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8월호 [생협이야기] 행운동의 한 지붕 세 가족 이야기
▣ 생 협 이 야 기
행운동의 한 지붕 세 가족 이야기
공기(신이찬희) ● 행복중심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활동지원팀
서울시 관악구 행운동 1663-3번지 1층은 서로 다른 3개의 사업자가 함께 모여 사는 공간이다. 큰 길에서 바라보면 같은 듯 다른 행복중심 여성민우회 생협, 공정무역 달커피, 행복중심 낙성대매장이 서로의 이름을 자랑하듯 높이 달려있다. 1층의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수한 커피 향이 은은한 가운데 웃음소리와 조근조근한 이야기소리가 흘러넘친다. 언제부턴가 행운동 1663-3번지는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관계 맺는 마법의 장이 되었다.
# 친절한, 정말 친절한 그녀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이곳은 행복중심 여성민우회생협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매장입니다. 잘 오셨어요. 생협 조합원이세요? 아니세요? 그러시구나. 생협에 대해서 들어 보시기는 하셨어요? 그렇죠. 요즘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더라구요. 관심도 많으시고, 정보도 많고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여기요? 오픈한지 얼마 안됐어요. 4월에 오픈해서 이제 3개월 조금 넘었어요. 아~ 아이가 아토피라구요? 에구, 걱정 많으시겠네요. 아토피아이들을 위한 비누요? 예, 있어요. 이거예요. 아무래도 먹을거리에 신경이 많이 쓰이시죠? 생협은 조합원들이 출자해서 운영하는 곳이예요. 그래서 조합원들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생활의 재료(생활재)들을 개발해서 함께 써요. 그리고 생활재와 관련한 정보들을 잘 알려서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요. 조합원들이 출자금 내서 운영하고 이용하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거지요. 생활재 개발할 때 종이호일, 면생리대, 억새젓가락 등을 개발해서 조합원들의 소비를 통해 발생하는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려 노력하구요.
가입해서 이용해 보세요. 가입비 1만원에 출자금 2만원이예요. 가입비는 여성운동지원금으로 쓰이구요, 출자금은 이렇게 매장을 낼 때라든지, 공급차량 운행 등 생협 운영자금으로 쓰여요. 가입하시겠다구요? 감사합니다. 이용해 보시면 틀림없이 잘 선택했구나 생각 하실거예요. 가입선물로 장바구니 드릴께요. 장바구니 예쁘죠? 다음부터 꼭 장바구니 가지고 오세요. 그리고 혹시 집에 쇼핑백 모아 놓은거 있으면 가져다주세요. 저희는 일회용 비닐봉투 안 쓰거든요. 다들 장바구니 가져오세요. 혹시 안 가져오시는 분들껜 조합원님들이 모아다 주신 쇼핑백에 담아 드려요. 더 필요 하신 건 없으세요? 네, 고맙습니다. 장보신거 잘 이용하시고, 궁금한점이나 건의사항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설명하는 사람에 따라 말투나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행복중심 낙성대매장에서 생활재를 고르다보면 이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하루 종일 안내하고, 설명하기 바쁜 매장 활동가님들~ 덕분에 업무를 마치고 매장 문을 나설 때 그녀들은 손가락 움직일 힘도 없을 만큼완전한 방전상태가 된다.
#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 활동
오늘도 뭐있어요? 모임을 위해 걸레질을 하는 내게 활동실 달력을 보지못한 사람이 묻는다. 웃으며 가리키는 활동실 계획표엔 퀼트모임, 관악마을모임, 독서지도모임, 이사회, 생활재위원회, 교육위원회, 매장운영위원회, 매장 매니저회의, 시니어교육기획 등등 매일 다른 일정들이 빼곡하다. 모임 시간이 가까워지면, “아메리카노 뜨거운 거 한 잔, 까페라떼 한잔요~”이렇게 주문하는 소리도 들린다. 매장과 조합원활동실 사이에 달커피가 있기 때문이다. 관악마을모임에선 지역아동시설에 기증할 발도로프 인형 만들기를 진행 중이고, 교육위원회에선 조합원과 아이들을 위한 식생활 교육 준비와 토종씨앗지키기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안양지역 행복중심 비산매장을 이전하자고 결정한 건 2010년 10월. 어떤 지역으로 이전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관악지역 마을모임지기인 그녀가 두 손 번쩍 들고“관악지역에서 한 번 해 보겠습니다” 했다. 매장 입점지 선택부터 매장 설계까지 함께한 그녀와 관악지역 조합원들 덕에 행복중심 사무국 이전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장 오픈 때마다 계획했으나 자금난으로 진행하지 못했던‘조합원 활동실’을 드디어 낙성대 매장에 마련할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거의 모든 활동에 참여하는 열혈 이사가 되어버렸다.
“ 에구 힘들어~ 늪에빠진것같아요”라는 소리를 연발하면서도“주말에 낙성대 공원에서 시식홍보해요”라며 일찍부터 나와 직접 준비하고, 남편을 동원하여 짐을 나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 우리들의 고민과 희망
매장 개장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오랜 민우회 회원이며, 매 주 빠짐없는 생활재이용으로 내내이용상을 놓치지 않는 그녀가 방문했다.“ 어때요? 손님은 좀 있어요? 까페와 매장이 가까워서 좋기는 한데, 잘 될지 걱정 돼서 잠이 안 오더라구요”
어찌 이것이 그녀만의 걱정이겠는가?
이제, 7월 18일이면 한 지붕 세 가족이 된 이곳 행복중심 낙성대매장 개장 100일이 된다. 다행히 모든 그녀들의 노력으로 연초 계획 한 조합원 가입과 조합원 생활재 이용 목표를 달성한 행복중심 낙성대매장. 아직 멀게 느껴지는 길이지만, ‘관악’이라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무엇을 할수 있을까?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람들의 자율적 조직인 생활협동조합으로 어떤 대안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관악에서 제일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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