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6월호 [민우ing] ‘지하철 2호선’ 혹은 ‘project line2’
[민우ing]
‘지하철 2호선’ 혹은 ‘project line2’
정슬아(여경鏡)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성형OTL사업을 준비하며, 세 번의 집담회를 가졌다. 다이어트와 외모 가꾸기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과 실제 자신의 모습에서 갈등하는 여성주의자, 취업을 앞두고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신뢰감이 드는 또렷한 인상을 갖기 위해 성형을 고민하는 여학생, 일하는 공간에서 외모 가꾸기를 강요당하거나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레 몸 관리를 위해 애쓰고 있는 직장여성들. 저마다의 다르면서도 같은 이유들로 성형을 비롯한 몸 관리를 향한 끝없는 고뇌를 경험하고 있던 이들은 성형(몸 관리)여부를 넘어 다양한 아름다움을 찾는 것, 쏟아지고 있는 성형에 대한 정보의 접근, 한국사회의 성형산업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하길 원했다. |
요즘, 한국의 성형산업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이 2009년 6만 명에서 2010년엔 대폭 증가해 20만 명을 기록했단다. 이에 발맞춰 한국의 성형외과에서는 특정국가와 결연을 맺기도 하고, 리무진 택시를 준비하며, 전문 통역사를 둔다. 또한, 해외환자들은 병원이 제공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으며, 여행가이드의 안내를 받기도 한다. 성형과 관광을 한 번의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내세운다. 뛰어난 한국성형의술에 찬사를 보내며 언론은 이를 부추기고 있다.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방문을 하는 관광객유치를 위해 국가와 의사들이 움직일 줄은 몰랐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 4월에 있던 (가)한국성형관광협회 발기인대회1) 기사를 접하며, 씁쓸함을 더했다. “중간에 에이전시들이 마진에 따라서 제대로 되지 않은 병원에 환자를 소개해주는 사례가 있어 이것들을 제지할 것이고 불만이 생겼을 경우 공동으로 대처해 주는 기구의 역할도 할 것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힌 발기인들은 강남지역 성형외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관광 에이전시에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의 해외환자 유치 시장의 모순을 개선해 당사자인 의사들이 해외환자 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 물론, 무리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소개업자들의 횡포를 막고, 수술 후 생기게 될 문제점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의지는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성형수술이 더 이상 환자의 건강이 아닌 수입을 위한 수술이 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해외환자 유치뿐이랴. 국내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마찬가지이고, 각종 이벤트를 걸어 성형수술비를 지원하고 병원 광고를 위한 모델로 삼기도 하며, 공동구매를 통해 반값할인 서비스를 하는 소셜커머스에서 성형수술비용 할인쿠폰이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다. “라식 수술 70% 할인!” “쌍꺼풀 수술 64% 할인!” 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병원 시술쿠폰은 광고비를 아껴 시술비를 깎아주는 것인 만큼 의료서비스 질에도 문제가 없다고 얘기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의료 쿠폰 판매행위는 의료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많은 논란을 일으킨 성형외과 홍보방법은 할인쿠폰뿐만 아니라 환자의 동의 없이 수술전후사진을 홍보에 사용해 문제가 되기도 하며, 개인운영 성형정보 사이트인 줄 알았던 곳이 병원에서 개설한 브로커들의 홍보의 전당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과다한 경쟁 속에서 성형외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병원을 홍보한다. 이중에 또 하나의 방법이 옥외 광고물이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것에서 제외되어 있기도 한 각종 홍보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 성형전후사진의 과도한 이미지 수정은 집중단속을 통해 문제가 됐고, 이제는 실사가 아닌 세련된 이미지와 카피들을 담는 등 마케팅도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지하철 2호선을 탔다.
그렇게 성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광고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강남구에만 1,000개가 넘는 성형외과가 밀집되어 있다는 기사를 보고는 지하철 2호선에 있는 광고들을 찾아보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홍대, 신촌, 강남역 등 2호선에 성형광고가 많을 것 같다는 거친 생각에 근거한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지하철 2호선을 탔고, 우리들의 이름도 ‘성형OTL_지하철 2호선’이 되었다. 7명의 실천단이 구역을 나누고 성형광고 찾기에 돌입했다.
명확하게 ‘성형외과’광고는 차라리 쉬웠지만 치과에서 하는 ‘치아성형’ 피부과에서 하는 ‘보톡스와 필러’ 시술 등은 어떻게 봐야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전체 광고개수 대비 성형개수를 파악하기 위해 광고판을 세다가 비어있는 곳, 지하철 공사나 정부부처에서 하는 캠페인성 광고물은 어찌하면 좋겠냐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광고물의 크기와 종류는 또 얼마나 다양한지. 잔잔한 내용의 시를 담고 있는 작은 액자 밑에 있는 레스토랑의 광고는 고개를 갸웃하게 했고, 광고물이 없는 줄 알았던 디지털 뷰(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전화도 걸 수 있는)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광고물이 시간을 두고 회전되고 있었다. 언제 기다려서 몇 개의 광고물이 들어 있는지 보고 있지? 등. 많은 고충을 겪었다.
결국, 담당팀이 조사를 하던 그 날짜를 기준으로 ‘상업’광고물이 ‘개제’되어 있는 ‘B4’이상의 사이즈 광고만을 세기로 했다. 2인 1조를 이뤄 왼쪽 담당 오른쪽 담당을 나누고 스크린 도어와 벽에 부착되어 있거나 벽면에 있는 성형광고를 찾아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했다. 몇 개까지 셌지? 우잉? 하는 순간을 마주하기를 몇 번, 익숙해지고 나니 그나마 좀 나았다. 결국, 서울메트로에 요청해 2호선 역사의 광고물 부착가능 장소의 개수자료를 받게 되었지만 말이다.
단 두 개의 역에서 150개 정도의 성형광고를 만났다.
실천단 사이에서 성형광고 포인트 지점이라 예상되던 교대~구의까지에서 찾아진 광고물 속 병원의 위치가 3호선 압구정역과 신사역이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스크린도어에 떡하니 성형외과 광고가 있다. 출구로 향하니 계단 하나 올라갈 때마다 두세 개의 광고판이, 하나의 출구에 20여개의 성형광고판이 있었다. 단 두 개의 역에서 150개정도의 성형광고를 만났다.
아름다움의 날개를 날고, 성형외과 의사 당신의 이름을 광고할 수밖에 없다는, 가슴골이 부각되는 포즈를 취한 여성, 성형외과의 지원을 받아 수술한 사람들의 성형전후사진을 내세운 광고, 각종 이모티콘으로 표현되는 ‘│ . │ → ) . (’ 일자인 허리가 잘록한 허리가 되는 광고, 사각턱의 식빵이 울고 있는 광고, 자유의 여신상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늘씬한 다리를 보이고 있는 광고 등 성형광고는 변화를 겪으며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하철 광고 등 의료광고심의규정을 살펴 성형광고의 심의기준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활동하려 한다.
주1) 이번 창립 발기인대회에는 성형외과 전문의 40여명이 참가했으며
성형관광협회의 출범은 오는 6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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