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10월호 [민우칼럼창] 서울시장 선거에 즈음한 생각
▣ 민 우 칼 럼 창
서울시장 선거에 즈음한 생각
유경희(생기) ●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자기 스스로 지도자입네 하고 금 간판을 달고 다니는 지도자를 청년들이 찾을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벗을 찾아내 단결하여 이것이 생존의 길이 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이 좋다.” - 루쉰, 『아침 꽃 저녁에 줍다』중 ‘청년과 지도자’에서 |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이다. 이 글에서 ‘청년’을 ‘사람’으로 대치하면, 바로 서울시장 선거를 대하는 내 생각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멀지 않았다. 시장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운 전 오 시장 덕분에 새 시장에 대한 기대와 논의가 분분하다. 며칠 전, 오세훈 전 시장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들에게 보낸 것인데 그 내용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 ‘서울이 도시, 금융, 관광 경쟁력에서 트리플 강세를 나타내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는 것과 뉴욕, 런던, 파리, 동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력 5위의 도시로 오르는 것이 머지 않았다는 그래서 아름답고, 품격 있는, 존경받는 세계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위원들이 계속 노력해 주십사’는 내용이다. 시정을 책임진다는 일은‘소통과 삶의 질’이 최우선임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시장직을 물러나고도‘경쟁력과 품격’에 매여 있는 모습이 안타까운 건 나만의 생각일까.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에 그 많은 돈을 쏟아 붓더니만,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돈은 그렇게 컸던 모양이다. 가치의 우선순위가 다름으로 인해 벌어진 현실 앞에 나 또한 당황스러웠다.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그예 투표까지 끌어내더니 투표율은 저조했고, 시장 사퇴는 결국 10. 26 보궐선거를 치르게 만들었다. 정책은 정치 싸움이 되어 버렸고, 고집스러움과 무책임함으로 재정은 더욱 빈곤해졌다. 무상급식 실시의 경우 서울시 부담액 695억재정(편성 예산 외 실질적 부족액은 519억)때문에 거덜 날 것같이 하더니 투표에 들어가는 돈이 182억 정도라 했고, 시장 선거까지 다시 치르려면 앞으로 얼마의 재정(300억 추정)이 더 들어가려나. 참으로 황당하다.
오 시장 사퇴 후, 안철수의 시장 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엔 돌풍이 일어났다. 안철수의 등장은 여야 정당이 갖는 긴장감과는 별도로 새 인물이 주는 참신함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젊은이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허심탄회 이야기를 나누는 청춘 콘서트에서 비춰진 이미지와는 다르게 다가온 게 사실이다. 박원순의 시장 출마 결심이 연이어 보도되고, 안철수가 출마를 접기까지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련의 현상은 눈과 귀를 언론에 집중시켰다. 너나 할 것 없이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 없이 표현하고, 어느 때보다 토론의 과정이 나날이 뜨거워지는 걸 보니 새판 짜기에 대한 열망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한 달여의 과정을 마감한 이후, 새 시장은 삶의 질이 나아지기를 소망하는 시민들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 것인가.
서울시는 작은 정부다. 짧은 서울시 여성위원 활동을 통해 느낀 것은 서울시 정책에 시민들의 욕구와 의견이 좀 체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정 방향은 시장이 관심 갖는 정책에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시민의 질적인 삶, 계층 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한 계획과 논의는 제자리를 크게 못 벗어난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예산에서 밀리고’를 반복한다. 보여 주기 위한 겉치레 정책에 시민들의 삶이 저당 잡히는 셈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산적해 있는 시정의 문제점을 단번에 해소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한 일이다. 뛰어난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울시민으로 서울시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 되는가를 밝은 눈으로 살펴야 한다. 나는‘시정(市政)’이란 주제의 문제이기 전에 가치의 문제이며, 실행해 가는 방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시장은 진정으로 남(특히 기득권층에서 배제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열린 사람이기를 바란다.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각 단위별 네트워킹을 끌어내려는 의지와 실행력이 있는 사람, 무엇보다 공동체적인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내 욕심이 과한가.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열은 가진 자가 그렇지 않은 자를 포용해 내는 공동체성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자신의 삶에 올인할 뿐 타인의 삶에는 애써 눈을 감는다. 비정규직, 인권, 보육이나 저소득층 생활고 등 복지의 어려움은 산재해 있지만, 손에 쥐고 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층의 견고한 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는 요즈음 언론과 주변에서 이어지는 서울시장의 화제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
서울시장이 누가 되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늘을 살아내는 삶의 동반자를 주위에서 찾아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이들을 모아내어 일상의 불편함에 대해, 더불어 살자면 달라져야 할 것들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 한 사람의 시장은 나의 일상을 바꾸어내 줄 수 없지만, 삶의 동반자는 함께 소통하며 움직이면서 우리 일상의 변화를 위해 뛰어들 수 있기에. 변화는 나와 내 주변이 바뀌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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