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8월호 [人터뷰] 작게, 조용하게, 평화롭게, 노래하는 가수 <시와>
사진 : 정하경 님이 재능 기부해 주셨습니다.
고래씨(임정우) : 편집이루미
어쿠스틱 기타로 부르는 그녀의 노래는 양념을 최소로 한 간간하고 소박한 밥상을 보는 듯하다. 언뜻 낮고 여려 보이지만, 가만히 들어 보면 그녀만의 조용한 결기가 느껴지는 듯도 하다. 2006년 홍대 클럽 빵 무대를 통해 데뷔한 그녀는, 그동안 <길상사에서>(EP 앨범)와 <소요(逍遙)>(1집)를 발표했다. 또한 rainbow99 님과 협업하여‘시와무지개’라는 이름으로도 앨범을 낸 바 있다. 지난 5월‘시와무지개’2집 앨범이 나왔다. 해서 그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나만 혼자가 아니고 너도 혼자고
고래 : 새로 나온‘시와무지개’앨범 들어 봤어요. ‘서정적인 일렉트로닉’혹은‘사려 깊은 일렉트로닉’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앨범 제목인“우리 모두는 혼자”라는 것이 쓸쓸한 느낌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위로가 되는 게 있어요.‘ 나만 세상에서 외로운 게 아니구나’‘사람은 다 외롭구나’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타인에 대한 연민도 거기에서 출발하지 않나 싶어요. 이 앨범에서 담고 싶었던 정서적 키워드는 무엇인지요?
시와 : 사실은 제가 앨범을 만들 때 어떤 컨셉을 미리 잡고 곡을 쓰고 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건 아니에요. 이번‘시와무지개’앨범은 저하고 rainbow99하고 협업을 하는 거라 그 친구가 가지고 있던 기본 컨셉이 많이 영향을 미쳤고요, 저는 조력자 정도였어요. 이 음반을 어떻게 만들었느냐 하면, 먼저 rainbow99가 소리를 프로그래밍을 해요. 말하자면 반주를 만드는 거죠. 그 상태에서 저한테 보내 주면 저는 그것을 듣고 떠오르는 가사나 멜로디를 붙여요. 그러면 노래가 완성되는 거예요. 그런데 특별히 어떤 컨셉으로 풀어 나가야지, 하지는 않았는데요, 결과적으로 보니 어떤 테마가 생긴 거예요. 게다가“우리 모두는 혼자”라는 제목 과도 맞았어요. 제목은 사실 처음부터 있었어요. 그리고 말씀하셨던 대로 나만 혼자가 아니고, 너도 혼자고, 그 옆의 다른 사람도 혼자니까. 어쩌면 그래서 서로 돕거나 기댈 수 있고, 또 모두 혼자니까 모여서 둘이 될 수도 있고, 셋이 될 수도 있고, 우리가 될수 있잖아요. 말씀하신 대로‘연민’도 될 수 있겠고요. 근데‘연민’이라고 하면 부정적이거나 나약할 수도 있는데….
고래 : 아, 제가 말한 건 불교적인 의미의 연민이라고나 할까요?
시와 : 아, 그렇구나. 안 그래도 제가 오늘 아침에 연민이라는 단어를 생각했거든요. 영어 단어를 찾아봤는데 ‘pity’와 ‘sympathy’가 있더라고요. 근데‘sympathy’가 훨씬‘공감’쪽에 가까운 단어라서 말씀하신 그 연민을 저는‘pity’가 아니라 ‘sympathy’라고 말하고 싶어요.
고래 : 예에. (공감의 웃음)
제가 10년 정도 특수 교사로 일했어요.
고래 : 책 준비도 하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요?
시와 : 제가 10년 정도 특수 교사로서 일했고, 지금은 그만두고 전업으로 음악을 하고 있거든요. 그것은 어찌 보면 제 인생의 큰물줄기가 바뀐 거잖아요. 그것을‘환승’에 빗대어《환승 티켓》(가제)이라는 제목으로 쓰고 있어요. 제가 노래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노래를 하는 지금의 이야기, 그리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의 이야기까지를 죽 쓰고 있어요.
고래 : 저는 시와 님을 처음 알게 된 게 <빵 컴필레이션 3>에 들어 있는‘화양연화’라는 노래를 통해서였는데요, 참 좋았어요. 이 노래를 만들 때 시와 님의 마음은?
시와 : 실은… 저에게 있었던 연애의 일기인 거죠. 굉장히 좋아하던 어떤 사람과 헤어졌는데, 그 여운이 오래갔어요. 몇 년을 갔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참 많은 노래를 남겼는데 (웃음) 그중 한곡이‘화양연화’예요.
