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6월호 [생생한시각] 인터넷 신문 / 포털사이트의 부적절한 광고에 대한 불편한 시선
[생생한 시각]
인터넷 신문 / 포털사이트의
부적절한 광고에 대한 불편한 시선1)
최윤정 ● 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수료
‘강남역 S녀 술 잘 먹는 비결 공개’, ‘78kg 아줌마→48kg 뱃살빼기 성공’, ‘여성이 흥분하는 남성크기’, ‘여자들이 밝히는 품절남의 비밀’, ‘나만 모르는 여자들의 밤일 비법’…… 이런 글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인터넷신문을 보다 보면 기사들 옆에서 귀찮을 정도로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는 팝업, 그리고 기사 주변에서 기사를 가릴 정도로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한 사진 속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아마 인터넷신문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기사와 무관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런 광고들로 도배되어 있는 화면들 때문에 짜증나 본 경험이 한두 번 쯤은 있을 거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뉴스나 인터넷포털을 구성하는 화면을 보면서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끼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기사를 보기 위해 들어가게 되면, 항상 옆에 따라붙는 성형외과, 다이어트 광고나 여성의 신체를 강조/왜곡하는 이미지, 그리고 기사 옆 칸에 배치되어 ‘실시간 핫이슈’라는 제목으로 목록화 되어 있는,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내용들. 마치 기사인 듯해서 클릭해보면 쭛쭛병원이나 △△의료용품 판매 사이트로 이어져서 결국 광고였음을 확인했을 때 느끼는 실망과 자책감. 이런 것들을 피해가면서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자니 오히려 피곤해지기만 한다.
중앙일보, 동아닷컴 등 보수 인터넷언론이니까 무신경하게 이런 광고를 남발하겠거니 싶어서 한겨레, 프레시안처럼 그나마 진보적인 언론 사이트로 들어가 보았더니 더욱 가관이다. 인터넷언론에서의 부적절한 광고들의 등장은 진보와 보수언론을 아우르며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인터넷언론사들만의 문제일까 싶어서 뉴욕타임즈, 가디언, 르몽드 등 외국의 언론사를 검색해봤더니 우리나라처럼 광고들을 남발하는 경우는 어디에도 없었다. 해외사이트는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선정적’인 문구나 이미지를 사용한 광고들 없이 오히려 단순할 정도로 정보 제공 중심의 기사들로만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이렇듯 ‘한국적’인 인터넷미디어 환경에서 인터넷 이용자로서 겪게 되는 우리의 경험들을 이제는 터놓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웹 2.0 시대, IT강국을 운운하는 대한민국의 인터넷언론/포털들에서 무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부적절한 광고의 남발 현상에 대해, 독자/이용자로서 우리가 겪은 불편함을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 왔다.
공공성을 담보한 매체로서의 인터넷신문/포털
인터넷시대에 매일같이 늘어나는 인터넷언론의 숫자만큼이나 우리는 그 속에서 가장 자극적인 이미지와 문구들로 도배된 ‘광고’를 접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광고’들이 인터넷 언론 매체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치, 생산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제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들보다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접속해서 뉴스서비스를 검색하거나 각종 온라인 뉴스매체를 통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기사를 보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정보미디어 환경에서 인터넷포털이나 인터넷언론 사이트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정보 제공처’로서의 공익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성을 지닌 매체로서의 공간에서 기사와 광고를 무분별하게 배치해서, 마치 광고를 기사인 것처럼 전달하고 있다면, 과연 이 공간에서 요구되는 공익적 역할을 제대로 담보해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공공성을 훼손하는 점은 인터넷언론/포털에서의 부적절한 광고의 남발이 우리사회의 일상화된 폭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처음에는 다소 내용이 ‘민망한’ 광고들이어서 보기 불편했던 사람들도 비슷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게 되면 점점 자극적인 내용에 대해 무감각해지게 된다. 직접적인 유해 음란물은 아니더라도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는 광고문구나 이미지들 속에 전제되어 있는 남성중심적인 시선은 강간신화와 성폭력을 재생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이나 2008년 대구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은 인터넷상에서의 음란물 접촉이 청소년 성범죄를 야기하는데 일조해왔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정보이용자의 ‘보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인터넷상 부적절한 광고
여기서 일간지의 광고들도 있는데, 왜 인터넷신문이나 포털상의 광고만을 문제 삼느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일간지의 광고는 독자가 알아서 광고지면을 분리해서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반면에, 인터넷신문/포털에서의 광고는 매체의 특성상 독자의 판단여부에 관계없이 의도적으로 독자들이 기사를 보고자 하는 행위를 방해한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즉, 정보 이용자인 독자가 원치 않아도 그 광고가 보이게 되는 기능으로 인해 기사를 보고자 하는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다. 원하는 기사를 보려고 들어왔던 독자들은 결국 자기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거나 강요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볼 때, 기사의 중간이나 옆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부적절한 광고는 원하는 기사를 보고자 하는 독자의 권리, 즉 ‘보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로 접근해볼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가치이자 권리라는 입장에서 보면, ‘보지 않을 권리’를 굳이 주장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보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할 때, 자칫하면 ‘볼 권리’를 침해하는 역기능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흡연자의 ‘흡연권’보다 ‘혐연권’을 중요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이용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인터넷상의 부적절한 광고들로 인터넷언론/포털이 가지는 공익성, 공공성이 저해된다는 점에서 볼 때 ‘볼 권리’만큼 ‘보지 않을 권리’도 중요하게 인식될 필요가 있다. 흡연자의 권리를 강조하기보다 비흡연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 이익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있는 것처럼, ‘볼 권리’에 앞서서 ‘보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함으로써 인터넷포털/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자정노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사실 ‘보지 않을 권리’는 그리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이미 방송 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PPL)는 시청자의 ‘보지 않을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에서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2)에 따라 그 허용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방송 역시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에 사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방송의 공익성,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과 자율적인 규제,
시민사회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
인터넷포털이나 언론사이트 역시 올바른 정보의 제공을 위한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터넷이용자의 ‘보지 않을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에서 무분별한 정보의 남발에 대한 자정 노력과 책임이 요청된다. 부적절한 광고가 직접 게재되는 인터넷포털과 인터넷신문뿐만 아니라 이러한 광고를 제작하는 광고업체, 인터넷망 보급자인 KT, 하나로와 같은 ISP 각각의 주체들의 자율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인터넷 윤리가 새로운 과제로 요청되고 있는 정보화시대에 ‘보지 않을 권리’라는 정보이용자로서의 새로운 권리를 제기하며, 시민사회 내의 이에 대한 새로운 운동을 제안해본다.
주1) 이 글은 ‘이화여대 여성학과 목요밥상 모임’과
관련 여성단체들과의 워크숍을 통해 제기된
문제의식을 정리한 글입니다.
주2) 김재철 “시청자의 보지 않을 권리를 존중하자”, 국회보 통권 483호, 2007.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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