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6월호 [민우ing] 단박인터뷰를 앞두고서!
[민우ing]
단박인터뷰를 앞두고서!
단단한 일상 속 호박 넝쿨 같은 회원 인터뷰
김인숙(멍군) ●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드디어 광주를 끝으로 지부 간담회가 끝났다. 고양에서 시작해 광주까지. 보름상간의 시간에 지역 운영위원들이 총출동하고 본부 지역팀과 두 대표가 함께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광주를 갔던 날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준비시작, 집에 돌아오니 새벽 12시 15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우리는 어쩜 이렇게 다양한지
민우회로 묶여있지만 각 지역민우회들마다 색채와 에너지가 형형색색 천차만별이다. 왁자지껄 수다판인 듯도 하고 흉보는 듯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진한 애정이 느껴지는 이상한 반어법의 소유자들, 진주. 감동으로 눈물이 울컥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에 능란한 잔잔한 감성 소유자들, 동북. 운동체로서의 자기 역할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다가오는 고양. 고요히 멈춘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효율적 움직임을 기획하고 있는 군포 등. 우린 어쩜 이렇게도 다양한지. 참 재미지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솔한 대화 속에서 지역들마다 고민의 편린들이 드러난다. 유식한 여성들만의 모임으로 보여 문턱이 높다는 오래된 이미지가 아직도 우리를 옥죄고 있는 현실에 대한 토로, 내부 활동에만 치중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문제의식이 있는가 하면, 회원성장 프로그램이 부족한 문제, 온전히 아이양육에 몰빵하게 하는 여성현실을 분노하다보니 민우회가 지역 내에서 이런 문제의 해답을 찾는 여성단체 본연의 모습이길 기대하게 되더라는 운영위원도 보게 된다. 지역의 주요 활동층이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지적이 있자, 예전에는 30대가 아동양육문제로 직장과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지역에 머무는 주 활동층이었다면, 만혼으로 이것이 40대로 옮겨온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참 타당한 지적도 있었다. 우리가 어느새 보수화된 것은 아닌지,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그룹에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보수화된 것인가라는 지적들까지.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을, 회원을 만나는 것은 그들의 삶과 그 삶 속에서 얻게 된 지혜를 만나게 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내게 깨달음과 성찰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 지부들은 지역 주민과 밀착된 생활운동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지역정치에 대응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지역자치 역할을 모두 잘 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고민해 왔다. 그런 가운데 최근 몇 년 간 풀뿌리 여성운동에 대한 관심과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성차별, 성평등의 문제와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가 고민이고, 또 한편으로는 지역에서 젠더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급진적 운동으로 보이는 것 아닐까 걱정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지역의 이슈를 여성주의로 보고 풀어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론 재정 및 중간 활동가의 약화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 내부만의 문제라기보다 한국여성들의 현실이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변하고 그에 따라 생각과 욕구와 꿈과 희망이 변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이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인 것은 감지하지만 누구와, 어떻게 호흡하며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지를 찾아내는 문제는 만만치 않음을 직감한다. 여성운동계 전체에서도 여기저기서 운동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운동의 이슈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 아니냐?”, “뭐 하는지 모르겠다.” 등 여성운동의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들린다. 하지만 어떤 운동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인지 그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말하지 않는다. 각종 통계로 보이는 여성조건의 열악함을 넘어서는 여성현실에 대한 구체적 질문들이 필요한 순간이다.
지역의 삶에 대한 질문
여느 해와 다르게 올 상반기에 발 빠르게 움직여 각 지부와 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정말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우린 무엇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인가?”, “우린 우리의 힘과 한계를 무엇이라 규정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가볍지만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었고, 그 속에서 여성현실의 변화와 그 변화를 극복할 힘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과 당위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사라진 여성운동을 찾아오는 방법으로 ‘단(단한 일상 속, 호)박(넝쿨 같은 회원)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지부, 본부를 망라해 전면적인 회원 심층인터뷰에 들어가려 하는 이유이다. 질문은 개인 삶의 변화를 묻는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묻는다. 그리고 지역의 삶에 대한 질문들이다. 지역이란 지부회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터가 어디이던, 지역에 사는 지역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있건 없건 간에 내가 머물고 있는 나의 보금자리 주변 환경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개인 삶에의 영향, 여성의 삶에의 영향과 변화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우리 여성들이 가지는 다양한 삶의 변화된 지점, 지점을 읽어내는 일들 속에서 우리의 고민에 대한 해답이 나와 줄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위안이 되는 운동을 위해
또 그것을 파악하는 과정도 중요하리라. 과정 속에서 우리 회원 하나하나가 자기문제를 내놓고 자신이 공동해결의 주체라는 인식과 힘을 가지게 되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리라. 그것이 민우회다운 운동을 만드는 방식이다. 설문의 결과로 새롭게 여성이슈를 제기하고 여성운동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과 동시에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작업 속에서 여성민우회가 여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위안이 되는 조직이라는 것을 회원들로부터 확인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조직이면 좋겠다. 고백하자면 현실을 산다는 것이 나는 힘들고 각박하다. 연일 우리가 다루어야 하는 운동사안들이 각박한 한국사회를 말해준다. 고민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진다. 어쨌든 내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은 내 이웃도 서민으로 이 시절을 살아내는 일이 힘든 일인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강력한 운동을 만든다는 강박보다는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것을 우선한다면 조직적 힘으로 엮어지고, 힘이 모이고, 그러면 운동은 저절로 만들어지리라는 확신을 가져야 이 일은 시작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회원 조사는 우리 운영위원과 핵심활동가들이 직접 나선다. 우리가 지역간담회를 통해 운영위원 한 분 한 분의 진솔한 이야기로 감동했듯이, 운영위원과 핵심활동가들이 직접 회원을 만나며 개인 삶 하나하나를 만나는 감동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서로의 존재로 위안이 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운동과제, 새로운 동력을 발견하려는 결심으로 나선다. 참 쉽지 않은 노정이 되겠지만 의욕은 넘쳐 보인다. 예견되는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우선은 인터뷰로 만난 결과를 정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일을 어찌 다 할 수 있을지 막막해진다. 20-30명의 심층인터뷰를 진행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일을 1년 사업으로 진행하던 여느 연구조사사업의 경험으로 보면 참 엄청난 수의 결과물을 정리하는 일은 막막하다. 이럴 때 또 드는 생각, 우린 비빌 언덕들이 많다. 우선은 지역의 운영위원과 활동가들을 믿고 진행한다. 거기에 든든한 지역여성정책위원회 위원들(이숙진, 박기남, 하승수, 김정민)이 발심을 해 주셨으니 진행하는 것에 용기를 내게 된다.
중간 중간 어려움이 없겠냐만 여러 힘들이 보태지는 것을 보면 지금 이 시점에 이 사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증거! 이젠 각자 한사람, 한사람을 정말 열린 마음으로 자-알 만나는 것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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