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12월호 [人 터 뷰 ] “추은혜의 페미니즘 서재”의 필자를 만나다
- 현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인턴으로 근무하고, 「일다」에 글도 연재한다. 혹시 여성학을 전공했나?
전공은 국제지역학과 언론정보학이다. 문화이론 수업 중에 대중문화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공부하면서 여성주의에 흥미가 생겼다. 나중에 개별 연구 주제를‘사회주의 페미니즘’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여성주의를 개괄적으로나마 공부하게 됐다.
-「일다」에 글을 연재하고 싶다고 먼저 말했다고 들었다. 연재를 시작한 이유가 있다면?
자료를 구하다「일다」를 알게 됐고, 8년 정도 봐 왔다. 앞으로 외국 대학원을 갈 생각이다. 그런데 외국 대학원은 입학이 내년 9월이다. 일 년 정도 비는 시간이 생겼다. 여성주의 책을 자주 읽다 보니까 게재를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 여성주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웃음) 여성주의에 꼿힌 이유라도 있나?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다.(웃음) 특별한 이유가 없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됐고, 다 내 얘기 같아서 정말 재밌었다.
-‘내 얘기’같았던 책이 있다면?
소위 천상 여자라는 소리를 항상 들었다. 말하는 거나, 입는 거나. 그래서 특별히 여자라는 생각 없이도 익숙하게 삶에서 묻어났던 거 같다. 근데 그게 굉장히 나를 가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델자』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는데. 작가가 표현하기를“삶이 유리병에 갇힌”거 같다고 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장애물처럼 다가오지 않았던 익숙했던 것들이 내 몸이나 생각까지 제약하고 있구나 깨닫게 됐다. 그 후로 섹스나 젠더를 구분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흥미있게 듣게 됐다. 젠더가 구성된다는 얘기들이 흥미롭다.
- 여성주의 책이 어렵기도 하다. 내 경험 같은 이야기엔 공감이 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고. 읽고 정리해서 글로 쓰기까지 쉽지 않을 거 같다
사실 여성주의 책이 어렵다. 최근에 게재한『젠더 트러블』은 정말 어려웠다. 굉장히 흥미로운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와 닿는 부분만 발췌해서 쓰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근데 애초에 기획 자체가 엄청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완벽한 요약을 하기 보단, 아직 내가 20대고, 내 시각에서 느껴지는 텍스트나 삶의 부분과 맞닿아 부분을 쓰는 거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게 기획 의도라면 의도라서 나름 만족하고 있다.
-여성주의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느낀 거 같다
FM대로 살아왔다.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좋겠다 정도였다. 이렇게 말하면 과거를 획일화하는 거겠지만 별로 고민도 자극도 없었다. 대학 입학 후로 많은 변화가 왔다. 가치관의 80% 이상이 새롭게 구축이 된 거 같다.
대학가서 제일 큰 수확은 멘토라고 할 만한 선생님을 만난 거다. 선생님과 지금도 연락을 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필자 소개에 썼던 ‘래디컬한 사고의 전환’을 처음 말해 준 분이다. 학교에 들어가서 뭔가 모든 게 당연하니까 오히려 반감이 들어서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때 선생님이 질문을 할 때마다 전제를 먼저 의심 해 보라고 말했다. 당연하게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하면 답도 똑같지 않겠냐? 토대를 뒤집어 생각 해 보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가치관이 바뀌면서 힘들진 않았는지?
오히려 좋았다. 모태 신앙이고 기독교 안에서 아무 의심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대학도 기독교 학교를 입학했다. 근데 사람이 신기한 게 내가 속한 집단이 소수일 때는 그 가치가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는데, 내가 믿는 가치가 주류가 되고 보편화되면 의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거 같다. 그래서 오히려 학교 다니면서 기독교에 대해서 제대로 된 신앙이랄까? 제대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어딜가나 꼭 동의하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웃음) 그런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영화도 만들고 좋았다.
-어떤 광고의 카피처럼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혼자 NO” 라고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 가서 제일 큰 수확은 멘토라고 할 만한 선생님을 만난거다. 선생님과 지금도 연락을 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필자 소개에 썼던 ‘래디컬한 사고의 전환’을 처음 말해 준 분이다. 학교에 들어가서 뭔가 모든 게 당연하니까 오히려 반감이 들어서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때 선생님이 질문을 할 때마다 전제를 먼저 의심해 보라고 말했다. 당연하게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하면 답도 똑같지 않겠냐? 토대를 뒤집어 생각 해 보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앞으로도 여성주의 공부를 계속할 생각인가?
대학원에 가서 젠더학과 철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학기 중에 개별 연구를 끝내고, 공부한 것을 정리하고 싶기도 했고. 논문 공모전이 있어서 응모 했다. 결과가 좋아서 해외 특전으로 스웨덴에 갔다.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책에서 보던 여성주의가 거창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남편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게 자연스럽고, 여성 정당의 비율도 높고. 내가 배웠던 것들이 단순히 이론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구나.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스웨덴에서 재밌었던 일은 없었나?
해외특전이란 게 연구 주제를 정하고, 나라를 정하면 모든 비용을 지원받는 것이었다.
가까운 나라를 갈 수도 있었지만, 리서치를 해서 스웨덴을 선택했다. 근데 스웨덴 물가가 그렇게 비싼지 몰랐다. (웃음) 교통비랑 생활비를 계산해 보니 기간이 열흘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스톡홀름 대학에 젠더학과 교수를 개인적으로 컨텍해서 인터뷰도 하고 그분 연구 자료도 봤다.
-은근히 일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거 같다. 새로운 일을 하는 걸 좋아하나?
기회만 되면.(웃음) 그런 과정이 다 재밌다. 사실 시작 전에 준비하는 타입은 아니다.
여행도 아무것도 없이 갔다 온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근데 되게 신기하게 모든 것들이 다 매듭이 되고 연결지어진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대학원 입학 전에 뭘 해 볼까? 궁리 중이다.
- 민우회와 함께 해도 좋겠다 (웃음) 민우회는 알고 있었나?
민우회를 알게 된 게 좀 우스운 일이 있었다. 발표 수업 중에 직접 시연하고 설명하는 게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 학교가 보수적인 기독교 학교라서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그런데 누가 혼전 성관계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더니, 많은 수가 피임법을 모르고 알고 싶다고 했다. 피임법을 발표 주제로 삼고 시범을 보여야 해서 페니스 기구를 구해야 했다. 그때 학교가 포항에 있어서 포항 민우회에 연락 했다.
-아, 포항엔 민우회가 없다.
아! 난 민우회인 줄 알고 있었다. 여하튼 결국 구하지 못해서 딜도를 사서 발표했다.
-페니스 기구를 문의했던 그 민우회는 아니지만 (웃음) 민우회 회원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
일상적인 문제로 부대낄 때마다「일다」나 민우회에 감사한 거 같다. 내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해 준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공론화 되고 물위로 올라올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