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10월호 [생협이야기] 그녀들의 화려한 휴가
▣ 생 협 이 야 기
2011 여성 생산자 소비자 교류회
그녀들의화려한 휴가
이슬비 ●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기획부
2011년 8월 11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양평 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관에서‘2011 여성 생산자 소비자 교류회’가 열렸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여성 생산자 소비자교류회는 생산자와 소비자가‘여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같이 몸을 움직이며 친분을 쌓는 시간입니다.
그냥 단순히 1박 2일을 같이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을 하면서, 소비를 하면서 어려운 점을 나누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이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그녀들이 하나 둘, 각 지역에서, 생산지에서 모였습니다. 쨍쨍 해가 뜨는 무더운 여름, 아이들 손을 잡고, 짐을 싸 들고 모인 그녀들의 표정은 참 밝아 보였습니다.
먼저 안인숙 고양파주여성민우회생협 이사장의 진행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소속 단위 생협끼리 나와 인사하고, 생산자들도 한 명 한 명 나와서 이름을 듣고, 얼굴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몸풀기가 이어졌습니다. 처음 만났던 고상하고, 단아한 모습을 뒤로 한 채, 승리를 향한 그녀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간단한 몸풀기는 몸 만들기 프로그램이 아닌지 착각이들 정도였죠. 치열한 몸싸움을 하고, 서로 부둥켜안기도 했습니다.
게임에서 걸리면 어쩔 수 없어요. 벌칙으로 춤도 추어야지요. 오늘만큼은 부끄러움 따위는 벗어 던지고, 신나게 몸을 움직여 봅니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
함께 모여‘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화날 때는 어떻게 하는지, 행복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사는 곳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도 다른 사람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아이가 없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이야기도, 아이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는 이야기도 다 공감합니다. 어떤 사람은 화가 날 때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청소를 하기도 합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생산자와 소비자 구별 없이‘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진한 공감대를 이루는 시간이었습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친환경 피클을 만들기 위해 다함께 모였습니다. 팔당 여성생산자회에서 준비한 이번 시간에는 친환경 오이, 무, 양파, 고추로 맛있는 피클을 담았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팔당 생산자 선생님들과 함께 팔당 투어를 했습니다. 팔당생명부엌, 팔당생명살림생협, 두물머리 등을 둘러보며, 4대강 사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생산자들의 마음을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귀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땅의 여자]를 관람하기 위해 강당으로 모였습니다. 세 명의 여인들이 귀농을 결심하고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입니다. 권우정 감독은 2년 동안 이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포착해 그녀들의 갈등과 환희와 웃음을 그려 냈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영화 주인공 중 한 명인 소희주 선생님과 대하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한 듯하지만 평범한 우리 여성.
어디서 그런 힘과 용기가 나왔을까 싶다가도, 너무 평범한 그 모습에 함께 힘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성 농민으로 농사도 집안일도 만능으로 해내야 하는, 하지만 농사꾼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현실에서 꿋꿋이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싸움을 해 나가는 그녀들의 모습.
그게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입니다.
여성 생산자, 소비자가 모여 만드는 화려한 휴가!
다음 날 아침, 여성민우회생협 김연순 회장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창립 소식부터 올 한 해 있었던 굵직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모여서 친환경 재료로 '썬크림'을 만들었죠.
항상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습니다. 조금 더 오래 만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고작 하룻밤 사이에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순 없으니까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년을 기약합니다. 그리고 헤어진다는 것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모두들 즐거운 모습으로 인사합니다.
안녕히, 그리고 내년에.
더 풍성한 교류의 장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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