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4월호 [민우 ing] 견적내기프로젝트 성형OTL
견적내기프로젝트 성형OTL
[성형하고 싶…]
● 정슬아(여경鏡)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성형견적을 내보러 가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원하는 수술을 클릭하면 평균시장가로 견적을 내주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클릭 클릭! 천이백만 원의 견적이 나왔다. 헉. 그리곤 가상성형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을 다운받아 내 얼굴 여기저기를 손대보았다. 눈에 쌍꺼풀을 그려 넣고 턱도 한번, 코도 한번. 순식간에 변하는 얼굴에 ‘앗!’을 외쳤다. 이 세상 참으로 별세상일세. 다시, 견적을 내러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강남, 압구정 등 성형의 메카로 불리는 곳으로 갈까? 아니면 마음 편하게(?) 동네에 유명한 병원엘 갈까?
거울, 작아지는 나
고민 끝에 집과 가까운 성형외과 예약을 하고, 당일이 되어 병원을 찾았다. 차트에 내가 원하는 수술부위(눈, 코)를 체크하고 대기실에 있는 부위별 성형법이 담긴 파일들을 뒤적였다. 이내 또렷한 얼굴의 상담실장 언니와(여기서 왜 언니란 단어가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분리되어 있는 상담실로 향했다. 괜한 겁먹음이 있었던 건지 뭔지. 나 혼자 계속 쳐다보고 있는 거울. 그 거울 속에 갇혀있는 나. 작아지는 내가 보였다. 아, 거울.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혹은 나의 몸은 왜 팽창하는가. 그녀는 내 눈에 나도 모르던 몽고주름이 있다고 했다. 사람을 졸려보이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이 녀석은 쌍꺼풀 수술을 통해 없애버릴 수 있단다. 다행히도(?) 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미간사이의 적정한 넓이를 가졌고, 앞트임을 할 수 있다. 그래. 그나마 미간의 넓이는 가졌구나. 쌍꺼풀을 그린 나의 눈을 본다.
그 공간, 그 시간, 거울 앞에 있는 나는 스스로 눈 말고도 나의 못난 얼굴을 고백했다. 자기고백의 시간이다.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그렇게 점점 못나 보이는 나의 얼굴을 만났다. 또렷한 인상을 위해 코를 세우는 것에 대해 물어봤다. 수술이 아닌 필러라는 주사로 빠르고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단다. 오호라. 몇 분이면 나의 콧대가 살아난다고? 원장은 1년정도의 주기를 갖고 주사를 맞는 것은 비용이나 번거로움이 있으니 수술을 하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나의 코. 이 코는 유행하는 코가 아니다. 요즘은 버선코처럼 코끝이 살짝 올라간 녀석이 유행이란다. 나의 연골을 떼어 실리콘으로 콧대 받침을 만들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받은 견적은 500만 원 정도. 견적을 내러 갈 때 교통카드만 들고 가라던 지인들의 말처럼, 거울에 비친 작아지는 나를 만나면서도 달라질 수 있는 내 얼굴에 대한 기대감에. 짧은 수술시간과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들썩들썩 했다.
성형, 계속되는 물음표
수많은 성형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고가는 질문들 속에 존재하는 불안과 나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무엇 때문에 오는 걸까? 외모가 자원이고 외모가 자본인 이 사회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성형이 맞는 걸까? 실제 성형수술 후에 만족한 삶을 얹은 많은 사람들이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고, 개인을 설득해 성형을 하는 것 말고 다른 자기개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억지를 부리는 것과 같은 이 현실이 버티고 있는데 민우회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사회가 원하는 얼굴, 미인상이 90년대 다르고 2000년대 다르고 2010년대에 다른 이런 현실. 그렇게 유행에 얼굴이 옷과 같이 소비되며, 바뀌고 보편적인 얼굴을 탄생시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획일화된 미와 그 안에서의 세분화된(업종별로 다른) 미묘한 미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무덤해진 내가 있다는 것. 한 번 시작한 수술은 그때에 맞게 바꾸는 것이 권장되거나 개인의 욕망인 냥 말해지는 문화는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누구나 미를 추구할 수는 있지만 생명과 관련된 것을 아닌 것인 냥 만들어버리는 것은 문제이고, 검증되지 않은 온갖 신기술과 기계에 열광토록 만드는 성형의료산업도 문제다. 성형이 이렇게 간단한 것으로 얘기되는 것. 의사는 수술을 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말해주지도 않고(코에 맞는 필러는 코끝에 찌꺼기를 남기고, 연골이 주저앉아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직접 수술대에 올라야 의사얼굴을 처음 는 현실은(그전에는 상담실장만이 나를 반기는)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성형하고 싶…] 말줄임표에 숨겨진 이야기
흔하게 말줄임표를 사용할 때가 서술어 뒤에 마침표를 찍기는 어려운, 그렇게 정리하기에는 못 다한 이야기가 잔뜩 일 때를 의미한다. 선택과 강요 사이에 존재하는 성형에 대한 솔직한 욕망을 풀어보기 위해 집담회의 이름을 ‘성형하고 싶…’이라 정하게 되었다. 민우회는 성형OTL 사업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그래서 어떠한 ‘답’을 줄지에 대한 기대에 갇히지 않고, 성형에 대한 고민의 지점을 솔직히 말해보려고 한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밖에 없다고 믿게 되었을 때 성형을 고민하게 되고, 외모를 관리하는 것을 365일중에 350일쯤 고민하게 된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집담회를 진행하고, 견적을 직접 내어 보는 실천단을 모집하고, 성형 위험성 고지에 대한 정책적인 변화도 제안해보고자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중간과정에 무엇이 포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여경●
벗어날 수 없는 욕망. 끝없는 욕망.
몸 관리에 대한 욕망. 욕망의 불꽃이 여전히 타오른다.
세포분열 하듯 '성형' 하나 붙잡고 이랬다저랬다 답을 찾지 못하는 내 마음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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