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8월호 [9개의 시선] 회원, 그들의 육성이 들린다
▣ 9 개 의 시 선
회원, 그들의 육성이 들린다
2011 군포여성민우회의 회원탐구활동
김혜정(석공) ● 군포여성민우회
“아직 유치원생이잖아요~ 좀 더 성장해야겠지요.”
누가? 우리 군포민우회가? 나이로 치면 12살은 먹었는데 아직 유치원생 수준밖에 안된다니…….
우리가 가진 미숙함에 대해 가능성과 희망을 담은 귀여운 비유였겠지만
가슴을 마구 후벼판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미숙하단 말인가?! 아~ 회원이 너무해~
그러나 진짜 너무한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리장성 봄꿈에 소금을 뿌리고’라고 쓴 고정희시인의 시가 후다닥 떠오른다. 잘만하면 그럴싸한 작품하나 쯤 나올 것 같은 기대로 시작한 회원탐구활동. 시작할 처음에만 해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래서 새로 녹음기 구입해 귀찮은 녹음을 하는 것도, 긴시간 녹취를 풀어야하는 것도 무슨 대수인가 싶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올초부터 운영위원들과 고민해온 내용인 지부활동의 활력 찾기와 운동방향 및 신규사업 구상을 위한 기초 작업이 이번 기회로 일단 비교적 쉽게 스타트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대로 못하고 있던 회원사업도 하게 되는 셈이니… 운영위원들은 좀 고생스럽더라도 사무국에겐 꼭 필요한,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고 였다. 게을러서 못 만나고 소원했던 회원을 만나 그동안의 서운함을 다 정리하고 힘 받는 이야기를 가득가득 담아올 거라는 환상도 잠깐. 곧 투가리 깨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다른 운영위원들이 들고 온 녹음테이프에도 마음을 후비는 아픈 소리들이 제법 있었다.
* 회원 목소리 들으며 울고 웃는다.
운영위원들이 가져온 녹취록을 전부 열람하면서 회한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왔다.
“활동가들이 너무 일만해서 놀러 가는 게 민폐처럼 느껴져요”꽤 친근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회원조차“민우회는 그냥 가기에는 편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기대한 만큼 지역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쓴 소리,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질타, “기존회원들의 접촉창구가 없다”등 섭섭한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틀린 소리가 아닌 것 같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어쩌면 당연히 나올 이야기들이 나온 거였다. 고백컨대 회원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나는 주어진 일에 급급해서 사람은 오히려 뒷전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조직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등으로 많이 지치기도 했으니….
이런 걸 잘해 내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는 법. 그래서 또 살아가는 것이고 미친년 널뛰듯 여기저기 헤매면서도 오늘도 일을 하는 것이리라! 흐흐
민우회를 알게 되면서 여성주의 의식이 생겼다는 회원들, 나이든 여성들이 뭔가 새롭게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었다고 고마워할 때, 나누고 참여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는 곳이라는 칭찬, 바자회에서의 함께 고생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보람찼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래도 우리가 함께 동고동락했구나 하는 찐한 감동과 함께 자매애가 마구 마구 솓구치는게 아닌가.
* 그래도 내겐 너무 무거운 이름, 회원님.
가끔 때 되면 한번 씩 던지는 질문. 나에게 회원은 무엇 이었나? 동원의 대상이 된다는 회원들의 불만대로 사업의 대상 이었을까? 아니면 재정적 도움을 주는 월 1만원의 단순 후원자인가? 회원에게는 별로 도움주는 게 없다는 또 다른 회원들의 푸념대로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대상인가? 물론 답은 ‘아니오’가 맞을 것이다. 내가 일상에서 어떻게 행동 하였든지 회원은 단순히 그런 존재가 아니니까. 그럼 민우회는 회원이 주인인 단체인데 우리의 주인은 권리와 의무를 잘 행사하고 있는 것일까? 모든 것에 무 자르듯 잘라 말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또 다른 질문. 그럼 활동가인 나는 회원과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위임받는 권리를 독단적으로 행사하고 있는건 아닌지? 말만이 아니라 주체인 회원과 함께하고자 성실히 노력 했었는가? 이 또한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니 속상하기만 하다.
우리가 꿈꾸는 변화는 사실 함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몇몇의 힘으로만 사업을 수행하고 활동을 해본들 든든한 힘으로 전환되지도, 축적도 되지 않는
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알면서 왜 잘 안 되는 걸까? 상근자들의 성찰과 고민이 좀 더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다시금 인터뷰 내용을 읽어본다. 그들의 육성이 들린다. 그들은 민우회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다양한 빛깔을 가진 우리의 회원들. 능력도 다양하고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이런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섞여서 민우회와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을 만들어내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정말 나를 비롯한 상근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원 인터뷰는 이제 겨우 목표치의 반을 넘겼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는 쓴 소리가 두렵지 않다. 우리는 그녀의 사랑으로 매일 매일 쑥쑥 자랄테니까….
내일은 카메라라도 챙겨야겠다. 만남과 사랑. 오래오래 담아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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