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6월호 [마포나루에서] 나는 요즘 □에 꽂혀 있다!
[마포나루에서]
나는 요즘 □에 꽂혀 있다!
문성훈(나은)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바로 며칠 전에, 광주여성민우회와 간담회를 끝냈다. 김인숙 대표와 함께 9개 지부의 운영위원, 상근활동가 샘들을 만나 활동하면서 드는 고민도 나누고, 지역여성운동 관련 사업도 나누는 그런 자리. 하지만 딱딱하게 활동 얘기만 할 수는 없잖은가. 얼굴 자주 보기는 쉽지는 않은 터라 처음에 뻘쭘하게 앉아 있으면 어떡하지 싶어서 작은 토크쇼를 미리 준비했다. “요즘 나는 ~~~에 꽂혀 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요즘 회계정산에 꽂혀 있다.”, “나는 요즘 김인숙에 꽂혀 있다.” 등등.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네 관심사란 건 그때그때 바뀐다. 민우회 활동가들이야 원래 사람 붙들고 뭐 하는데 달인(?)들이라 금세 친해지기 마련이지만 이런 주제로 얘길 나눠 보는 것,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꽤 괜찮았다. 그래서 나도 얘기해 보련다.
나, 춤바람 났다!
올해 들어 나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었다. 춤.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한데, 꼬맹이 시절 개다리춤을 춰 본 이후로 뭔가 춤을 춰 본 기억이 당최 없기 때문. 질풍노도의 십대 시절, 락 음악에 맞춰 헤드뱅잉을 하고 힙합 비트에 들썩거려 보기는 해도 본격 춤을 춰 본 적이 없다. 굳이 있다면 집회 나가서 배운 ‘바위처럼’ 율동 정도? 그런 내가 스윙 재즈 음악에 맞추어 추는 사교 댄스(!, 실제로는 ‘소셜’댄스라고 부른다. 이 ‘소셜’ 열풍 허허), 스윙 댄스를 배우는 중이다.
원래 나의 취미는 음악 듣기와 자전거 타기다. 음악 듣는 성향은 잡식성인데 비트 있는 음악도 꽤 좋아한다. 그런 음악을 듣다 보면 왠지 몸을 들썩이게 되는 게 있다. 그러다 보니 뭔가 몸이 근질근질하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왠지 두 다리만 휘젓는 것 같고 아쉬운 생각이 들던 차, 한 마리 새가 알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듯한 작은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바로 작년 시민운동가 대회의 “(몸+마음)의 주파수를 찾아라”라는 워크샵. 워크샵을 이끌어 주신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참가자들은 평소에 잘 안 쓰던 (활동가들이 원래 입을 주로 쓴다) 몸짓을 해보다가 막판엔 눈을 감은 상태에서 막춤을 추게 되었는데 나는 이 때 뻥 약간 섞어 무아지경, 몰아일체의 경험을 했다. 이때부터 마임이든, 연극이든, 춤이든 몸을 움직이는 걸 해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생겨났다.
하지만 본인은 원래 뭐든 눈 딱 감고 바로 들이미는 성격이 못 되므로 시간만 보내던 중, 뉴페이스(신입활동가)들이 민우회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 중 회원팀에서 새로 활동하게 된 모후아가 마침 스윙댄서였던 것! 역시 뭘 시작할 땐 옆에서 바람을 불어넣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모후아에게 이것저것 스윙 댄스 관련 이야기를 물어 보았고, 결국 스윙 댄스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열심히 검색질을 한 뒤 나는 작은 스윙댄스 동호회의 강습을 신청했고, 2월부터 나는 주 4일 저녁을 스윙댄스에 투여했다. 이틀은 같은 내용의 수업을 두 번 받고(충실한 예습과 복습), 이틀은 출빠(실전)를 했다.
몸짓과 손끝으로 전달되는, 소통!
출빠란 무엇이냐. 서울엔 지하철 2호선을 따라 십여 개가 넘는 스윙바(bar)들이 있다. 말 그대로 스윙 춤을 추는 바들이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오직 널따란 댄스홀에서 30대를 주축으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스윙 음악에 맞추어 춤만 추는 곳이다. 처음 가면 문화 충격을 느낄 수 있는데, 마치 외국 영화에나 나오는 공간인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나는 리더(동작을 제안하고 이끌어가는 위치)를 배우고 있으므로 팔로어(제안에 맞추면서 춤을 채워가는 위치)에게 가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살포시 양 손을 내민다. 팔로어가 내민 손에 손을 얹으며 춤을 추자는 제안에 응하면 스윙바에서 틀어주는 음악 한 곡에 맞추어 함께 춤을 추게 된다. 소셜 댄스의 특성상, 스윙도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게 되는데, 바로 여기에서 절묘하게 느낌이 통하고 쫀득한 텐션(작용과 반작용의 오묘한 만남?)이 만들어진다. (이거, 요즘 유행하는 광고처럼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내가 지금까지 활동가랍시고 주로 말과 글로 사람들에게 떠들어 왔는데, 몸짓과 손끝에서 전달되는 느낌만으로 함께 춤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은 정말 새로운 것이었다. 새로운 소통 방식을 개척한 느낌이랄까?
이렇게 재미 붙인 나, 왕초보 과정은 떼었고, 본격 입문 과정에 들어서서 한참 배우는 중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스텝을 밟아 보기도 하고, 가끔 모후아에게 과외(?)를 받기도 한다. 춤을 추니 생활과 활동에 새로운 기운도 불어 넣는 것 같다. 덕분에 올해 민우회 3.8 여성의날 행사에서 라인댄스도 흥겹게 함께 할 수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신 분들, 한 번 보고 싶으실 거다. 하지만 스윙 댄스는 기본적으로 공연과 발표를 위한 춤이라기 보단, 빠에서 즐기기 위한 춤이므로. 그럴 기회는 나중에, 언젠가 있겠다. 좀 더 갈고 닦아서 언젠가 보여 드리리다. 자, 그럼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제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이 요즘 꽂혀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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