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11년 3*4월호 [민우 ing] 마치(March) 내가 여성인 듯 ‘체인지 가든’
103번째 세계여성의 날 민우회 회원참여 프로그램
[마치(March) 내가 여성인 듯 ‘체인지 가든’]
지은정(모후아) ● 한국여성민우회 반차별․회원팀
3월이 되었는데 아직 거리풍경은 겨울이네요(작년 기억을 떠올리니 4월에 폭설이 왔었군요). 아직은 푸릇푸릇하지 않은 나무들도 그렇고,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꽁꽁 여민 사람들의 옷차림도 그렇고, 아직은 바람이 차서 손을 내놓고 다닐 수 없는, 아직은 봄이 아닌 3월. 그 꽁꽁 여민 사람들의 옷 틈 속으로, 마음속으로 민우회가 다가가려 ‘고민고민’한 숱한 시간들. 1월 총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103번째 맞이하는 여성의 날 무엇을 통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답니다.
여성의 날은 3월
March, march, march… 마치, 마치, 마치? 마치 여성인 듯? 다양한 여성의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순서를 마련해보면 어떨까?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차별상황, 차별경험을 머릿속에서만 그려보고 이해하는 것보다는 직접 경험해보면 더 와 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체인지 가든’은 시작되었습니다.
내 가까이에 있는 여성(연인, 가족, 친구, 이웃, 지인 등)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차별경험을 겪고 있는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죠. ‘내 친구가 직장에서 이런 말을 들었데… 그 친구 상사가… 내 애인이 택시를 탔는데 말이지… 결혼한 친구가… 언니가… 누나가…’ 등등 타인의 경험들은 많이 듣고, 또 곁에서 보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 상황이 성차별상황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고 나의 상황으로 인식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은 그 상황 속으로 잠시 몰입하여 그 입장이 되어 보는 ‘체인지가든’ 4종 체험! 그곳에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들여다볼까요?
‘체인지 가든’ 4종 체험!
청계광장 앞에 도착하였을 때 그날은 바람이 고층 빌딩들 사이사이로부터 불어오고 햇빛이 들지 않는 날이었지요. 그 장소와 그 날씨는 드라마 속의 그 장면(라임과 주원의 영혼이 바뀌는)과 느낌이 비슷해서 정말이지 체인지 가든을 체험을 하는 모습들이 더욱 실감나게(재미나게) 보였답니다.
1. 성차별 택시
체인지가든 입구에서 주는 사탕을 먹으면 성차별 상황 속 여성으로 휘리릭~ 뿅!! 먼저 체험하게 되는 것은 밤에 택시를 타는 여성이 되는 상황. 리얼한 멘트를 날려주는 택시기사. “이 늦은 시간에 여자가 택시를 타고 위험한데 말이야, 여자가 조심해야지, 옷차림이 너무 야한 거 아니야?”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바로 대응을 못 하고 침묵. 택시기사는 마치 그 여성을 걱정이라도 하는 듯, 여성이 밤길을 조심해야 한다는 대사를 퐝퐝 날려주는군요. 가만가만 듣다가 자신이 왜 그 시간에 택시를 타는지 침착하게 대응을 하는 여성분들 멋지셨답니다! 체험이 끝나고 택시에서 내리면서 이런 말을 하셨던 분이 기억에 남았어요.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예상하고 택시를 탔기 때문에 이런저런 대응을 했지만, 실제 상황이었다면 기분이 상하고 뭐라 뭐라 할 말은 가득해도 아무런 대응을 못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2. 출산휴가
택시에서 내리게 되면 다음 코스는 출산휴가를 신청한 직장여성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직장상사는 부드러운 말투로 출산휴가 신청을 한 여성을 호출하여 일을 그만두기를 권합니다. 마치 여성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말을 하네요. 출산휴가를 다녀와서 혹은 임신 중에 일할 수 있고 일하기를 원한다고 분명한 말을 해도, 상사는 이런저런 부당한 이유를 나열하며 결국 제주도로 발령을 내는군요(헐;;). 회원 중 비혼 여성인 분에게 살짝쿵 다가가서 ‘임신한 직장여성’의 경험이 있는데 당시 어땠는지 물어보았어요. 자기는 임신/출산으로 인한 직장 내 차별상황을 사전에 면밀히 고민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자신에게 그 일이 닥치게 되자 어떻게 상황을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이 회원님은 앞으로 자신의 사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좀 더 섬세하게 다양한 여성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어요!
3. 전업주부 가사노동자
임신과 출산여성을 경험하고 나니 시부모님, 남편, 아이들이 기다리는 가정을 체험하는 코스로 이동하게 되네요. 야근을 며칠째 하고 좀 쉬고 싶은데, 시부모님은 집안 꼴이 이게 뭐냐 하시고, 남편은 집안일은 하지 않고 아내가 오기만을 마냥 기다렸다가 이것저것 말이 많군요. 아이는 학교에 엄마가 와줘야 한다며 울기 시작합니다. 참여했던 분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코스 중 하나였지요. 실제 상황처럼 몰입하여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였는데요. 지나가던 분들이 실제 싸움이 일어난 줄 알고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지요?
4. 식당 여성 노동자
네 번째는 식당여성노동자가 되어보는 코스였어요. 대부분 참여자들에게 식당에서 일하는 경험은 아마도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벨은 자꾸 울리고, 고객은 친절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한 번에 요구하지도 않고, 여러 번에 걸쳐 이것저것 요구하는 ‘진상 손님.’ “손님이 왕이다, 고객에게 친절하게 해야 한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잡혀 있어서 그럴까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이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어요. 체인지가든 4종을 모두 체험하면, 자신이 체험하며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또 그 소감을 버튼으로 제작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데요, 그곳에서는 참여한 여러 분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이런 경험이 다양한 여성들의 경험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잠깐이었지만 여성의 성차별 상황을 체험하면서 기분이 나빴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무경계 라인댄스!
자, 이번 순서는! ‘체인지 가든’의 다양한 상황극 체험을 통해 서로의 경계를 넘어 함께 이해하고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면, 이번 순서는 음악에 맞춰 몸의 움직임을 통해 ‘무경계’를 경험할 수 있었던 라인댄스! 리듬감이 있는 음악이 들리자, 하나, 둘, 셋. 모이는 사람들(인천지부, 군포지부 선생님들도 참여해주셨어요!). 시작은 둘이서 시작했지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니 어느새 청계광장 저 유명한 ‘소라탑’ 앞을 가득 채운 풍경은 추위를 잊고 서로의 경계를 넘어 하나가 되어 어울리는 여성의 날 축제 같았어요. 동작을 정확히 몰라서 못하겠다던 분들도 어느덧 흥겨운 음악에 함께 몸을 움직이며 피켓을 들고 함께 해주셨어요!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
이렇듯 성별을 바꾸어 보기도 하고, 경계를 넘어 여성들이 광장 가득히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3월 6일 우연히 들린 청계광장-민우회 체인지 가든에서의 경험이 다소 낯설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불편함을 느껴서 기분이 좀 이상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날의 경험으로 더욱더 많은 분들이 일상 속에서 주위의 다양한 성차별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대하는 모습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러한 변화들이, 속도는 느릴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모후아 ●
왼손잡이라 밥상에서 서러움이 많았던 아이. 그 때의 그 감성이 지금의 모후아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