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12월호 [생 생 한 시 각 ] 나, 우리, 그리고 녹색당
▣ 생 생 한 시 각
나, 우리, 그리고 녹색당
하승수 ●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마흔넷이 되도록 한 번도 정당에 가입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기존에 있는 정당들의 문화가 낯선 탓도 있었겠지만, 정당에 가입할 만큼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인 탓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제가 ‘녹색당’ 이라는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니, 사람들이 뜬금없어 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저러나’ 라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을 만들자고 할 만큼 절박합니다. 무엇이 저를 이렇게 절박하게 만들었을까요?
행복도가 최저 수준인 사회
지난 15년간 나름대로 시민운동, 풀뿌리운동을 하면서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사회는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졌습니다. 물론 법제도가 바뀌고 사람들의 권리가 좀 더 보장되기는 했습니다. MB 정부 들어서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는 하지만, 군사 정권 시절에 비하면 민주주의에도 진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나빠졌다고 느낍니다. 예전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 졌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의 행복도는 떨어졌다고 느낌니다. 공동체, 공생(共生) 같은 단어는 사라지고‘각자 생존’의 세상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살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습은 그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5월에 발표 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청소년의 행복도가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였습니다.
사실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나라의 청소년들이 행복할리가 없습니다. 당장 제 딸이 중학교 1학년인데,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행복도는 떨어질 것입니다. 이 아이가 청년이 되었을 때, 아이 앞에 펼쳐질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진 세상일까? 라고 질문을 던져 보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물론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어른들도 행복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아마 어른들의 행복도도 엄청 낮을 것입니다. 세계 최장의 노동 시간에 시달리고, 성평등은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수많은 차별과 편견이 존재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청소년인들 어른인들 행복할 리 없습니다.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핵 발전소
3월 11일 터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고 후에 열심히 자료도 찾아보고 공부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핵 발전 후에 남은 사용 후 핵 연료는 10만 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핵 발전소 수명이 끝나면 안전하게 해체를 해야 하는데, 아직 해체 기술도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이 부담을 뒤세대에게 떠넘기고 갈 것입니다. 지금은 21개의 핵 발전소가 가동 중인데, 조만간에 이것을 34개 이상으로 늘린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핵 발전소에서 대형사고가 난 확률을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 핵 발전소 중 한 군데에서라도 대형사고가 날 확률이 24%라고 합니다.
다른 어떤 사고도 인류에게 종말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핵 발전 사고는 그렇지 않습니다. 거의 전국토가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고 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일본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런데 정치를 보면, 아무도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불과 1~2년 동안의 정치 일정만을 보며 정치를 합니다. 이런 정당과 정치인들이 몇십 년 동안 노력해야 풀릴 문제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해 봅니다.
청소년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고 해도 큰 방향을 잡고 오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 복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경쟁이 아닌‘협동’이 사회의 기본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립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대학 진학률이 50%밖에 안되는 덴마크 같은 사회에서는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자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 진학률이 83.6%나 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을 졸업해도 자립이 힘듭니다. 덴마크 같은 사회가 되려면, 학력차별이 없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먹고 살 수 있는 생활 임금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사회가 되려면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이‘성장’이나‘물질’이 아니라 ‘삶의 풍요로움’과 행복이 되어야 합니다.
나의 녹색당에서, 우리의 녹색당으로
핵 발전 문제를 살펴보면 더 심각합니다. 주요 정당들은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진보 정당들은 핵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자고 하지만, 수십 가지 의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래서는 정책의 방향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절박해졌습니다. 지금 사회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내 아이의 미래도 없겠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녹색당같이 사회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얘기를 하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청소년들의 행복과 핵 발전 문제가 녹색당에 참여하는 동기가 되었지만, 다른 분들은 다른 이유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먹거리, 농업, 평화, 협동조합, 동물권, 생명 존중, 성평등, 소수자 인권, 청년 노동과 주거, 국제연대 등등 녹색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한 관심사가‘나의 녹색당’을 만들고, 그것이 어우러지면서‘우리의 녹색당’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막상 녹색당 창당에 참여하고 나자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졌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고민하던 사람들이 모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모임을 만들면서 녹색당을 통해 즐거운 상상을 하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길에 같이 하고 싶은 분은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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