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8월호 [민우ing] 만남, 그 자체의 설렘 그리고 반가운 여성주의
◉ 민우ing
만남, 그 자체의 설렘
그리고 반가운 여성주의
[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 : 물, 길 2기]
지은정(모후아) ● 한국여성민우회 반차별 ․ 회원팀
아주 긴 시간,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친구와 정말 간만에 만났을 때. 그동안의 있었던 일들을 세세히 말하지 않아도 만남 그 자체만으로 반갑고 내 모습 그대로 인정받게 되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7월 1~3일 2박 3일간, 고민의 결이 비슷하다보니 처음 본 사이에도 웃음과 배려가 이어진 시간. 같은 시공간 안에서 다양한 영역의 여성주의자들과 소통하고 넓고 깊은 여성주의 바다에 푹 빠져 여성주의 상상력을 펼치며 마음근육이 쫄깃해진 [물, 길 2기] 캠프 이야기.
대학 내‘여성주의 확산과 지속가능한 여성운동’을 위해 2009년 페미블로거 캠프로 첫 발걸음을 떼었고, 2010년[물, 길 1기]로 대학 내 여성주의자, 여성단체, 여성학자로구성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때 모인 대학 내 여성주의자들은 여성학 강의와 소통을 통해 서로 위로가 되고 지지를 받아 여성주의 임파워링의 경험을 가지고 다양한 이슈의 액션을 했다.
작년에 이어 [물, 길 2기]를 기획하면서 대학 안팎에서 앞으로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여성주의자의 삶을 지속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고민을 잘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주의자를 만나야만 했다. 만날 수 있다는 그 설레임, 그 기대를 가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가 되었던 물, 길 2기 캠프.
강원도와 경기도 경계에 맞닿아 있는 양평으로 멘토 7명과 멘티들이 모였다. 첫 시간은 참가자들의 여성주의의 갈급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 여성학
강의였다.
여성주의 관점으로 세상을 다시 사유한다는 것은‘누가’, ‘무엇을’, ‘어떻게’보는가를 피억압자 시각에서 다시 질문하는 것을 의미한다.
1. 누구의 입장에서 보는가?
2. 무엇이‘심각한’문제인가?
3. 질문을 어떻게 던질 것인가?
일상 속 여성주의, 여성주의 관점으로 세상보기 _ 전희경(시타) 中
일상을 정치화하고 새로운 질문을 구성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시타의 강의를 통해 어떤 관점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물, 길이란 [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의 줄임말로 대학내 여성주의자, 여성운동단체 등 다양한 여성주의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서로 존재를 확인하고 여성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안녕! 잘 지냈나요? 7명의 멘토를 만나는 시간.
캠프 참가 전 멘티들은 어떤 멘토를 만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또 어떤 소통을 할지 기대가 컸다. 자신이 상상해 본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시간, 고민하고 갈등한 지점에서의 질문을 멘토와의 소통을 통해 해소 하는 시간을 기획단으로 참여한 평화, 사슴, 케이에게 멘토들을 만나면서 어떠한 것들이 채워지고 마음이 움직였는지 물어봤다.
첫 번째 멘토링, ‘선택의뫼비우스, 어떤여성주의자로살아갈까?’
이 질문을 가지고 일상 속에서 여성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는 펭과 밈이 멘토가 되어 대학교 졸업 후 선택과 갈등의 순간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자기 역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길로 나가야 한다는 압박, 요즘 선택이라는 단어가 한걸음 한걸음 더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케이는
‘선택과 또 다른 선택이 교차하는 것이 삶이며 그러니 지금의 선택에 삶의 전부라는 무게를 실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끼며, 틈새에서 길을 찾아야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두 번째 멘토링,‘ 여성주의실천을위한확장의도구로서영상과글이란?’
이 주제에는 깅(영화‘개청춘’감독), 여성주의 글쓰기로 운동하는 가락
(언니네트워크 활동가)이 멘토로 참여하였다. 이 시간에는 여성주의적 영상 촬영하기와 글쓰기를 직접 해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소통하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언인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평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많이 가졌던 평화는 여성주의 글쓰기 멘토링 시간을 통해“말은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글은 고칠 수 있다”는 멘토의 경험이야기가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큰 힘과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사슴은 멘토와 멘티와 함께 여성주의 글쓰기를 하고 공유하면서 박미라 씨의
<치유하는 글쓰기>에서 상대방의 글을 읽고 그것을 함께 잘 나누는 법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떠올랐고,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과 그 과정을 함께 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여성주의 글쓰기와 말하기 또한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고 공감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여성주의 영상에 관심이 있는 케이는‘카메라를 든 사람’으로서의 위치는 때로 폭력적일 수밖에 없었고 촬영 내내 그 부분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려고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인물과 충분이 교감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였다.
세 번째 멘토링, ‘여성운동 활동가 안녕?, 안녕!’여성운동 활동가들을
만나는 시간.
타리(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어라(살림의료생협 활동가), 신기루(민우회 반차별회원팀)가 멘토로 참여하였다. 타리의 인생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는 평화는 멘토가 속해 있었던 단체, 연대체를 소개받고, 요즘 흥미를 느끼고 있는 주제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롤모델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캠프에서 돌아온 이후, 멘토가 쓴 책을 읽고 직접 메일로 질문을 했다.
멘토의 친절한 답장은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 평화 -
어라의 멘토링 시간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멘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정말 답답하거나 갈증이 날 땐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사실 액션이란 게 겁이 나기도 하고 선뜻 시작하기가 어려운 작업이지만 여성주의 액션과 함께 살아가는 어라의 모습은 정말 즐겁고 행복해 보여서 걱정 없이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사슴 -
케이는 신기루의 멘토링 시간을 통해 일상 속에서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들을 세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현재의 위치를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서 시작해, 내가 참을 수 없는 것과 내가 지지받는 순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어떤 물음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나의 욕망에서 시작해 사회와 접점을 찾는 그 순간이 운동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나의 욕망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그 안에서 가능성을 찾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케이 -
이번 캠프가 남긴 것은 곳곳에 있는 대학 내 여성주의자, 다양한 영역과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주의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반가움과 설레임 그 이상 이었다. 만남을 통해 이들은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되었고, 여성주의자로서 살아가면서 때로는 세상에 부딪혀 고립됨과 막막함을 느낄 때 함께하자고 손 내밀 수 있는 지지자을 만난 든든함이랄까.
첫날 서로에게 의지하여 팔찌를 묶었듯이 혼자서는 하기 힘든 것을 함께하며 고민의 실타래가 풀어지는 경험이 한걸음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었기를.
물길 2기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내 안에 있는 여성주의 고민들을 풀어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캠프를 통해 얻은 여성주의 상상력과 영감을 기반으로 두 팀으로 나뉘어 액션을 기획하고 있고 앞으로 3개월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액션을 펼칠 예정이다.
* 11월 중순 촉(觸).발(發)이라는 이름으로 액션팀 사업결과 발표회를
합니 다. 액션팀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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