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8월호 [기획] 그때 그 장녀들
▣ 기 획 나는 【절대로】 장녀다
그 때 그 장녀들
Q. 편집이루미 멤버들에게 묻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장녀가 있으신가요?
‘장녀’역할 다한 장녀,‘ 장녀콤플렉스 ’있는장녀,‘ 나쁜장녀’, ‘장녀’ 권하는 사회 등등. 다양한 매체 속 기억에 남는 장녀가 있다면?
A. 나쁜 장녀 홍태라를 보며.
장녀 캐릭터를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떠올린 건, ‘나쁜장녀 캐릭터를 찾자’였다. 수많은 장녀 캐릭터들은 곤경에 처한 집안과 부모를 위해 희생하는 착한 딸이 많다. 실제로 장녀로 태어나 살아온 나 또한, 부모님 실망시키지 않고, 착하고 바르게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오로지‘나의 행복’에만 집중하려 하자,‘ 장녀’라는이름은넘기 힘든 장애물이었다. 그래서‘장녀’라는 이름을 떨치고‘나의 행복’에 집중하는 ‘나쁜 장녀’를 찾아보기로 했다.
내가 찾은‘나쁜 장녀’ 캐릭터는 드라마 <나쁜남자>의‘홍태라’(오연수 역) 다.
장녀 홍태라가‘사랑 없는 정략결혼’을 당연히 받아들이며 살다가, ‘뒤늦게 찾아온 격정적인 사랑’ 앞에 ‘여자가 되고 싶었다’라고만 상상해보자.
장녀로 살아온 나로선, 홍태라가 차녀였어도 정략결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캐릭터가 됐을까? 묻게 된다. 굳이 홍태라에게 ‘장녀, 정략결혼, 누구의 언니.’라는 설정을 두는 것은 수많은 장녀들이 자신의 사랑에만 집중해서 사는 게 힘들다는 반증이 아닐까? 수많은 장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죽어서 천당에 가는 착한 장녀가 아닌, 살아서 천당을 느끼는 나쁜장녀가 되자고 말이다.
A 외로운 마츠코를 보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란 영화가 있다.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마츠코라는 여자의 슬픈 일대기가 펼쳐진다. 그런데 작품을 영화화한 감독은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고 그것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에너지란, 마츠코가 병약한 동생에게 뺏긴 아버지의 애정을 갈구하면서 비롯된 처절한 몸부림이다. 내 보기엔 그렇다. 학교선생님으로 평범하게 살았던 마츠코는 마지막엔, 혐오스런 모습으로 변해 버린다. 마츠코의 아버지가 일생이 혐오스럽게 될 때까지 절대 애정을 주지 않은 건 아니다. 아버지는 마츠코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애정을 일기장에 남겨뒀다. 집 떠간 마츠코를 생각하며, 일기장에 ‘마츠코 연락없음’을 기록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일기장을 보게 된 마츠코. 눈물이 멈추질 않지만 다시 돌아올 순 없었다. 이미, 마츠코는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남자 앞에서도‘외로워 죽느니, 불행해지겠다’말할 지경이었다.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애정이 지독한 외로움이 돼버린 마츠코.
외로움에 시름시름 앓다가, 인생의 고비들에 맞서지 못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 마츠코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녀’이지만, 장녀가 아닌 사람도 눈물짓게 하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A. 콩쥐가 장녀더라.
장녀는 일단 등치가 좋을 거 같다는 이미지가 있네요, 생각해보니. 척박한 가정사를 온몸에 짊어지고 고난을 뚫고 식구들을 하나 둘씩 독립시킨 후 쭉정이만 남은 장녀...음...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생긴 건 완전 장녀처럼 생겼지만(쭉정이되기 전의), 두 번만 만나면 장녀는 아니군. 이라는 느낌이 오지요. 전 냉철하고 합리적인 차(도)녀이니까요. 으하하. 저와 비슷한 차녀캐릭터를 가진 아이가 나오는 이야기, 콩쥐팥쥐를 기억하시나요? 누가 장녀일까요? 편집회의 때는 눈알들을 굴리다가 팥쥐가 장녀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는데, 다음날 상식의 대가이신 멍군님께 여쭤본 결과, 콩쥐가 장녀라더군요. 팥쥐를 장녀라 주장했던 사람들을 한 3분간 비웃으며 전래동화 특성상 그렇게 온갖 집안의 굳은 일을 하며 결국 나중에 집안을 일으키는 인물인 콩쥐가 장녀이지, 못된 짓만 일삼는 팥쥐가 장녀캐릭터일수는 없다는 그럴듯한 근거를 대며 우기시다가 근데 나이는 동갑인가...생각해보니 둘이 언니 동생하는 걸 읽어본 적이 없는거 같네. 라는 꼬리내림으로 마무리. 결론적으로 참을성과 인내심을 발휘하여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그 희생이 집안을 일으키는 (부자랑 결혼하는)캐릭터는 장녀일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이 우리 머릿속에 얌전히 들어있다는 사실. 과정에서 가장 뜻 깊었던 일은 의외로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동화전개과정을 디테일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한 것.
A 지지자들에게는 나라의 맏딸?
"영부인 이라 부르고 싶은 단 한사람 육영수 여사님! 제발 이 나라를 위해서도 당신의 딸 좀 지켜 주세요." 2006년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씨가 괴한에게 피습당하자 "육영수 여사의 맏딸 박근혜"라는 제목으로 웹에 올라온 글. 이 사람은 박근혜의 피습으로 "나라가 들썩인다"고 썼다. 그러니까 박근혜씨 지지자들의 머릿 속에는 그녀가‘나라의 맏딸’일 수도 있다. 자기희생+책임감+포용력으로 집안의 밑거름이 되는 게 통념상 기대하는 장녀이미지가 아니었나? 장녀에 대한 이런 기대가 옳은가 그른가는 잠시 접어 두고, 그녀가 과연 이같은 덕목을 갖추긴 했는지 지지자들은 과연 안궁금할까? ‘검증’은 언감생심, “타고난 나라의 맏딸”
에게 불경스러운 짓이라서 바늘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궁금증도 참는 것인지?
A 마준이 누나 자경아~
제빵왕 김탁구의 이복 누나이며 탁구의 라이벌 구마준의 누나 구자경!
너 진짜 속상했겠더라. 됨됨이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네가 남동생 마준이보다 한 수 위로 보이던데... 마준이에게 밀리는 것도 억울 할 1텐데 뜬금없이 이복 남동생 탁구까지 나타나 후계구도는 더 치열해졌으니 얼마나 속쓰리고 열받았겠어. 딸로 태어난 사실에 가슴을 치고 싶었을 수도 있지. 드라마 인물소개에 보니
“아버지를 닮아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매사에 당당하다. 본인이 거성家의 장녀라는것에 대단한 긍지를 가지고 있다.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후계자 2순위로 밀려나는걸 참지 못한다.”고 돼있더라. 자경이 네 입장에서 드라마가 진행되었더라면 난 좀더 자주 시청했을 거 같지 뭐니.
덧) http://www.youtube.com/watch?v=BjczFhIpPWo
-- 그때 그 장녀들 재밌었나요? 고전, 드라마, 영화의 재해석이죠
그래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각종 동화를 재해석한 석봉아~ 도 덧붙입니다.
떡 썰던 한석봉 이야기의 패러디에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