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6월호 [모람풍경] 모람 VS 모람 ; 설고 VS 명치
[모람풍경]
모람 VS 모람의 첫 번째 시간. 어떤 모람들일까. 다른 건 다 다르지만 리듬을 탄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모람. 민우회의 떠오르는 유망 모람, 여성풍물패 설로우고고(이하 설고)와 기타 치는 코드명:치명적(이하 명치)을 만나본다! 각 모람에 대한 이야기는 설고는 그루님이, 명치는 윤소님이 들려주었답니다. 정리_폴
설로우고고
풍물로 사람들 마음이 하나 되는 게 좋다는 그루. 풍물의 매력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져있다. 풍물에도, 민우회에도. :) 연주말고 풍물악기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는 엉뚱한 질문에도 바로 대답해주었다. 북은 식탁이나 차받침 다과받침용으로. 깨진 징이나 꽹과리는 시계. 장구통은 반 잘라서 커피, 생두 같은 곡물 보관용으로 사용가능하단다. 오동나무로 만들어져서 통풍에 굿. ● 그루
코드명: 치명적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언제 부를 수 있게 될지 고민하는 명치 초급반의 윤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날씨가 좋아지면 명치 사람들과 기타들고 한강에 가서 둘러앉아 기타를 치는 게 바람이란다. 아 물론 맥주도 같이 마시며. 치고 싶은 곡은, 봄이니까 양양의 ‘봄봄’. 다 같이 합주하면 좋겠단다. 봄봄의 한 구절. “이렇게 가슴이 설레는 걸 보니 봄이 오겠구나.” ● 윤소
모람 VS 모람 ; 설고 VS 명치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풍물패를 만들자
모람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설고는 작년 초 신입세미나 모임에 함께 하던 그루와 숨이 여성풍물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는 9월부터란다. 일단은 “여성만으로 이뤄진 풍물패를 만들자. 향후에 성별 관계없이 여성주의자로 구성된 풍물패를 생각해보자.” 멋진 언니들이 왕창 모여 있을 것 같은 분위기. 드디어 성산동 민우회에도 풍물 장단에 어깨가 절로 들썩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아 이런, 예기치 못한 안타까운 현실. 내 귀에는 좋기만 한 풍물 소리, 크긴 크다, 사무실 근방에서 민원이 들이찰 것이다. 사무실로부터 몇 블록 건너 한 연습실을 대여하여 연습을 이어나가기 시작한지 이제 반년정도. 첫모임은 11월 8일. 공연 욕구가 다들 커서 송년회를 목표로 맹연습을 했단다. 생각해보면 송년회 때 설고의 공연은 정말 놀라웠다. 너무나 흥겨워 축제 같은 느낌이 엄청났지.
명치의 데뷔무대는?
여기서 잠깐, 명치의 첫 데뷔는 어땠을까. 명치의 첫 데뷔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누구는 생협 축제(5/5) 때 민우유랑단 활동으로 치기도 하고, 혹자는 민우회 생일파티 날(9/10)이라 말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민우유랑단이라는 이름 아래가 아니라 명치로 활동한 생파 때를 명치의 첫 데뷔로 공식화 하는 게 맞겠다. 아무튼 명치의 데뷔 또한 잊지 못할 공연이었다. 회원 모람의 기타 음률, 노래로 생일 축하를 받는 단체, 민우회뿐이지 않겠는가.
다시 설고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송년회 이후 1주일에 한 번씩 모였는데, 모듬북을 하니 무릎이 아파서 장구로 바꿨어요. 그런데 장구는 집에서 연습하기가 어려워서 실력이 생각보다 잘 늘지 않으면 지칠 수도 있고. 차라리 풍물은 잠깐 쉬기로 했죠.” 연습실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1주일에 한 번은 설고 정모로 연습하고, 나머지 날에는 아무 때나 연습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개인연습실 마련하려고 동분서주 중인 그루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까삐까삐룸룸- 그럼 쉬는 2달의 방학 동안에는 뭐하나? 모꼬지도 가고 면 달거리대 만들고 ‘이달의 토론’도 하고 민요 개사 등 할 거리는 많다. 특히 민요 같은 소리 개사. 송년회 때 했던 지신밟기1) 같은 경우 성주풀이 사설(가사) 중에 남아선호, 남성 중심적인 부분을 바꿔 부르는 것. 왠지 기대된다.
나비효과일까, 도미노현상일까. 방학을 맞이한 설고와 달리, 한 동안의 방학을 끝내고 돌아온 명치. 3월부터 명치와 함께 하게 된 새 얼굴, 윤소. 윤소는 미디어운동본부 상근활동가. 일보다는 명치 모임 오느라 성산동 사무실에 들르는 횟수가 더 많다. “원래부터 기타에 관심이 있었는데 기타가 없어서 못나오고 있다가 날씨도 좋아지고 가슴이 설레서 기타도 사고 시작하게 된 거죠.” 봄은 윤소를 기타 치(사)게 한다. 이런 마음이 이어지도록 매일 봄이면 좋겠다. :) 사실 기타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사방에 널려있다. 왜 민우회 명치였을까? “활동가이자 회원이기도 하고 여기서 만나는 이들은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비용부담이 없네요. 사무실이랑 집도 가까워서 기타메고 자전거타고 모임 와요.”
지신밟기로 첫 스텝을 밟은 설고, 명치의 첫 코드가 새겨진 노래는 김창완의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라니 참 정겹다. 가만, 전에 살림의 코치 하의 명치 첫 연습곡도 ‘동무들아’였다. 사랑 노래도 많은데 명치에서는 우정을 노래한다. 오호, 더 괜찮은 걸. 지금 명치의 명강사는 고래씨. 열정적인 고래씨 덕분에 연주 수준이 제각각인 명치 회원들은 수준별 수업을 받는단다. 윤소는 외친다. "완전 좋아요!"
이쯤에서 또 잠깐. 설고와 명치의 공통점 발견. 명치 또한 안정적인 연습장소가 없다는 게 난감한 일 중 하나. 지하 교육장이 좋긴 한데, 예약이 차 있으면 회의실에서. 그러나 좁고 시끄러워서 누구 기타소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 이럴 땐 정말 하늘공원이 있으면 좋겠다. 이 공원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척척척 올라가서 풍물도 연습하고 기타도 마구 치고.
귀를 기울이면
공통점 하나 더 있다. 명치의 윤소는 명치 활동으로 기타와 여성주의를 이렇게 말한다. “귀를 잘 기울여야 한다. 일단 내 기타소리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소리도 들어봐 주어야 한다. 그리고 조율을 안 하면 합주도 못하고 합주하더라도 각자 소리가 다르다. 조율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 관계와 소통적인 면에서 여성주의가 스며들어 있지 않을까.”
설고를 통해 그루가 느낀 것도 비슷하다. “같이 연습하고 뒷풀이하면서 서로 힘이 되어주는 것, 다른 풍물패에서는 못 느껴봤다. 서로 위해주고 배려해주는 느낌이랄까. 서로의 얘기 경청하고 존중해주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허투루 듣지 않는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언제일지 알 순 없지만 풍물과 기타의 만남, 이번처럼 함여 지면에서가 아니라 소리와 리듬에 기뻐하는 여러 얼굴들 앞에서 함께 만나면 좋겠다. 설고와 명치의 조인트 미팅, 회원 커뮤니티 모람세상에서 일단 접선 시도를 추천한다. 커밍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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