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6월호 [민우ing] 육아휴직 끝내고 돌아오니 연차유급휴가가 없다고요? Oh~No!
[민우ing]
육아휴직 끝내고 돌아오니 연차유급휴가가 없다고요? Oh~No!
육아휴직자에 대한 연차유급휴가 산정,
제발 법대로 하자!
이소희(바람)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5월의 시작, 어린이날과 주말 그리고 석가탄신일 등 빨간 날의 적절한 집합으로 연차휴가를 잘 활용하면 연속 6일을 쉴 수 있는 징검다리 연휴를 얼마 전 맞이하였다. 난 징검다리 연휴 동안 9일 날 연차휴가를 내고 하루는 바다에 다녀오고, 하루는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근심걱정 없이 잠도 푹 잤다. 그렇게 쉬고 오니 생의 에너지가 가득 충전된 느낌이 들었다.
끊임없이 일하는,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쉼’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문득 사람들에게 ‘쉼’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민우회 활동가들에게 간단 설문을 해보았다. “쉼은 어떤 의미야?” 어떤 이는 마음의 안정이라고 말했고, 어떤 이는 모순적인 것이라고 했다. “왜 모순적인 것이야?” “음- 쉬고 있으면 마음이 편한데 그러다 보면 내가 막 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의 응답, 열정적인 그녀답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쉼에 대해 이미지로 말하였다. “옥상, 커피, 하늘, 담배.”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내게 쉼은 제 정신을 찾는 시간.”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이는 “다른 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설문 내용을 일반화 할 수 없지만 ‘쉼, 휴식’이라는 것은 지친 삶을 위로하고 마음의 안정을 전해주기도 하고,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 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처럼 끊임없이 일하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쉼’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와 맞닿아 근로기준법 제4장 근로시간과 휴식이라는 장에서는 노동자의 연차유급휴가에 대해 명시하고 있고, 1년 동안 8할 이상 출근한 노동자는 1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제60조) 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쉼’ 연차유급휴가, 이 15일은 노동자의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해 ‘이것만은 꼭 지켜야한다는 최소 규정’인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육아휴직 끝내고 돌아오니
연차유급휴가가 없다고요?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서는 한 해 동안 받은 상담 내용을 기반으로 여성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사안에 집중해야 할지 일 년에 한 번씩 상담경향을 분석한다. 2010년 우리가 주목했던 사례 중 하나는 육아휴직자에 대한 연차유급휴가 산정에 관한 것이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돌아온 노동자는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현저히 적은 연차유급휴가를 지급받거나 휴가를 하나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히 있었다. 이런 현상에 주목하여 4월 한 달 동안 고용평등상담실에서는 ‘육아휴직 끝내고 돌아오니 연차휴가가 없다고요?’라는 제목으로 임신, 출산, 양육을 이유로 직장에서 겪는 부당한 처우에 관한 상담을 집중적으로 하였다. 집중상담 기간 중 임신, 출산, 양육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에 관한 상담은 전체상담 중 38%였고 육아휴직자의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상담은 6%를 차지하였다.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육아휴직을 하고 올해 복귀를 했는데 회사에서 저의 연차휴가는 5일이라고 하네요. 그전에는 15일을 받았거든요. 기존에 받았던 휴가보다 절반이나 줄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가 아직 어려 병원갈 일, 휴가 쓸 일이 많이 생길 텐데, 나도 좀 쉬고 그래야 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 솔직히 5일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1년 4월 21일 민우씨의 상담 중)
육아휴직을 다녀 온 자에 대한
연차유급휴가 산정은 무엇을 근거로?
육아휴직자의 연차유급휴가 산정을 민우씨의 사례를 기반으로 한 번 따져보도록 하자. 육아휴직기간은 적법한 쟁의행위 기간과 마찬가지로 ‘노동을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정지되는 기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육아휴직기간을 제외한 1월부터 4월까지 민우씨가 결근 없이 8할 이상 출근했다면 민우씨에겐 15일의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한다. 그런데 노동부는 여기에 행정해석을 덧붙여 휴직을 하지 않은 다른 노동자들의 근로일수에 대한 민우씨의 근로일수를 비교하여, 비율적으로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한 민우씨의 근로일 수는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이고 다른 노동자들의 전체 근로일수(12개월)의 1/3만 일했기 때문에 연차유급휴가도 15일의 1/3인 5일만 발생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연차유급휴가 산정, 법대로 하자!1)
근로기준법은 ‘1년 간 8할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에서는 법률상의 권리 발생 요건이 갖춰졌을 때 그대로 권리를 발생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해석으로 제한규정을 두어 육아휴직자의 연차유급휴가가 현저히 적거나 아예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권리발생 요건이 갖춰졌을 때 발생하는 권리를 제한하려면 분명 제한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별도의 제한규정이 없다. 설사 별도의 제한규정을 만들고자 한다 해도 이는 국민의 힘으로 구성된 입법부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지 행정부(노동부)의 역할은 아닌 것이다. 즉 육아휴직자가 육아휴직기간을 제외한 기간 동안 8할 이상 출근하여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였다면 그 누구도 발생한 권리를 추가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것이다. 노동부의 행정 해석은 단지 법을 해석하는데 그쳐야 하는 것이지 결코 법을 창설하는 행위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부는 일개 행정해석을 앞세워 육아휴직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행하고 있다. 또한 2006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육아휴직기간과 똑같이 ‘노동을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정지되는 기간’인 적법한 쟁위행위 기간에 대한 연차유급휴가 비율적용이 부당한 행정해석이며, 법대로 온전한 유급휴가를 노동자에게 부여하라는 판결을 낸 바가 있다.2)
마지막으로 육아휴직과 달리 산전후휴가기간은 출근한 기간으로 간주하고 있어 연차유급휴가 산정 시에 그 어떠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다녀왔다’라는 이유로 휴직자들이 돌아와 연차유급휴가 부여에 있어 부당함을 겪고 있으니 이것은 노동부 행정해석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관례로 굳어져 요지부동의 행정해석으로 자리 잡고 있더라도 이것이 잘못된 행정해석이고, 이로 인해 누군가가 부당함을 겪고 있다면 이러한 행정해석은 반드시 정정되어야 마땅하다. 이에 우리는 지난 집중상담 기간동안 들어온 생생한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당당하게 외친다. “노동부, 제발 법대로 해라! 아니 법은 최소한의 약속이니 그 보다 나은 태도를 보여라! 제~발!”
주1) 매일노동뉴스 [노동사건 따라잡기-판례리뷰] 노동부,
최소한 판례대로만이라도 하자 연차유급휴가 산정 시
근로일수 비율에 따른 비례공제는 위법하다.(박성우, 2010.818)
주2) 서울중앙지법 2006.9.28 선고, 2006나658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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