 있다. 이번 구제역 사태에서 소보다 돼지의 살처분 숫자가 20배가량 많은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돼지 한 마리당 사육 공간이 0.43평에 불과하니 이 돼지가 면역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는 공장형 축산에서 더욱 심각한데, 보통 마트 같은 데서 ○○ 포크라고 되어 있는 상표 있는 돼지고기가 오히려 그냥 이름 없는 농가에서 공급하는 돼지고기보다 훨씬 더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덧붙여서 닭은 더욱 심각한데 산란계 한 마리당 주어지는 공간은 0.042㎡인데 이는 A4용지 한 장에도 못 미치는 면적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문제나 우리 축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친환경 축산 이외에는 그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