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6월호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슛돌이의 도시락 이야기
[나의 삶, 나의 이야기]
슛돌이의 도시락 이야기
정영혜(슛돌이)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민우회에서 근육의 숨결이라는 여성주의 자기방어 모임을 함께 했던 슛돌이입니다. 요즘들어 제 모습이 안보이셨죠? 안보였던 동안의 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지금부터 한 번 들어가 볼까요?
2011년 1월 11일 신월동에 자그마한 도시락집을 동생과 함께 차리게 되었다. 자유롭기만 하던 내 삶에 제동이 걸린 순간이었다. 3주가량의 교육을 받고 2달여의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개업초에는 나 조차도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걱정이 되고 불안했다. 그러나 곧 나 혼자 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한다는 사실이 나를 안정으로 이끌었다. 울기도 참 많이 울었고, 속으로 삭히는 것도 매일 매일. 사업을 했던 아버지 모습을 먼발치서 보기만 했었던 우리였기에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어려운 점이 많았다. 세금계산서, 부가가치세, 세금, 등등 정말이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민우회 활동을 하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나는 도시락집 개업으로 인해 그마저도 일단락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점포에서 글을 쓰고 있다. 마음 속에는 항상 민우회, 민우회 활동가, 민우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크게 자리하고 있지만 마음만을 쓸 뿐 나는 이 이상으로 지금 무언가를 할 수는 없다. 엄두도 낼 수 없다. 하루 14시간. 꼬박 점포에서 고객을 상대하고 거래처를 상대한다. 사업을 하면서 사생활이라는 것도 없어졌을 뿐 만 아니라, 주말 또한 없어져버렸다. 주말에도 단체가 있거나 바쁘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단 하루도 맘 편히 두발 쭉 뻗고 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한 번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 때려치우고도 싶었지만, 사업이든 무엇이든 내가 한 번 정한 일에 무책임하게 등을 돌리는 것은 나에 대한 예의도 가족에 대한 예의도 아니기에, 과감히 접었다.
점포에서는 일을 하면 참 별스러운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것저것 따지고 많이 달라 투정부리고 정말이지 이제 이러한 말들은 애교다. 배배 꼬는 말들부터 장사가 되겠냐는 말들과 시선. 그런 시선이 없어도 충분히 힘들고 생각이 많은데, 왜 말로써 그렇게 사람 마음을 뒤집어 놓아야 하나? 서로서로 좋은 말 힘이 되는 말만 해도 힘든 시기인데 말이다.
민우회 활동가에게 이번 글을 제안 받으면서 좋은 이야기들로만 꽉꽉 채워야겠다 싶었지만 적다보니 그게 안된다. 역시 하소연 할 곳은 이곳, 민우회밖에는 없나보다. 하하. 잠시나마 함께 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때가 그리워진다. 그 때 나와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모두들 잘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어디 있든 우리 모두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웃는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도시락집이 자리 잡히고 빚이 조금 청산이 되면 나는 다른 비상을 꿈꿀 것이다. 지금은 힘들기 때문에 옆을 돌아볼 시간도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준비하여 큰 날개를 펴고 훨훨 나는 순간을 위해 준비할 것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힘들다. 우리가 운영하는 점포는 화곡역에서 가깝다. 어찌 보면 멀 수도? 나를 보고 싶거나, 우리 점포 도시락을 먹고자 하는 분들은 민우회에 문의하여 놀러오기를 부탁드린다. 왜냐 하면? 위에 다 적혀있다. 그럼 이만 줄인다. 행복한 인생? 여성인 우리가 웃어야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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