고래 : 참 절실한 마음으로 만든 노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와 : 님은 비록 자신의 연애를 다룬 거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그것을 넘어선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사랑은 갔지만 노래는 남았네요.(웃음)
시와 ; 그러네요.(웃음) 근데 그걸 만들 당시에는요, 그게 사라지는 게 너무 싫어서 만든 거였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저한테 다가오는 그 노래의 의미도 달라지더라고요. 아마도 김형경의 소설《꽃 피는 고래》를 읽을 무렵에 그것을 확실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 십 대의‘니은’이라는 아이인데, 어느 날 사고로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어요. 그것을 이겨내 가는 과정이 소설의 내용이죠. 거기서 도와주는 할아버지가 나오는데, 동해안에서
고래를 잡던 사람이에요. 근데 어느 날 포경이 금지돼요. 그런데도 그 할아버지는 자기가 고래잡이할 때 쓰던 물건을 다 갖고 계신 거예요. 그러더니 어느 날 그 물건을 내놓기 시작하셨어요. 그러면서 니은한테 하시는 말씀이 그거예요. 예전에는 이 물건들을 다 껴안고 있는 게 자기의 소중한 기억을 잘 보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이 물건들을 내놓는 것은, 떠나보내는 게 잘 ‘기억’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즉 더 이상 붙잡지 않고 흘려보내는 게 오히려 잘 기억하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니은도 그 얘기를 계기로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었던 사실을 받아들이게 돼요. 그래서 저도 그때‘화양연화’라는 노래가 새롭게 생각되었어요.
고래 : 상처에 대한 애도 작업일 수 있었겠네요.
시와 : 네, 맞아요. 아….
목소리가 정직한 느낌이 들어요.
고래 : 노래하실 때의 목소리가 정직한 느낌이 들어요. 꾸미지 않고 멋 내지 않고. 저는 그런 목소리가 참 좋은데요, 본인은 본인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와 : (약간 주저하다가) 저는 좋아요. (일동 웃음) 저는 제 목소리가 좋고요, 정직한 방식도 좋고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런 얘기를 자꾸 듣다 보니까.(웃음)
고래 : 인디 음악계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이신데요, 우리가 어떤 문인을 두고‘여류 문인’이라고 하면 불편한 게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여성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면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하나 여쭙자면, 여성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이런 것은 남자 싱어송라이터와 다른 것 같다고 느끼시는 게 있는지?
시와 ; 있을 텐데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명칭이 불편한 것처럼, 굳이 나누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개인적인 성향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은 지금 음악에 관해 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30대 후반의 남자들이거든요. 그 세대 사람들이 분류한 기준에 우리가 그냥 들어간 거라 그런 명칭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근데 앞으로 조금 달라질 기회가 생길 것 같아요. 제안을 받고 같이 하려던 일인데, 아마 그것을 하면 우리끼리 우리 자신을 스스로 규정하면서 뭔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와의 환승 티켓.
고래 : 음악 외에 요즘 꽂혀 있는 것은?
시와 ; <환승 티켓> 그 책에 집중을 해야 하고요. 그리고 사실은 제일 중요한 것은, <환승 티켓>을 쓰다 보면 돌이켜보게 되잖아요. 지금까지 저답지 못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저다운 생활로 가는 중인 것 같아요. 저의 관심사는 가장 나답고 가장 내 마음에 정직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그것을 추구하는 거예요.
고래 ;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쭈어 볼게요. 민우회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 (밝은 표정으로) 네, 네.
고래 : 바깥에서 보시기에 어떤지요?
시와 : 제가요, 여성 단체랑은 인연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언니네네트워크나 여성환경연대, 여성연합, 그런 분들과 같이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민우회는 사실, 제가 학교 다닐 때 노래패에서 세미나를 많이 했어요. 89학번 선배가 여성학 세미나를 했는데,
최윤선 언니라고 혹시 아세요?
고래 : 아뇨.
시와 : 그 언니가 민우회 활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언니가 후배들한테 여성학 세미나를 했어요. 그래서 민우회 존재를 알았죠. 그런데 사실은 그거밖에 기억이 없는 거예요. 해서 민우회가 어쩌면 일반적인 사람들한테 쉽게 다가오는 곳은 아니지 않을까 했어요. 소식을 잘 접하지 못하니까 민우회가 혹 없어진 걸까 했는데, 시민공간 나루에 들어와 있더라고요. 그래서‘아, 아니구나’ 했지요. 앞으로 조금 더 대중적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거라면 사람들에게 많이 보이고 드러나는 단체이면 좋겠어요.
고래 ; 네.^^ 저번에 세계병역거부자의날 평화난장 공연을 마치고 쓰셨던 일기에서“작게, 조용하게, 평화롭게 노래 부르는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살짝 비친 적이 있는데요,
저도 그렇게 노래 부르시는 시와 님이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 시와 님에게서 느꼈던 맑은 기운이 참 좋았다. 그래서 나도 흉내 내 볼 생각이다.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자꾸 흉내 내다 보면 진짜로 내 안이 맑아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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