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6월호 [9개의시선] 육아에서 길을 잃다
[9개의 시선]
“육아에서 길을 잃다”
2011년 동북여성민우회 상반기 민우여성학교
홍문정(룰루랄라) ● 동북여성민우회
난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민우회 언저리를 기웃거리며 아이 둘을 들쳐 없고 많은 이들을 만난다. 항상 아이를 들쳐 업고 다니니 오래된 민우회 선배님은 최근에 나를 보더니 ‘이 녀석이 셋째지?’한다. ‘아이구, 선생님 말씀만 들어도 헉~, 둘째예요. 이제 다 컸지요?’ 내 대답이다. 그 둘째를 만 2세가 넘기기 무섭게 첫째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게 된다. 이름하야 공동육아…… 보내기도 전에 입방정을 떨었더니 민우회에서 슬그머니 이제 자유니 같이 뭐 좀 해 보잔다. ‘아이고 제 코가 석자예요. 릴렉스…… 저는 쉼과 자기성찰, 내면의 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답니다. 시간을 좀 주세요.’ 그 당시 내겐 민우회도 버거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뭘 한단 말인가? 그리고 사실 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한 번의 고사 끝에 너의 성찰과 공부에 도움 되는 선배님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오경훈 대표의 강력한 훈수에 운영위원직을 수락한다. 공부가 부족한 사람이니 나의 포지션은 교육기획팀, 가장 큰 사업은 상, 하반기 1년에 두 번 있는 민우여성학교. 4월 말 상반기 민우여성학교를 목표로 첫 기획팀 회의를 갖던 날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쟁쟁한 민우회 선배들과 신입이지만 나중에 엄청난 내공과 필력으로 나를 감동 시킨 현숙님…… 암튼 이제부터의 인생을 ‘룰루랄라’ 살고 싶어 닉네임까지 바꾼 나의 좌충우돌 민우여성학교 준비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교육 절대 안 시키고 내버려뒀더니 서울대 갔다’, ‘자유롭게 방목했더니 자기 스스로 앞길 헤쳐 나가는 독립적인 아이로 자라났다’는 성공담을 부러워하며 그렇게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지내고 있지는 않은지요? 차라리 ‘내놓고 키웠더니 완전 싸가지 없는 자식 되더라’ 혹은 ‘존중해서 키웠더니 손 하나 까딱 않는 기생충이 되더라’는 고백이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네 자식 교육이나 똑바로 시켜’, ‘너는 남편, 자식 신경 쓰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겠다’는 비아냥과 힐난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 정체성을 지켜온 ‘그녀’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의 속 깊은 한숨과 눈물을 위로하고, 끝내 주저앉지 않고 오늘에 이르게 된 동력의 근원도 배우고 싶습니다.(기획회의 후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린 기획팀 이현숙님의 기사 인용)
생협 커피와 빵이 함께 하는 브런치 토크쇼!! “아이들 잘(?)키우고 있나요?” 개봉박두……
나의 첫 토크쇼 사회
지난 4월 28일 목요일 오전 10시 나의 첫 토크쇼 사회가 동북민우회 교육장에서 막을 올렸다. 토크쇼에 모신 분은 여성민우회 생협연합회의 김연순님, 우리지역 청소년 문화공동체 <품>활동가 유현희님,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신입회원 이현숙님 그리고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공동저자 박민희님. 좁은 공간이지만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교육장을 가득 메운 새로운 얼굴들, 우리는 이 새로움에 항상 목말라 하지 않았던가? 김연순님의 민우회를 만난 계기와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나를 잃지 않고 이 길을 걸어왔는지 담담하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토크쇼답게 초보 사회자를 한방 날리듯 객석에서 바로 패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객석에서 서로 질문을 주고받기도 한다. 초반의 긴장감도 조금씩 풀리고 패널들의 얘기와 객석의 얘기를 들으며 사회라는 사실 조차 잊고 큰 소리로 웃다가 눈물도 찔끔 흘리기도 한다. 지역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20여년을 성장해온 품의 활동가 유현희님의 이야기는 내가 어떤 부모인가? 부모이기 이전에 어떤 인간인가? 성찰하게 했다.
자칭 슈퍼맘 콤플렉스에 헬리콥터 맘이었던 이현숙님은 이제 19살 딸, 18살 아들의 든든한 친구가 된 듯하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쓴 눈물을 흘렸는지 그 자리에 있던 우리는 조금은 알게 되었다. 언제든지 젊은 청년 친구가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멋진 청년 박민희님도 동행한 누나 박지현님도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누어 주었다. 객석의 누나를 소개하며 ‘오늘 생일이니 생일축하 노래를 함께 불러주면 큰 선물이 될 것 같다’며 우리 모두 좌담회 도중 생일 축하곡을 부르게 한 넉살 좋은 친구, 우리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좌담회에 모인 분들 대부분의 질문이나 의견을 이끌어 냈다. 이만 하면 사회자의 첫 단추는 잘 끼운 셈일까?
‘에미’ 아닌 ‘홀로 우뚝 선 나’
4월 29일 금요일 강의 “페미니스트에게 육아를 묻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를 모셨다.
‘이 얘기가 두 시간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냐’며 사회와 본인 소개 시간조차 아끼며 시작한 열띤 강의, 결국 우리가 놓여 있는 육아와 이 교육의 현실이 결국 대한민국의 최대 담론인 부동산 문제이며 재보선, 계층, 사회심리문제라는 지적.
‘구조, 체제, 제도, 사회라는 큰 덩어리에 개인은 그야말로 그 숫자만큼의 반응들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경험, 이론도 일반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다양하고 창의적인 대응이 성공 열쇠인 셈이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고 관계를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정희진 자신이 생각하는 폭력이다.’
2시간 내내 수없는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한 정희진씨의 강의 후 나는 며칠을 멍하니 나를 추스려야 했다. 저 명쾌한 꿰뚫어 봄은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그래도 명확한 실마리는 하나 찾았다. 아니라고 계속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었던 엄마노릇의 죄책감을 이제 온전히 내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온전함을 찾는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그 여정에서 두 아이의 ‘에미’가 아닌 ‘나, 홀로 우뚝 선 나’를 찾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나와 내 아이들의 행복한 삶의 키워드일 것이다.
공간을 가득 메운 여러분과 패널, 그리고 언제나 허를 찌르는 정희진 선생님 강의,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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