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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12월호 [민우ing] 민우회원들은 누구일까? 우리는 어떻게 함께할까?
▣ 민우ing
민우회원들은 누구일까? 우리는 어떻게 함께할까?
- 회원 인터뷰와 토론회를 마치고
문성훈(나은)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지난 11월 10일, ‘함께 일하는 재단’ 교육장에서 민우회가 주최한 ‘여성운동 길잡이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의 부제는‘민우회 회원 탐구를 중심으로’다. 지난 여름, 민우회 활동가들은 각종 사업이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에 열심히 회원들을 만났다. 본부를 포함해 각 지부 별로 적게는 십여 명에서 많게는 스무 명 넘게 목표를 잡고 회원들과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고, 인터뷰를 하고, 녹취록을 작성했다. “민우회원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회원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 “회원들과 함께 어떻게 운동해 나갈 수 있을까?”란 진지한 질문들 위에 잘 정리된 인터뷰 결과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여성운동과 지역운동 안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연구자, 활동가들이 ‘민우회 지역여성정책위원회’ 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지역여성정책위원회에서는 각 인터뷰 자료들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우리가 짚어 내야 할 점은 없는지를 찾았고 몇 가지 시사점을 뽑아내었다.
그 중간 결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공통의 고민을 모아 보는 자리로 토론회를 기획했다.
회원 인터뷰 진행과 분석 과정은?
회원 인터뷰는 회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회원을 직접 만난다는 의미와 함께 토론회의 제목처럼 여성 운동의 방향을 찾자는 목적을 분명히 하려 했다. 지역여성정책위원회의 검토와
수정을 거쳐 만들어진 인터뷰 질문지는
△민우회 회원들의 특성 △회원들의 민우회에 대한 기대와 만족도 △회원들의 활동 참여에 대한 생각 △회원 참여를 위해 성찰 할 지점 △회원들의 생활 공간(지역)에 대한 욕구와 고민 △회원들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운동 이슈를 찾아보자는 목적을 담았다.
일상적으로 다양한 사업이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지부와 본부의 활동가들은 회원들을 만났고, 녹음을 하고, 녹취록을 작성했다. 본부와 지부에서 만난 회원 숫자는 총 115명.
회원들과 일일이 약속을 잡는 것도 힘들었지만 회원 한 명을 만날 때마다 평균 한 시간이 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결과 정말 방대한 양의 자료가 모였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록을 정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논의에 필요한 1차 자료들이 만들어지자 숨 돌릴 새도 없이 각 지부와 본부에서는 인터뷰 자료를 놓고 자체 토론을 진행했다. 지부와 본부의 담당 활동가들은 이 토론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내고, 토론회에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다시 준비하는 수고를 겪었다.
각 단위별 토론과는 별도로 지역여성정책위원회(하승수, 김정민, 박기남, 이숙진) 역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역여성정책위원회는 각 단위별 토론결과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했을 뿐 아니라 회원인터뷰 녹취록까지 직접 검토하면서 회원들의 소중한 답변 속에서 놓치는 점이 없도록 분석에 만전을 기하고자 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지역여성정책위원회는 직접 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매우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춘천지부에서 활동하고 계신 박기남 정책위원이 종합발제를 맡았다. 다른 지역여성정책위원들 역시 자기가 맡은 지부의 자료들을 검토하며 지부별로 조언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냈다.
신자유주의시대,‘ 개인화’ 되고 있는 우리?
토론회 발제문의 제목은‘민우회 회원들의‘구술’을 통해 짚어 보는 민우회의 활동 방향- 개인화 시대의 여성 운동 방향 탐색‘이다. 115명 회원의 이야기 속에서 발제자인 박기남 정책위원은‘개인화’라는 키워드가 민우회원들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하나의 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박기남 정책위원은 많은 회원들이‘나’에 대해 집중하고 상담, 치유 등에 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을‘개인화’현상으로 설명하면서 급변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법제도적으로는 성평등이 구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여성 개인들이 겪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점이 회원들이 민우회를 찾게 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지속적으로 개인을 위축시키고, 개인이 겪는 어려움을 사회 구조적문제로 해석하는 것을 방해하며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때문에 흩어져 있는 개인들은 자아발견에 관심을 쏟게 되고 시대의 압력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주력하게 된다. 그리고 거대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무력감을 느끼고 선을 긋게 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여성단체는 각 ‘개인화’라는 개념은 최근 엘리아스, 벡, 바우만 등의 사회학자들이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짚어 낸 것이다.
전통적 구속으로부터 개인의 독립과 자율을 이야기 하던 근대 초기의 개인화와 달리 서구에서 1990년대 이후 진행된 개인화는 강제적이고 강박적인 현상이다. 개인들에게 무엇인가를 선택하고‘무엇인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한다는 것. 그런 선택을 위한 충분한 성찰의 기회는 제공하지 않는 가운데서 선택의 강요는 자아에 관심을 집중하는 문화와 소비에 집중하는 쇼핑을 강제하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 개인화 경향이 확산되는 가운데서 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은 바로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의 축소다.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보다 자기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게 만들고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예 선을 긋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집단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 사회 운동의 약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의 토론회 자료집 참조)
개인이 겪는 문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과 폭력을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고 함께 운동해 나가자고 설득한다. 바로 여기에서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가 드러난다. 어떤 회원들은 민우회가 사회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운동을 보다 선도적으로 진행하길 요구한다. 또 다른 회원들은 민우회 안에서 친밀감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가치들을 실현해 나가길 원한다. 민우회는 어떻게 이 과제들을 함께 잘 안고 갈 수 있을까? 어렵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즐거우면서도 또 가볍지 않게. 회원들과 함께 잘해 나갈 수 있을까?
‘함께’하는 여성 운동을 기대하며
‘개인화’라는 키워드가 민우회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제안에 대해 많은 활동가들, 특히 지부 활동가들이 공감했다. 어떤 이는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어떻게 수렴해 나갈지에 대한 막막함을 호소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내가 왜 그렇게 치유에 집중했는지를 알게 되었다며 무릎을 쳤다. 2000년대 초반 민우회의 주축이었던 3040여성들이 이제 5060이 되는 현실에서 민우회 안에서 세대의 문제를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30,40대 여성들이 더 많이 민우회와 만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그 고민들을 안고 돌아가는 토론회 참가자들을 보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해 나가는 자리로서의 토론회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민우회는 한 해 사업을 평가하고 내년에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한다. 한 해 동안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해 낸 결과는 평가와 계획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더 많은 회원들의 목소리와 의견, 칭찬과 비판이 필요하다. 그 ‘소통’속에서 팍팍한 오늘을‘함께’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분출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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